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권은 국민의 기본권보장에 관한 헌법의 최고원리로서 국가가 입법을 하거나 법을 해석하고 집행함에 있어 따라야 할 기준이며 국민의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다.
우리 헌법 제11조에서도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하고 차별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물론 차별이 존재한다고 하여 곧바로 평등권이 침해되는 것은 아니다. 평등권 침해란 합리적 근거가 없는 차별을 의미한다.
자격·임용시기 교수 못지않아
평등원칙 위반의 심사는 완화된 심사척도를 사용하는 경우와 엄격한 심사척도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완화된 심사척도는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자의적으로 다르게, 본질적으로 다른 것을 자의적으로 같게 취급하는지에 따라 판단하며, 엄격한 심사척도는 차별취급의 목적과 수단 간의 엄격한 비례관계가 성립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종래 기준이 명확하지 않는 상태에서 완화된 심사척도를 사용하기도 하고, 엄격한 심사척도를 사용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성별이나 종교, 사회적 신분과 같이 헌법에서 특별히 평등을 요구하고 있는 기본권 제한인 경우에는 엄격한 심사척도를 사용한다.
우리 초·중등교원의 정년은 62세고 대학 교원은 65세다. 본래부터 정년을 차등해 규정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교육여건, 국민적 열망, 젊고 활기찬 교육 분위기 조성을 위한 교직사회의 신진대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10여 년 전 대학교원의 정년은 그대로 둔 채 초·중등교원의 정년만 3년 단축해 62세로 설정한 것이다.
헌법재판소도 2000년 당시 입법자의 이런 교육 정책적 판단과 결정은 나름대로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교사와 교수의 차별을 합리화할 수 있는 근거로 교사의 임무는 학생을 교육하는 일이지만, 교수의 임무는 학생을 교육·지도하고 학문을 연구하는 일이므로 임무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고 했고, 교사는 대학을 졸업하면 자격요건이 충족되지만 교수는 자격요건이 엄격하다고 해 자격기준에 차이가 있다고 했다. 또 교수의 경우 최초 임용연령이 교사보다 상대적으로 고령이라는 이유로 평등권이 침해된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당시의 사회·경제적 여건을 미뤄 보면 수긍이 가는 면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교육계 상황은 크게 다르다. 교사는 대학을 졸업해도 경쟁률이 치열한 임용시험을 거쳐야 해 교수의 자격과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자격기준으로만 본다면 교사는 오히려 교원자격증이 요구되지만 교수는 자격증 없이도 임용될 수 있다. 또 수년의 응시기간이 지난 후 임용되므로 초임 연령이 교수보다 낮은 것만도 아니다.
그렇다면 당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서 차별의 근거로 제시한 인적집단의 임무, 자격기준, 임용과 승진 등이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국가정책이나 재정난 등을 이유로 입법자가 자의적으로 다르게 판단한 것은 아니었는지, 차별취급의 목적과 수단 간의 엄격한 비례관계가 성립됐는지 재검토해야 할 것으로 본다.
헌법상 기본권인 평등권을 현재의 상황에 따른 법리해석으로 재조명하지 않고 정책적 필요에 의해 교사의 정년만 현시점에도 계속해 차별을 유지하고 있다면 임무와 임용과정을 포함한 자격요건의 차이를 기준으로 한 평등권 침해로 볼 수 있겠다.
사회적 여건 따라 판례도 변해
사회적 여건이나 상황이 변하면 법리해석을 다르게 할 수 있어 판례도 변한다. 그 예로 헌법재판소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경우 공무원직에서 당연히 퇴직하도록 한 지방공무원법 제31조가 공무담임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10여년 후에는 과도하게 공무담임권을 침해했다고 해 위헌 결정했다. 사회적 여건이 변해 운전을 하는 공무원이 늘어나고 운전 중 순간적인 과실로 사고가 발생한 경우도 공무담임권을 박탈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미의 변경 판결이다.
이와 같이 교원 정년관련 조항에 대한 해석도 사회적 여건과 인적집단의 성격이 변화됐으므로 변경의 여지는 충분히 있다. 근래에 외국의 주요 선진국은 고령화시대에 대비해 정년을 높이거나 폐지하는 추세고, 우리나라도 최근에는 국회에서 근로자의 정년연장을 의무화하기로 의결했다. 사회적 여건이나 상황이 변하면 법리해석을 달리해야 하므로 교원정년을 차별하고 있는 현행법규가 초·중등 교원의 평등권을 침해하지는 않는지 헌법적 재조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