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로가 장애학생은 물론 유모차 끄는 엄마에도 편리하듯 통합교육은 각기 다른 아이들이 서로 이해하고 돕는 법 배우는 것
4월이 시작되면 일선 학교 특수학급 교사들은 장애인의 날 행사 준비로 바빠진다. 최근에는 공영방송에서 장애인식 개선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작해 이날이면 대부분의 학교들은 방송을 활용한 장애 이해 교육을 실시한다. 학교 현장의 이러한 변화는 통합교육을 지원하고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하지만 장애학생에 대한 인식이나 태도 변화에만 초점을 둔다면 우리가 꿈꾸는 통합교육을 이룰 수 있을까?
복도를 걷다가 교실 하나를 들여다보자. 교실 속 아이들의 모습은 모두 다르다. 교실은 장애학생과 일반학생만으로 나뉘어 있지 않다. 모두 다른 생김새와 특징을 가진 아이들이 함께 어우러져 생활하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교실 속 아이들 중 도움과 배려가 필요한 학생은 오직 장애학생 하나일까? 또 일반학생들은 장애학생에게 도움을 주기만 하면 되는 걸까?
몇 년 전 가르쳤던 자폐성 장애학생은 누군가와 살짝 어깨만 부딪혀도 소리를 지르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했었다. 통합학급 담임교사는 학급회의 때 반이 평화롭게 지내기 위한 규칙을 만들기로 했다. 학생들이 만든 여러 가지 규칙 중에는 ‘학교에서는 서로 부딪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한다’와 ‘어쩔 수 없이 부딪친 경우에는 항상 먼저 미안해라고 말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모든 학생들이 그 규칙을 잘 따르고 지키면서 장애학생의 문제행동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일 년 후 통합학급 담임교사는 처음에는 학생들이 장애학생의 문제행동 때문에 만든 규칙이었지만 그 규칙 때문에 모든 학생들이 서로를 배려하고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던 한 해였다고 말했다. 아이들도 이구동성으로 ‘우리 반은 서로 싸우는 일어 없어서 좋아요’라고 했다. 실제로 교실 속에서 함께 생활하는 학생들이 하는 행동은 서로 도와주는 것이 대부분이다. 상호 지원적인 성격을 갖는다는 것이다.
통합교육은 장애학생만을 위한 교육 철학이 아니다. 통합교육은 모든 학생이 자신이 원하는 교육적 성취를 얻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때문에 ‘장애인의 날’을 맞이해 일회적 행사만을 실시한다거나 장애학생에 대한 일방적인 도움만을 강조하는 형식의 ‘제한적’인 장애 이해 교육으로는 통합교육의 취지를 충분히 살릴 수 없다. 학생들은 통합교육을 통해 다양한 재능, 관심, 외모, 성격을 가진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수용하고 서로 돕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개발되고 있는 통합교육 지원 프로그램들은 장애학생의 통합교육 촉진이라는 제한적 목적에서 벗어나려는 경향이 있다. 서울경인특수학급교사연수회에서 개발한 ‘서로 다른 아이들이 함께 만드는 우정’ 프로그램도 이런 통합교육 관점의 변화를 반영하는 사회정서학습 프로그램의 대표적인 예다. 앞서 언급한 학급규칙같이 보편적 차원의 ‘중재’들은 장애학생 통합은 물론이고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 폭력이나 또래 관계 문제의 감소, 다문화 학생 및 겨레 얼 학생(탈북 학생)들의 학교 적응, 나아가 모든 학생들의 정서능력 함양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사는 주변을 둘러보면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들이 많이 확충돼 이동성이나 생활이 향상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그러나 장애인을 위해 만든 경사로가 장애인의 생활만 편리하게 만든 것은 아니다. 유모차를 끌어야 하는 아기 엄마도, 다리를 다쳐 목발을 짚어야 하는 중학생 형에게도, 수레를 끌고 올라가야 하는 택배 기사에게도 편리함을 가져다줬다.
처음 통합교육이 장애학생을 위한 교육 개념으로 등장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이미 서로 다른 아이들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강조하는 보편적 교육 철학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장애학생이 즐겁게 배울 수 있는 학교는 곧 모든 학생들이 즐겁게 배울 수 있는 학교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