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정부시절 고교다양화 프로젝트 300(기숙형 공립고 150개, 자율형 사립고 100개, 마이스터고교 50개) 정책은 긍정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일반계 고등학교의 입지를 좁혀놓는 결과를 초래했다. 특히 특목고와 자사고의 양적인 증가는 토종물고기를 집어 삼키는 외래종 블루길과 베스처럼 대학입시에서 일반계 평준화 고등학교들을 집어삼키는 포식자로 등장했다. 특목고․자사고의 교육과정편성 및 운영의 자율성, 그리고 학부모들의 여유 있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이들 고교가 상위권 대학을 선점하는 현상이 날로 증폭됐다.
오늘날 많은 사람의 우려는 단순히 이들 특목고와 자사고 학생들이 주요대학 입학을 선점하는데 머물지 않는다. 부모들의 경제적 양극화가 자녀들의 학력격차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우리사회의 미래를 위협하는 요인이라는 점에서 보다 큰 우려를 한다. 정보 비대칭성 연구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의 지적, 상위 1%만을 위한 게임의 규칙이 오늘날 우리네 교육계에도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학교교육 다양화 정책의 역기능은 결과적으로 상위계층 자녀들의 입지만 더 강화 해주고 일반계 평준화 고등학교들을 황폐화시켰다는 일선 교사들의 자조적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따라서 내년에는 고등학교 다양화 정책이 불평등 구조를 고착화시키고,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현상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그대로 방치한다면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 모두가 치러야 할 ‘불평등의 대가’는 너무도 클 것이다.
정부가 진정 일반계고의 경쟁력을 확보해주고 경제적 빈부격차가 학력격차로 되물림되는 현상을 개선하려면 특정 유형의 고등학교가 일류대 합격을 독식하는 학교유형 편중화 현상을 막아야 한다. 서울대가 실시하는 ‘지역균형선발’처럼 이제 주요대학 입시에 ‘학교유형별 쿼터제’를 적용해 평준화 일반계고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희망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것이 ‘다양성’과 ‘융합교육’을 지향하는 현 정부의 교육정책 아니겠는가.
아울러 일반계고도 교육과정 편성․운영이 다양화될 수 있도록 정부가 발표한 일반계고 교육역량 강화방안이 성실히 이행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