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전통을 갖고 있는 현장교육연구는 ‘빛과 그림자’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현장교육연구는 새로운 교육이론을 학교현장에 적용하고 보급시키는데 ‘마중물’ 같은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교사의 전문성 신장에 도움을 줘 교육의 질 제고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참여율 제고를 위해 도입된 승진점수와의 연계, 40% 입상 비율이 오랫동안 유지되면서 어느덧 ‘승진에 관심 있는 교사만 참여하는 연구’, ‘승진점수를 다 채우면 할 필요가 없는 연구’라는 인식이 교사들 사이에도 퍼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점점 현장교육연구는 승진에 관심 있는 몇몇 교사들만 참여하는 ‘그들만의 리그’가 되고 있다는 폄하를 받고 있기도 하다.
연구 망설이게 하는 40% 입상 비율
문제는 이런 현장교육연구가 과거보다 현재,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데 있다. 급변하는 사회의 영향으로 변화 폭이 커진 교육과정,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가정의 기능까지 일부 담당해주기를 바라는 학부모의 교육복지 요구, 새롭게 등장한 디지털 키즈(Digital Kids)의 출현은 교사의 끊임없는 연구와 변화, 자기성찰 노력을 더욱 필요로 하는 상황이다.
이제 교사 한 명의 개인적인 노력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환경이 된 것이다. 현장교육연구를 통해 여러 교사의 연구 노력과 실천이 모이고 연구결과물이 다른 교사들에게도 파급돼 교육현장에 일반화돼야 우리는 바뀌는 교육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된다.
응모편수 대비 40% 입상 비율은 대회 참여를 원하는 많은 교사들에게 망설임을 주는 원인이며 현장교육연구 참여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현장교육연구 활성화를 위해서는 입상비율에 대한 새로운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며, 뛰어난 교육적 가치를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장(死藏)되고 있는 나머지 60%의 연구결과물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대학교 교수들의 연구 평점에 활용되고 있는 ‘연구실적제도’ 등을 벤치마킹해 40% 만이 아닌 현장교육연구에 참여하는 모든 교사에게 연구실적점수를 줌으로써 성취동기를 부여하고 지속적인 연구를 독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러한 연구실적점수의 누가 기록과 관리를 통해 꾸준히 연구하는 우수한 교사들을 발굴하고 이러한 교사들이 수석교사 혹은 멘토 교사, 연구원, 전문직이 되는데 반영함으로써 이들이 다시 교육현장의 변화를 이끌어 갈 기회를 줘야 할 것이다.
이 밖에도 교사 전문성 신장을 위해 도입된 ‘학습연구년제’와도 연계해 교육 연구의 열정을 갖고 있는 교사가 자신의 상황과 요구에 맞게 맞춤형 연수와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 교육 변화의 구심점 역할을 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참여교사 모두에 실적점수 주자
지금, 우리 교육현장에는 훌륭한 교육정책들이 무수히 쏟아지고 있지만 교육현장의 실질적인 변화는 이끌어 내고 있지 못하다. 그 이유는 여전히 교육정책이 위에서 아래로 일방적으로 내려오는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없이 다른 교육적 상황 속에서 효과적인 교육을 위해서는 교사 각각의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 영국, 호주 등에서도 현장교육연구가 한동안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가 다시 교육개혁의 성공적인 수단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제 우리도 현장교육연구를 시대에 맞게 변화시켜 수동적이고 자존감이 떨어져 있는 교사들이 다시금 교육의 주체로 연구하고 실천해 교육의 변화를 능동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현장교육연구는 특별한 교사들만이 참여해 승부를 겨루는 ‘시합’이어서는 안 되며 모든 교사가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즐기며 교육적 연구결과를 함께 나누는 ‘축제’가 돼야 할 것이다. 그래야 교사에게 성취감과 행복함을 줄 수 있고 날로 새로워지고(日新又日新), 연구하는 교직 풍토 조성에도 기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