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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칼럼> 대학 안 가도 행복한 사회

우리나라 대부분의 부모들은 좋은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취직하거나 전문직으로 살길 바라고, 또 한 부류의 부모는 본인의 흥미·적성에 따라 특성화고 진학도 좋으니 관심 분야에서 일하며 재미있게 살길 바라는 것 같다.

그 반증으로 매년 발표되는 통계치를 보면 우리나라 대학진학률은 세계 1위이고, 고등교육은 심각한 과잉상태에 있다. 미국·영국 등 주요국의 대학진학률이 40% 수준에 머물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 대학진학률은 1990년 33.2%에서 2008년 83.8%로 치솟았다가 2012년에 71.3%로 낮아진 상태이다. 최근에 우리나라 대학진학률이 낮아졌다고는 하나 고졸자 10명 중 7명이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 사회는 고등인력이 기업 등의 수요에 비해 많은 대졸자가 배출되어 청년실업자가 넘쳐난다. 대학은 이미 실업자를 양산하는 곳이 되버린 것이다. 반면 고학력 대졸자가 기피하는 중소기업에서는 인력난이 심각하여 의사소통도 잘 안 되는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한다.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말이 제격이다. 개인이 원하는 만큼 공부한 고학력자라면 행복지수가 높아야 할 텐데 오히려 자살률은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허재준 고용정책연구본부장은 “실제 고용시장에서 대졸 학력이 필요한 자리는 20% 정도뿐”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20%에 끼지 못한 학생들은 졸업을 늦추거나 취업 재수를 하면서 일자리를 찾아 헤매다 100여개의 이력서를 내고 나서야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여기에 1년여를 허비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한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였을까?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학력향상이 곧 삶의 질 향상이라는 학벌주의가 근원이라 본다. 한국전쟁 이후 폐허 속에서 이뤄낸 급속한 공업화와 경제발전 과정에서 고학력자들은 고위층을 형성하고 부를 누렸다. 이러한 사회 풍조가 지속되면서 부모세대들은 잘 살기 위해서는 학벌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강해졌고, 학벌에 대한 부모들의 욕심이 더해진 것이다. 또 과거 가난했던 정부가 고등교육기관을 늘리기 위해 무분별하게 사인에 의한 대학의 인․허가를 남발하여 많은 대학들이 설립되면서 공부에 관심도 없고 성적이 낮은 학생들도 대학에 가고 보자는 풍토를 초래한 것이다.

여기에 두 부류의 학생을 살펴보자. A라는 학생은 공부는 못했지만 부모의 욕심대로 억지 춘향이 격으로 성적에 맞춰 대학에 진학했다. 하지만 애초 성적에 맞춰 간 터라 전공 수업에는 흥미가 없고, 대학졸업 후에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할 뿐이다. B라는 학생은 자신의 흥미, 적성에 맞게 특성화고에 진학을 선택했고 자동차반에 들어가 재미있게 학교 생활을 하며, 모형자동차 경진대회에도 출전하고 미래 자동차기술자를 꿈꾸며 보람찬 하루를 보내고 있다.

여러분은 어느 학생이 자신의 자녀이길 바라는가? 아직도 우리사회는 대학을 나와야만 취직을 잘 하거나 사람구실을 할 수 있다는 편견이 만연해 있다.

최근 한 잡지에 소개된 ○○헤어 대표 강윤선 씨는 낮에는 사환으로 일하던 야간여상 출신이지만, 본인이 좋아했던 미용 분야를 배우며 꾸준히 노력했다. 지금은 연매출 1200억 원에 2500명의 직원을 거느리는 ○○헤어의 CEO이며, 그 중 200여명 미용사들은 억대 연봉을 받는단다. 세계적인 헤어그룹 웰라가 선정한 세계 10대 미용기업에 해당한다. 이밖에도 이병철, 정주영, 임권택, 서태지 등 저학력이면서 성공한 이들은 수없이 많다. 이런 사례를 통해 분명히 알 수 있는 사실은, 학벌과 환경보다는 자신이 진정 하고 싶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굳이 많은 돈을 들여서 대학을 가지 않아도 자신의 꿈을 펼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교육에 대한 국민의 의식전환과 대학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최근 기업과 금융권에서 고졸 채용을 늘리면서 대학진학률은 낮아지는 반면 고졸 취업률이 높아지는 고무적인 현상에 박수를 보낸다.

부모와 교사들은 아이들이 직업의 귀천을 생각하기 전에 적성, 흥미, 가치관을 우선 고려하여 진로를 탐색하고 설계하도록 도움을 주어야 할 것이다. 아이들이 힘들고 지칠 때도, 슬럼프에 빠졌다가도 빨리 회복하게 하는 것은 꿈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꿈은 행복한 삶을 살게 하는 가장 큰 동기부여라 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건강한 삶을 사는 아이들이 아닐까. 아이들이 행복해야 부모도 행복하고 사회도 행복하고 나라도 행복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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