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이 최고의 교사다!” 중학교 시절 영문법 책에서 만난 2형식 문장이다. 그때는 어려서 이 말의 뜻을 온전히 이해 못했다. 그런데, 불혹을 넘어 지천명이 되면서 더욱 그 참뜻을 깨닫게 된다. 우리는 경험으로부터 가장 잘 배운다.
인성 키우는 최적의 체험장
교육자로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이 사실이 더욱 와 닿는다. 교실에서 교과를 아무리 잘 가르쳐도, 현장과 현실에서는 무기력한 경우가 다반사다. 몸으로 실행해보고 머리로 생각해보고 가슴으로 느껴보아야만, 내 안에서 무엇인가가 생겨나고 쌓여간다. 실제로 겪어보는 것만큼 배움이 효과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은 없다. 공자님이 전한 ‘학이시습(學而時習)’은 바로 이점을 지적한 것이다. “배운 후 반드시 때에 맞춰 실천해보아야만” 제대로 된 학습의 기쁨이 얻어질 수 있다. 유명한 콜브의 경험학습이론이 새로운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인성교육에 있어서도 최고의 교사는 경험이다. 도덕교과서나 윤리학서적은 인성교육의 저잣거리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인성은 실제 상황과 맥락에서 실행하고 겪어보는 과정에서 자라난다. ‘용기는 용기 있는 행동을 함으로써 길러진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은 참이다. 에밀 뒤르껭은 도덕교육이 사회화를 통해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화는 일상과 삶을 사회학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최근 교육부가 인성교육을 체험중심적 방향으로 선회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일상과 삶의 영역 가운데 스포츠가 있다. 현대인의 일상에서 가장 보편적인 영역중 하나다. 인성교육을 위한 최적의 체험장이다. 예로부터, 스포츠는 실제로 인성교육을 위한 최고의 교사역할을 담당해왔다. ‘스포츠는 인성을 기른다(sports build character)’는 서양의 오래된 금언은 바로 이 점을 상기시켜준다. 지도자를 기르기 위한 동양의 오랜 교육과정인 6예(詩書禮樂射御)에도 활쏘기와 말타기가 포함돼 있다.
지금 우리는 인성부재를 넘어서 인성괴멸의 총천연색 파노라마를 목격하고 있다. 세월호 사건, 임병장과 윤일병 사건, 서울예술직업학교 사건, 제주지검장 사건 등등 사회 도처에서 인성파괴적 증상들을 목도하고 있다. 성장위주, 성과중심, 그리고 성적지상주의의 폐해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지난 60년간 우리 사회가 일상과 삶을 통해 진행시킨 인성교육의 참담한 결과다. 사회화와 습관화를 통해서 부정적이고 비도덕적인 방향으로 최악의 교사역할을 해낸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스포츠로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도록 하자. 스포츠는 온몸으로 하는 선의의 경쟁을 통해서 자신의 한계를 확대시키는 작용을 한다. “최선을 향한 최고의 노력”을 통해서 아이들 각자 안에 잠재된 진선미의 다채로운 가치들을 활짝 꽃피울 수 있게 한다. 우리편과 상대편의 맥락 속에서 서로 힘을 합하고 마주 대하는 상황은 바로 우리의 일상과 삶의 모습이다. 스포츠는 인생의 축소판이다. 이런 이유로 스포츠는 최고의 교사가 될 수 있다.
청소년 회복, 치유 효과 탁월
스포츠는 예방적 인성교육이 가능하다. 연습과 경기 속에서 사회적, 도덕적 가치들을 실제로 체험하면서 배우고 익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스포츠는 정직, 공정, 성실, 최선, 협동, 존중 등 다양한 가치덕목들의 종합세트라고 할 수 있다. 스포츠는 처방적 인성교육도 가능하다. 축구와 농구, 태권도와 수영 등이 폭행, 폭언 등 인성적 결핍 증세를 보인 청소년들을 위한 회복과 치유의 체험으로 활용된 사례들은 전 세계적으로 셀 수 없이 많다.
스포츠는 아이들이 체험할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이다. 경험이 최고의 교사라면, 스포츠는 교사중의 교사라고 할 수 있다. 스포츠가 인성교육을 위한 최고의 교사가 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