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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조그마한 의자

학생은 서 있고 교사는 앉아 있고, 또 내려다보고 올려다보고 대화를 한다. 여느 교무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인데, 마치 관공서에서 민원인과 담당 공무원을 보는 듯하다. 교무실은 관공서 이상의 의미가 있는 곳으로 학생과 교사가 마음으로 교류하는 인간적인 향기가 필요한 장소라는 점에서 아쉬운 장면이란 생각이다.

학생이 교무실에 찾아오면 교사 옆에 앉아서 대화할 의자가 필요하다. 물론 몇몇 교사들은 여분의 의자를 구해놓기도 하지만, 모든 교사들이 다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담실을 이용할 수도 있겠으나 교사 대부분의 하루 일과가 수업 시간에 얽매이고 담당 업무처리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현실에서 매번 상담실을 찾을 수도 없다.

예전에 담임교사를 하던 시절, 그렇게 학생이 찾아 왔을 때 학생은 서 있고 나는 앉아서 얘기할 때가 많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마음속에 많은 회한이 가득하다. 그때 조그만 의자 하나 내밀면서 ‘여기 앉아서 얘기하자’라고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학생이 앉아서 눈동자 마주치면 서로의 마음이 보였을 것 같다. 매일 지각, 결석하던 그 학생, 담배를 못 끊던 그 제자, 시시각각 잠만 자던 그 아이들의 마음이 보였을 텐데.

그랬더라면 ‘그래, 너도 힘들구나. 괴롭구나’라며 이해가 깊어졌을 것이다. 조그만 의자에 앉아 있는 내 학생들도 ‘내일은 지각 안 할 거야. 이젠 담배도 끊고 무언가 잘해 보려고 노력할거야’라는 생각을 떠올렸을지 모른다.

교사와 학생의 관계는 따뜻한 마음이 서로 오고 갈 때 참다운 교육이 가능하다. 서로 친화적인 관계, 즉 라포르(rapport)가 형성돼야만 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교무실이 보통 협소하고 교사와 교사 사이의 공간이 넉넉하지 못하기 때문에 큰 의자를 놓을 공간은 부족한 실정이다. 그러므로 교육부와 각 교육청은 교무실 선생님 옆자리에 학생들이 편하게 앉을 수 있는 예쁘고 조그만 의자가 배치될 수 있도록 조치해 주기를 바란다. 조그만 의자 하나 내미는 마음은 따뜻한 사랑의 표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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