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은 인간이 성장하는데 무한한 동력이 되기도 하고 잠재된 가능성을 이끌어 내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칭찬에도 고정관념이 존재한다. 칭찬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해야 하고 일상적이고 가까운 사이일수록 하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이런 점에 착안해 어느 중학교 도덕교사가 아이들의 가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칭찬 방법을 제시했다. 아이가 부모님을 칭찬한 다음, 부모님이 보인 반응과 그 반응에 대한 자신의 느낌을 일기 형식으로 작성해 기록하는 ‘칭찬 일기’ 쓰기 과제를 내준 것이다.
부모에게 전하는 30번의 칭찬
쑥스럽고 얼굴 맞댈 시간도 부족한 현실에 우리집은 안 된다고, 시작하기도 전에 포기하는 아이들이 속출했다. 그래도 숙제를 강행한 교사의 고집이 아이들을 움직였다. 하지만 처음부터 칭찬이 잘 될 리가 없었다. 아이들은 용기를 내 ‘아버지가 계시는 그 자체가 사랑스럽습니다.’, ‘엄마가 학원에 보내줘서 이렇게 공부를 잘하게 됐어. 엄마, 고마워.’라며 칭찬을 건냈지만 아버지로부터 욕설을 듣기도 했고 엄마로부터는 공부나 잘 하라는 잔소리를 들었다. 어색하고 부끄러운 상황에서도 용기를 낸 칭찬은 계속됐지만 돌아오는 건 무안하고 서운한 말뿐이었다.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하면서 아이들은 도무지 부모님을 칭찬할 거리를 찾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은 천천히 부모님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한참동안 거울을 바라보는 엄마에게 ‘엄마 되게 예뻐 보여요.’라고, 불룩 나온 아빠의 배를 보고 ‘넉넉하게 나온 아빠 배가 좋아요.’라고 칭찬하게 됐다. 아이들은 이 과정에서 엄마의 소녀감성과 아빠의 넉살을 다시금 느끼게 됐다. 그동안 ‘엄마’, ‘아빠’라는 이름에 가려있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며 숙제를 하기 위한 관찰이 관심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은 가정과 부모에 대한 진정한 애정을 깨닫고 동시에 자기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게 됐다. 30번의 칭찬일기가 거의 끝나갈 무렵, 한 아이가 부엌에서 식사를 준비하는 엄마에게 ‘엄마가 만든 음식, 매일 먹으니까 행복해요.’ 라고 칭찬했다. 그 순간 엄마가 울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대한 느낌을 담담하게 표현한 순간 엄마의 마음이 움직인 것이다. 단순한 숙제였던 칭찬은 가족을 변화시켰다. 집은 더 이상 밥만 먹고 잠만 자는 공간이 아니라 가족과 사랑을 나누는 공간이 됐다.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EBS 지식채널e '엄마가 울었다’(인성교육범국민실천연합·교육부·충남교육청·한국교총 공동기획)는 칭찬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성과나 성적을 달성했을 때 칭찬을 한다. 그러다 보니 더 칭찬받기 위한 일념으로 주변을 돌아보지 않을 때도 있고 큰 기대를 받고 있는 것 같아 부담감을 느끼기도 한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무분별하고 막연한 칭찬은 오히려 아이들을 수동적으로 만든다고도 한다. 결과에만 집중하는 칭찬은 오히려 독으로 작용해 아이들의 인성 발달을 저해한다는 의미다.
관심·애정 어린 칭찬, 가족 변화시켜
아이들의 행복과 미래는 건강한 인성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칭찬의 방법과 진정한 의미를 일깨워 준 ‘칭찬일기’ 수업은 칭찬이 어떻게 아이들의 인성을 건강하게 하고 사회 조직의 근간인 가정을 변하게 하는지 깨닫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