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다른 시·도로 연수를 갔고 그곳의 우수 교육활동 학교도 방문했다. 그 학교는 농촌 학교로 학생 수 50여 명, 학급 수 초등 6학급, 특수 1학급, 유치원 1학급으로 소규모였다. 하지만 인조 잔디로 깔아놓은 운동장, 교내 어디서든지 스마트 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정보인프라 구축 등 여느 일반 학교와는 달랐다.
그 학교는 지금까지 폭력 없는 학교, 양성평등 선도학교, 도교육청 방과후학교 시범학교, 공동교육과정 선도학교 등을 성공적으로 운영해왔다. 우리는 적은 인원의 교사와 교장이 합심해 보여준 노력과 의지에 감탄했다.
특색 외치며 일부 학교에 집중 투자
하지만 부정적인 면이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다. 공교롭게도 이 학교의 각종 활동은 예산을 수반하는 사업 일색으로 많은 활동에 쏟아 부은 돈은 어림잡아 몇십 억은 될 것이다.
그 학교를 떠나면서 많은 교장은 자기 학교 모습을 떠올렸을 것이다. 여름이면 전기세를 걱정하고, 연말이면 재정 적자까지 걱정하는 학교의 모습을 말이다. 그래서인지 대도시 학교로 보면 2학급 정도인 작은 학교에 몇십 억을 쏟아 부어 학생 수 10명 정도 늘리는 사업이 바람직하냐는 말들이 흘러나왔다.
돌아와서 생각하니 이 학교 이야기는 남의 시·도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다. 바로 대한민국 모든 학교의 이야기가 아닌가?
교육감들은 자신이 이끄는 교육청의 교육성과를 홍보하고 싶어 한다. 교육감이 선거로 선출되면서 성과지향적인 행정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성과지향의 교육행정을 하다 보면 기본에 소홀하기 때문이다.
교육감 직선제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전문성 확보를 위해 마련했지만 선출 자체가 선거로 이뤄진다. 선거로 하는 선출방식은 정치가 아니고 무엇인가? 그 결과 우리 교육은 정치적 중립성 확보에 문제를 안고 있다.
표를 얻기 위한 효율적인 방법은 선거권자들에게 피부에 닿는 선물이다. 대표적인 것이 복지 관련 공약이다. 대통령 선거에서도 반값 등록금, 돌봄 교실 등이 줄을 잇지 않았던가. 이는 시·도도 다르지 않아 정작 학교에서 가르치는 일과 관련된 예산은 줄고 복지만 늘어났다.
우리 교육이 당면한 문제인 학교폭력 증가, 자아존중감 상실, 학습 흥미도 저하, 공동체 의식과 국가관 저하 등은 어쩌면 교육행정가의 성과 위주의 조급증 때문이다. 그 결과 요즘 교육현장은 특별한 학교만을 중시하고, 일부 학교를 자율학교나 연구학교 등으로 지정해 집중적인 투자를 한다.
보여주기 혁신보다 기본이 중요
교육예산은 국민으로부터 받은 세금이다. 이런 교육예산을 당장 성과를 위해 몇몇 학교로 몰아주면 대다수의 일반 학교는 그만큼 줄어든 재원을 감내해야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매스컴에 비치는 화면에만 일희일비한다. 모두를 위한 교육이 아닌 일부의 교육에만 주목하는 것이다.
아무리 혁신을 강조하지만 기본을 무시하면 누군가 대가를 치러야 한다. 몰아주기식 예산 운영은 해당 학교의 아이들만의 혜택일 뿐 대다수의 다른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는 피해를 줄 수 있다. 그야말로 세금으로 낸 교육비를 전용하는 일이다.
정부는 시·도교육청의 몰아주기 교육재정 운영을 막을 묘안을 마련해야 한다. 1학교, 1시군 몰아주기 교육재정 운영 금지와 같은 조항을 만들고 단위 학교 교육비 지원 상한제를 마련해야 한다. 그 길만이 교육의 정치화를 막는 일이고 재정의 민주화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