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거주하는 국민도 지방에 거주하는 국민도 모두 대한민국의 국민이며, 동등하게 행복할 권리를 갖고 있다. 박근혜정부의 국정지표인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은 지방이 느끼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의지를 잘 담고 있다고 본다. 또 지방정부나 대학들이 당면한 문제기도 하다.
교육기관은 지역발전 핵심요건
지방이 발전하려면 정주요건이 중요하다. 정주요건의 첫째 항목은 양질의 취업시장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며, 둘째 항목은 양질의 교육기관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우수한 의료 환경’, ‘다양한 문화 활동’ 등을 꼽는다.
취업시장은 인구가 모여들어 정착하도록 동기를 유발하는 효과가 있고, 양질의 교육기관은 모여든 인구가 이탈하지 않고 그 지역에 뿌리내리는 역할을 한다. 얼마 전 시안이 발표된 ‘고등교육 종합발전방안’이나 ‘지방대 육성방안’에서 우리는 이런 문제에 대한 정부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우리 고등교육 시장이 당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는 급격하게 감소한 학령인구에 비해 입학정원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단순한 시장경제논리로 본다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대학은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이기 때문에 그냥 시장논리에 맡겨도 된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국가정책의 딜레마가 있다. 수도권 집중화로 인해 경제는 물론 교육에서도 지방의 경쟁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는데 대부분의 국립대는 지방에 소재하고 있다. 그러니 지방의 떨어진 고등교육 경쟁력을 어떻게 높일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와 이에 대한 구체적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나라 국립대의 구조를 보면 해양대, 체육대, 교육대 등과 같이 특수한 분야의 인력을 양성하는 특수목적대학이 있고, 나머지는 일반 종합대학이다. 과거에는 평생교육을 실현하기 위한 산업대학이 있었지만 최근에 모두 일반 종합대학으로 체제가 개편됐다.
일반 종합대학은 소위 거점국립대학이라는 대형 대학과 지역중심국립대학이라고 하는 중형 대학으로 구성된다. 물론 대학의 규모면에서 경계가 모호한 대학들이 있지만 이들 국립대의 공통점은 지역사회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중·소도시에 있는 국립대들이 그 지역사회에 미치는 사회적 영향은 매우 크다. 따라서 지역주민의 행복과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국립대를 육성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진행된 과정을 보면 정부 정책에 큰 그림이 부족하다. 따라서 먼저 ‘국립대학법’을 제정해 우리나라의 고등교육에서 국립대가 수행해야 할 역할을 명확히 정의해 주길 바란다. 더 나아가 국립대의 인력양성 비중을 상향조정해 국가가 통제하는 반면에, 사립대에는 자율권을 부여해야 한다. 물론 교육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부실 사립대는 철저하게 퇴출시켜야 한다.
둘째, 국립대 사이의 공정한 경쟁구조를 확립해야 한다. 거점국립대에 비해 지역중심국립대는 전임교원확보율이 10% 이상 낮으며, 교사확보율도 30% 이상 떨어진다. 학생들의 후생복지시설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런 교육인프라의 차별적 요소를 우선 해결하고 경쟁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백화점식 학사구조 탈피해야
셋째는 국립대 구성원이 변화해야 한다. 학생수가 2만 명인 대학과 8천 명인 대학이 유사한 형태의 학사조직을 갖고 동일한 방식으로 대학을 운영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특히 중규모의 지역중심국립대들은 기존의 백화점식 학사구조에서 탈피해 각 대학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지역사회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꼭 필요한 분야를 위주로 특성화시켜야 하며, 각 대학이 부족한 부분은 지역대학간 연계를 통해 보완해야 한다.
정부에서도 ‘스스로 알아서 하라’고 하기보다는 미래 고등교육의 큰 그림을 그린다는 차원에서 심도 있는 정책연구를 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