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실의 계절 가을이다. 올해는 태풍도 한반도를 비껴가고 풍부한 일조량으로 근래에 드문 풍년이라니 무척 기쁜 일이다.
이 좋은 계절에 다양한 교육활동이 펼쳐지고 있는 각급 학교에서도 한 해를 마무리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이 시기엔 각종 연구학교의 운영 결과 보고회를 비롯해 자율장학의 하나로 많은 수업공개가 이뤄진다. 수많은 수업공개 안내 공문을 보면서 문득 ‘좋은 수업이란 어떤 수업인가’라는 생각도 든다.
미국의 존경받는 교육 지도자이자 사회운동가인 Parker J. palmer는 그의 저서 「가르칠 수 있는 용기」에서 ‘가르칠 수 있는 용기, 그것은 곧 자신에게 달려가는 용기이다’라며 ‘훌륭한 가르침은 하나의 테크닉으로 격하되지 않는다. 훌륭한 가르침은 교사의 정체성과 성실성에서 나온다.’라고 이야기한다. ‘좋은 수업’은 기술적 관점보다는 정의적 관점이 중요함을 강조한 것이다.
흔히 교사들은 수업공개를 앞두고 교수․학습과정안을 쓰고 자료를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왜냐하면 교사에게 수업공개는 자신의 수업 능력을 평가받는 것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준비된 수업은 자칫 보여주기 위한 수업이 되기 일쑤였고 참관인도 교사의 계획대로 수업이 잘 진행되었는지에만 관심을 둔다. 따라서 참관인은 결국 공개수업을 평가의 관점으로 보고 시연 교사들은 획일화된 체크리스트에 의해 평가됐다. 결국 수업 교사 본인에게 도움이 되기보다 오히려 상처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참관자도 나와는 관계가 없는 수업 혹은 흉내 낼 수 없는 수업으로 치부하고 ‘보여주기 위한 수업’을 잘 보았다는 정도의 감동으로 끝나는 경우를 종종 봤다. 이것은 좋은 수업과는 거리가 멀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올해 서울시교육청 산하 동작교육지원청에서 개최한 ‘행복 수업 나누기’의 수업시연과 수업 협의회는 달랐다. ‘행복 수업 나누기’는 다른 공개 수업과 같이 수업 시연자, 참관자, 컨설팅 위원 등이 참여했다. 하지만 수업 시연자에 대한 일률적 체크리스트에 의한 평가가 아니라 각각 시연된 수업에 관해 토론․토의, 워크숍, 액션 러닝 등의 방법 중 하나를 자유롭게 선택해 참관 희망교사, 컨설팅 위원, 시연 교사 모두가 함께 수업을 나눴다. 무엇보다 수업 시연자 11명과 약 400여 명의 참관교사 모두 자발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참여자들이 허심탄회하게 ‘수업에서의 교사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공유할 기회였다. 특히 액션 러닝 기법을 통해 모둠 안에서 시연 수업 전 과정에 걸쳐 체계적인 질문, 피드백, 성찰 과정을 진행하고 수업 개선점을 찾아가는 경험은 많은 도움이 됐다. 이런 경험을 계기로 평소 필자가 생각했던 좋은 수업을 위한 몇 가지 제안해본다.
먼저 좋은 수업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수업을 보는 눈부터 바꿔야 한다. 교사의 눈높이가 아닌 학생의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 다시 말해 교사의 계획대로 잘 진행된 수업이 아니라 아이들의 반응과 수준에 맞춰 얼마나 긴밀한 소통이 됐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또한 학교 내 교사 간의 상호 신뢰 관계가 형성돼야 한다. 수업 시연 교사의 입장에서 수업공개는 자칫 자신이 평가를 받는다고 여겨질 수 있기에 수업을 자발적으로 공개하길 두려워한다. 그러므로 수업공개가 오히려 자신의 교수-학습 역량을 키워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일이란 생각이 들도록 동료교사 상호 간에 수업 시연에 대한 지적보다는 수업 중 바람직한 접근 방법 및 학생과의 관계 설정 등에 대해 서로 격려하고 수업에 대한 자신들의 고민을 솔직히 나눌 수 있도록 서로 신뢰하고 존중하는 학교 문화로 바꿔야 한다.
다행히 ‘행복 수업 나누기’처럼 수업을 보는 관점이 차츰 변하고 있다. 또 과거엔 의무적으로 혹은 타의에 의해 수업 공개를 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요즘은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수업을 공개해 동료교사들과 함께 좋은 수업에 대해 고민하고 새로운 배움을 얻고자 하는 수업운동이 일어나고 있음은 무척 반가운 일이다.
수업공개가 보여주기 수업에서 벗어나 교사들이 교육 전문성을 높일 수 있고 수업 시연 교사도 자신의 공개 수업을 통해 교사로 사는 삶을 돌아보고 더욱 발전시켜 나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최근 학교는 늘 밖으로부터 변화를 요구받았다. 하지만 우리 교사들은 교육전문가로서 충분히 교육현장을 바꿔나갈 수 있다고 자부한다. 자신을 수업을 바꿔나가고자 하는 학교문화 속에서 좀 더 많은 교실에서 좋은 수업이 이뤄져 모두가 꿈꾸는 행복한 학교가 실현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