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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범재교육진흥법' 제정 추진해야

또다시 대입 수능 시험의 계절을 지나면서 좋은 성적을 갈구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염원은 말할 수 없이 강력해지고 있다. 수능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사람들은 기쁨에 겨울 것이지만 그렇지 않은 범재들은 깊은 좌절과 절망 속에서 올겨울이 유난히 추울 것이다.

우리는 특별히 뛰어나지 않고 별 재주도 없는 평범한 사람을 ‘범재(凡才)’라고 부른다. 학교에도 많은 범재가 재학 중이다. 교육 당국에서 이들은 어떤 학생인지 관심을 갖고 이들이 학교에 다니는 동안 무엇을 해줬을지 의문이다. 그렇다면 범재들을 위해서 교육에 종사하는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특히 교육제도와 교육법을 연구하는 사람의 임무는 무엇일까?

한국교육개발원의 최근 통계(2012년 4월 현재)에 의하면 우리나라 일반계 고등학교 학생 수는 약 138만 명이다. 그런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2012년 일반고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검사’ 결과 분석에 의하면 수학과목의 우수학력 비율은 약 24%로 산출됐다. 이 비율을 전체 학생 수에 대입하면 대략 우수 학생이 33만 명, 비우수 학생이 105만 명이다. 이 우수 학생을 제외한 학생을 범재로 부를 수 있다.

우리의 고등학교 수학 교육은 33만 명의 학력 우수자를 배출하는 데 전력을 집중했을 것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국제 학업성취도 검사 중 수학분야에서 2000년부터 2008년까지 1위에서 4위에 이르는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하지만 검사대상자는 학력 우수자만이 아니므로 우리나라 범재가 국제적으로 봤을 땐 좋은 수학 성적을 보이는 우수 학생일 수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국내에서는 범재로 국가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는 게 아닐까?

거기다 고등학교 학업성적의 관리에 관한 기본 규정인 ‘학업성적 관리 시행지침’ 등은 지필고사(필기시험)에서 문항을 출제하는 경우 평가의 변별력을 최대화하기 위해 동점자가 가능한 한 생기지 않도록 난이도 조정에 유념하게 돼 있다. 지독한 상대평가를 유도하는 규정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말하는 범재는 인위적으로 그 비율이 배정된 것이다.

본래 ‘상대평가’ 방법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한 채용시험과 같이 어쩔 수 없이 서열을 매겨야 하는 경우에 필요하다. 수능을 포함한 우리나라 대학입학자 선발 및 전형제도는 좋은 직장으로 가는 일종의 ‘예비적 채용시험’의 성격이기 때문에 상대평가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제도 때문에 무시 받지 말아야 할 많은 학생이 공교육에서 푸대접받는 수많은 범재로 길러지고 있다.

이처럼 상대평가를 통해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범재는 어려움에 부닥쳐 있다. 범재로 낙인찍어 학교를 졸업시키면 이들은 도대체 어떻게 사회에 진출하여 자신의 재능을 살리라는 말인가? 사회인들은 채용시험에 떨어졌다고 해서 치명적인 낙인을 찍히지 않는다. 그러나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범재로 낙인 찍힌 사람들은 평생 그 낙인이 따라다닌다.

학벌 지상주의로 인해 대학입학시험을 예비적 채용시험으로 운영하는 것은 더는 타당하지 않다. 그리고 우리가 범재라고 부르는 학생들은 사실은 범재가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학생은 개인마다 특별한 무언가를 타고난 사람이다.

그래서 오늘날 우리 교육에 몸담은 학자들은 범재들의 교육을 진흥할 「범재교육진흥법」제정에 주력해야 한다. 적은 수의 영재를 위한 「영재교육진흥법」이 오래전 제정됐지만 영재보다 훨씬 숫자가 많은 범재, 어쩌면 범재가 아니라 다른 분야의 재능을 가진 학생일 수 있는 범재를 위한 교육을 진흥할 법률은 아직 제정되지 않았다.

「범재교육진흥법」은 상대평가로 인해 범재로 분류된 대다수 학생에게 자신의 재능을 재발견하고 계발하는 내용으로 이를 위한 교재, 교육 및 평가방법을 새롭게 규정해야 한다.

‘범재’라는 용어가 사회적 정서상 적절치 못할 수도 있지만 ‘학력비우수자’라는 용어도 적절치 않다. 범재교육은 상대평가 속의 학력 제고와는 달리 학생들의 다양한 잠재력을 발굴하는 것이다.

아울러 앞으로 학생평가는 획일적이 아닌 다원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고등학교에서는 학과별로 평가 방법을 근본적으로 달리해야 한다. 범재교육이 진흥되기 위해서는 전국의 모든 학생들을 하나의 척도로 줄 세우고 많은 학생들을 ‘작은 자’로 만들어 핍박해서는 안 된다. 「범재교육진흥법」을 제정해 ‘작은 자’를 위한 제대로 된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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