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가 들어선지 어언 4년이 지났고 이해찬씨가 교육부장관으로 재직하면서 각종 '교육정책’이란 것들, 예를 들면 교원정책이니 대학입시 정책 등을 쏟아내던 시절도 지나간 오늘의 교육현장에는 치유하기 힘든 수많은 상처의 흔적들만이 고통을 더욱 증폭시키면서 아직 그대로 남아있는 실정이다.
교육현장을 제대로 모른 채 무리하게 여론을 앞세워 형성되고 집행된 교육정책이 얼마나 엄청난 후유증을 가져오는가를 보여주는 증거의 하나로 한국교육사의 정책형성과 집행의 역사에 길이 기록될 것이 분명하다.
최근에 대두된 '교원정년연장’문제를 놓고 벌이는 여론몰이 식의 정년연장 반대를 보면서, 소위 ‘여론조사’라는 것이 과연 얼마나 교육계의 현안문제해결에 유용한 것인지를 몇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보고자 한다.
먼저 교원정년 연장문제를 여론조사로 결정해야 할 것인지, 또는 교육논리로 풀어가야 할 것인지 하는 문제이다. 사회의 각각 당면한 현상과 문제들은 그 자체가 갖는 특수성과 전문성이 있으며, 그것에 따라 접근하는 방식과 해결방법도 각기 다르게 찾아야 하는 것은 굳이 사회과학의 다양한 방법론을 들먹이지 않아도, 하나의 상식일 따름이다.
최근 한국갤럽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대한 여론조사(여론조사에 대한 인식과 태도)'에서 실업문제나 공해문제 같은 사회현실에 관한 여론조사의 유용성 평가정도는 85%를 넘지만,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 관한 유용성은 25%에 지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여론조사의 유용성문제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에 하나의 시사점이 된다.
그렇다면 ‘교원정년연장’에 관한 '여론조사에 대한 여론조사'는 과연 어느 정도의 유용성을 나타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유용하지 않다’는 부정적 인식이 높게 나타날 것인지, 아니면 ‘유용하다’는 긍정이 높을 것인 지의 문제이다. 다음은 여론조사의 신뢰도에 관한 문제이다.
전국 1500명의 표본크기로 전체국민의 여론을 알 수 있다고 보는 응답자는 25.7%이며, 불가능하다는 답변은 63.6%로, 표본조사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한국갤럽조사) 그런데 지난 달 28일 정년연장안이 국회법사위를 통과한 날, 참교육학부모회 측은 초중등교원 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라며 `교원의 55.2%가 정년연장을 반대한다’는 내용을 보도자료로 언론에 배포했고, 이것을 공영방송 TV에서는 그대로 보도, 정년연장을 현직 교원들도 대부분이 반대하는 것으로 보이게 했으며, 결과적으로는 집권당과 정부의 정년연장 반대논리에 일조하는 역할을 하였다.
1500명의 표본도 전체여론을 알기에는 불가능한데 절반도 안되는 600명으로 가능하다는 것인가? 최근(12월 3일~6일) 한국교총은 전국 초중고 교원 3만7963명을 표본으로 정년연장에 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바, 72.2%가 정년연장에 찬성하고 있으며, 반대는 27.8%로 나타났다.
표본 수 600명과 1500명, 그리고 3만7963명을 비교해볼 때 과연 어떤 표본이 신뢰도가 높은가는 자명한 일이다. 또한 이러한 `교총’의 조사결과를 특히 공영TV에서 어떻게 보도할지 또는 보도조차 안 할지는 매체의 공정성과 관련하여 앞으로 지켜 볼 일이다.
이러한 `여론조사’의 본질적인 문제점을 외면한 채 '정년연장'문제를 논리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여론몰이 식으로 끌고 나가는 현실과 여야가 정치논리에 휩쓸려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은 결국 근본적인 해결에 도움이 안 돼 더욱 안타까울 뿐이다.
꽁치는 먹어봤지만 꽁치어장은 어디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수산정책을 세우고, 컨테이너 박스와 교실을 구별하지 못하고, 학교는 가보았지만 교육을 모르는 사람이 교육정책을 수립하는 불행한 시대가 끝나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