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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담임교사는 모두 연구부장이다

하나의 비전, 교육 목표 같아도
학급마다 다른 교육과정 재구성

경북 이산초 ‘ISAN 솔씨 프로젝트’


‘소나무 골든벨’이라는 학교특색사업에 참가하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을까.

한 학교에서 진행되는 행사라면 전 학년이 같거나, 학년 별로 차이가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경북 이산초는 학급별로 모두 다르다. 6학년은 창체, 5학년은 선비정신 프로젝트기반학습(사회+국어+창체), 4학년 과학, 3학년 식물탐구 프로젝트기반 학습(과학+미술+창체) 등으로 학년별로 다르고, 학급 마다도 달라진다. 이렇게 하나의 특색 사업을 반별로 각각 운영하는 것은 바로 이산초 담임교사들이 학급별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기 때문이다.

9일 평가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교사의 학교수준 교육과정 편성․운영 역량 탐색 세미나’에서 주목받은 이산초 사례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원장 성태제)이 올해부터 3년간 진행하는 ‘학교에서 교육과정을 계획하고 실행하면서 자율성과 책무성을 갖기 위해 교사가 갖춰야할 교육과정 편성․운영의 전문성은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연구의 초기 단계에서 발표된 이산초 사례는 국가나 학교 뿐 아니라 교사 수준에서 교육과정 재구성이 이뤄지기 위해 필요한 전문역량은 교장의 리더십과 교사들의 열정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이산초는 영주댐 수몰 지역에 위치한 폐교위기의 학교였다. 공모로 부임한 신영숙 교장(사진)은 학교를 살리기 위해 지역 이슈를 반영한 특색교육과정에 승부를 걸었다. ‘360° 소통하는 창의인재의 핵심역량(창의성, 인성, 문화적 감성) 기르기’를 교육과정 운영의 목표로 삼고, 능력을 키울 학습 내용으로 녹색·선비, 칭찬·나눔, 공감·소통, 상상·창의 등 4개 대 주제를 선정, 교과 내, 교과 간, 교과-창체 융합 등 프로젝트 기반 학습(PBL)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해 지역사회 인사 참여 하에 ‘이산(ISAN) 솔씨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담임교사들은 학교 교육과정과 학년 교육과정의 관련성을 검토해 학년·학급 단위의 프로젝트 주제를 선정한 후 △CRM(창의체험자원지도-창체+교과) △STEAM(교과융합-과학+예술교과) △MI(다중지능이론-국어과+예술교과) △ME(학교 행사와 연계-교과+창체, 창체 하위 영역 간 통합) 4가지 형태의 매뉴얼에 따라 교육과정을 재구성해 연간 진도표를 짰다. 이 과정에서 학교 프로젝트가 어떻게 학급 프로젝트에 녹아들었는지도 확인해 연계성도 공고히 했다.

교육과정 편성·운영이 오롯이 부장교사들의 몫으로 아무리 열심히 만들어도 대부분의 학급 담임교사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는 반면, 이산초 교사들은 학교교육과정에 맞춰 학급별로 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하기 때문에 모두가 부장교사인 셈이다. 신 교장은 “학교교육과정은 학급교육과정을 통해 실현된다”며 “담임의 교육과정 편성·운영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산초는 이렇게 다양하고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통해 ‘100대 교육과정 우수학교’에 선정되고 학생들이 다시 찾아오는 학교가 됐다. 학생·학부모의 교육과정 및 학습 만족도가 85%로 높게 나타났고, 교사들의 만족도도 87%에 달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오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신 교장은 “무엇보다 교사들을 설득하기 어려웠다”면서 안정적인 정착 비결로 맨투맨 방식 연수를 꼽았다. 교무부장과 연구부장이 1대 1로 학교 교육과정의 비전에 맞춰 담임교사가 학급교육과정을 재구성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하고 도왔다는 것. 그래도 부족하면 교장이 직접 나서 1대 1 연수를 했다.

성공을 좌우 하는 것은 ‘분위기’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이산초는 이를 위해 신학기가 시작되는 3월이면 매일 30분씩 학교 비전을 공유하고 방향을 설정하는 시간을 가졌다. 신 교장은 “우리나라 교사들은 최고 수준”이라며 “학급 수준에서 교사가 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하게 하려면 학교 풍토, 정책 마련이 교사 개개인의 역량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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