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상시에 주민센터(구 동사무소)를 가보면 민원인이 제법 많다. 실생활 속에서 주민등록등본부터 인감대장 등 여러 가지 잡다한 행정서류를 뗄 일이 많다 보니 안전행정부에서는 대부분 구청이나 주민센터에 무인민원발급기를 배치하여 민원인에게 편익을 제공하고, 민원담당 공무원에게는 행정효율을 높여주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서 경찰서, 병원, 백화점, 지하철역, 터미널 등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공간에 무인민원발급기를 배치하기도 한다.
그런데 일반행정기관에는 보편적인 무인민원발급기가 학교와 지역교육지원청, 시․도교육청과 같은 교육행정기관에는 거의 설치되어 있지 않다. 대학은 교내에 무인발급기가 있지만 학교 자체적으로 설치한 것이다. 물론 민원의 양이 주민센터와 비교하면 현격히 적기 때문에 투자 대비 효과가 적다는 판단을 했는지는 모를 일이다.
다행히 2010년부터 안전행정부와 교육부가 협업 체제를 통해서 고교 학생생활기록부, 졸업증명서 등 7종의 일부 교육제증명 서류를 주민센터 무인민원발급기를 통해서 무료로 발급해왔다. 더욱이 올해 9월 말부터는 전국에서 초등과 중학 학교생활기록부 등 8종을 추가하여 무료로 확대 발급한다. 이런 국민의 생활편의를 위한 서비스 기반은 만들어지고 있지만 아직 시행 초기이기 때문에 더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여러 학부모 등 민원인들은 정부의 서비스 제공을 모르기도 하고 익숙지 않아서인지 여전히 학교에는 교육제증명 서류를 떼러 오는 일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특히, 검정고시나 수학능력시험 등 시험을 앞두면 더 그렇다.
가끔 학교를 방문하는 민원인들에게 불편한 상황이 발생한다. 점심시간에 짬을 내서 들른 행정실에 민원담당자가 식사하러 갔을 경우는 20여 분 정도를 기다리는 때가 있어서다. 서류를 나이스로 조회해서 바로 드리면 상관없으나 다른 학교와 팩스로 주고받는 경우 시간이 길면 30분, 때로는 그 이상도 소요되기 때문에 민원인들 입장에서는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에도 불구하고 상대방 학교에 독촉전화를 한다고 해도 그 학교 담당자가 식사하러 갔을 경우는 해결이 어렵다. 결국 민원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시간이 얼마 정도 걸리니 바쁘지 않으시면 얼마 후에 일 보고 오시라고 말을 전하기도 한다.
그래서 생각해본 것이 일반행정기관 중심으로 설치된 무인민원발급기를 학교 현장에도 도입하는 것이다. 물론 대당 가격이 상당하여(약 2,700여만 원) 모든 학교에 배치하는 것은 예산 확보 측면과 투자가치 면에서 어려운 일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입시 등 교육제증명 서류에 대한 행정수요는 꾸준히 있으므로 투자할 여지는 있다고 보인다.
이른바 민원인이 많이 들르는 거점학교 등 교육기관에 우선 설치하되, 예산과 이용 상황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확대하는 것도 방법이다. 학교에 설치하는 것은 학교별 민원발급 건수를 통계 내서 빈도수 높은 학교에 우선 시범적으로 설치한다면 예산 낭비라는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다. 그리고 교육기관이나 다중 이용시설은 거리별, 이용 빈도수 등을 분석하여 적절히 위치를 안배하면 될 것이다. 동마다 하나씩 있는 주민센터보다는 학교가 학생․학부모 및 주민들의 접근성이 더 좋기 때문이다.
다만 학교는 방과후 무인민원발급기를 운영할 경우 관리상의 문제점인 보안, 고장 등의 문제가 있으므로 24시간 가동은 어렵다. 민원인들의 편의를 위해 저녁 8시경까지 운영하되, 발급기를 별도의 안전부스에 배치한 후 폐쇄회로 TV 등으로 감시하는 등의 대안을 제시해 본다.
이처럼 무인민원발급기를 교육기관 등에 확대 설치할 경우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
첫째, 학생․학부모를 위한 교육행정 서비스 만족도를 높일 수 있고, 교육기관에 대한 이미지 제고도 거둘 수 있다. 더욱이 주민센터 민원발급 업무를 학교에서도 할 수 있다면 주민 편의 도모도 가능할 것이다.
둘째, 증명발급 등에 든 행정력을 교육지원에 투자할 수 있다. 행정실에서 단순 업무를 줄이고 교육행정 고유 업무에 집중한다면, 좀 더 다양한 교육지원도 가능해지면서 교육력 제고에도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공표한 「정부3.0」의 정책에 부응하는 정책 실현이 될 것이다. 국민에게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작은 발걸음이 될 행정이 교육기관에도 무인민원발급기를 설치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