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칸가르데쉬’. 우리 학생들 중 ‘칸가르데쉬’란 말을 알고 있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터키말로 ‘피를 나눈 형제’란 뜻이다. 터키 학생들은 우리나라를 피를 나눈 형제의 나라로 알고 있다.
5일 서울목동운동장에서 ‘한국·터키 고교축구 교류대회’가 개최됐다. 이 행사는 6·25 전쟁에 1만6000명을 파병해 우리나라를 도왔던 터키와의 형제애를 학생들에게 알리고 스포츠를 통한 교육문화교류 확대를 위해 서울시교육청이 기획했다. 또 2014 브라질월드컵에 출전하는 국가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고, 미래에 우리나라를 대표할 고교 축구선수들의 국제무대 적응력 향상의 목적도 동반됐다.
지난해 9월 한·터키경제협회(KOTUBA)를 통해 터키 이스탄불교육청과 첫 접촉이 시도됐다. 이메일을 통한 몇 차례의 협의 후 경기할 팀의 수준과 대회기간도 합의했다. 이스탄불교육청에서는 지난해 ISF(International Sports Federation) 주관 고교축구 월드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카드쿄이상업고 축구팀을 내세웠고, 우리는 올해 전력이 최상위로 평가된 영등포공고 축구팀을 상대로 선발했다. 차세대 국가대표를 꿈꾸는 학생들 간의 경기가 성사된 것이다.
양 팀의 명예 감독으로는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과 귀네슈 전 터키국가대표팀 감독이 참가했다. 이들은 한때 수원삼성과 FC서울에서 ‘라이벌 감독’으로 용병술을 겨뤘던데 이어 다시 한 번 맞붙는 기막힌 인연도 만들어 재미를 더했다.
이날 목동운동장에서는 8000여 명의 학생, 양 팀의 명예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부채춤(서울국제고), 고적대(염광여자메디텍고), 탈춤(서울전곡초) 공연 등 다채로운 축하공연과 함께 경기가 열렸다. 전반전을 득점 없이 마친 뒤 후반에는 각각 한 골씩을 주고받으며, 금번 차세대 국가대표 간의 A매치는 1대1로 마무리 됐다.
2002년 월드컵 당시 한국과 터키와의 3, 4위전에서 종료 휘슬이 울린 후 양국의 선수들이 승패를 떠나 어깨동무를 하고 축구장을 돌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바로 그 모습이 차세대 우리의 국가대표들인 고교 축구선수들 간에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2002년의 감동이 재현되는 모습에 관중석을 떠나지 않은 학생과 학부모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6개월의 준비기간 동안 들였던 노력이 우리 학생들에게 소중한 경험으로 간직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