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1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제28차 아세안교원연합(ACT) 총회에 참가했다.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이 행사는 매우 유서 깊은 국제교육공동체대회다.
이번 대회에서 우리나라는 아세안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정식 회원국 자격을 얻게 됐으며, 앞으로 더욱 활발한 국제교류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돌아왔다. 이는 지난 3년간 참관국의 자격으로 꾸준히 참가하며 정성을 들인 결과이자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인 외교적 성과라 할 수 있다.
총회의 공감 키워드는 윤리
그러나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한국교총의 정식 가입으로 인해 자신들의 입지가 흔들릴 것을 우려한 국가들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에는 한국교총 안양옥 회장이 해당국들과 외교담판을 벌여 ACT 회원국들이 오히려 한국에 대해 우호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게 됐다. 그에 따라 차기 의장국인 말레이시아는 2013년 대회를 개최하면서 ‘ACT+1'이라는 명칭을 쓰게 됐다.
공식 일정 셋째 날 각국의 문화공연 시간에 교총 대표단은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말춤을 추면서 공연을 펼쳤다. 이미 많은 나라에서 강남스타일을 알고 있을 거라 생각은 했지만, 그 반응은 정말 뜨거웠다. 음악이 흐르고 대표단의 공연이 시작되자 일천여명의 관객들이 일제히 플래시를 터뜨리며 촬영을 했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춤을 따라 해보는 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무대로 올라와서 같이 춤을 추며 흥을 북돋았다.
총회 대주제는 ‘양질의 교육과 인성교육을 위한 교사의 전문성’이었다. 각국에서는 이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발표를 했지만, 이번 총회의 공감 키워드는 전문직 윤리로 정리됐다.
각국의 주제발표에서 많은 국가들이 전문직 윤리에 관해 발표를 했다. 의장국인 인도네시아는 ‘인도네시아 교원윤리헌장’을 발표했고, 차기 의장국인 말레이시아도 ‘교원 전문직 윤리’를 발표했다. 라오스를 비롯한 여러 나라들도 전문직 윤리에 관해 중점적으로 다뤘다. 윤리야말로 교육의 본질을 직접적으로 추구하는 교원의 모범을 요구하는 것이기에 이번 총회 주제에 부합될 뿐만 아니라 교사의 지도권이 흔들리고 있는 현 시점에서 학생들에게 인간의 바람직한 태도를 몸소 보여주고 선악의 기준을 눈앞에 제시할 수 있는 대안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ACT총회의 공식 일정 첫날, 인도네시아 발리의 한 한국인 선교사가 세운 사립학교인 발리에서 가장 유명한 사립초등학교인 임마누엘 학교도 다녀왔다. 이 학교는 발리 지역의 다른 학교에 비해 시설이 상당히 좋은 학교라고 알려져 있었지만, 우리가 갖고 있는 프로젝션 TV, 인터넷, 실물 화상기 등의 기자재도 없었고, 냉난방 시설이나 사물함조차 없었다. 우리나라 학교에 비하면 여전히 열악한 환경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수업을 하고 있는 교실 안의 분위기는 열악하지 않았다. 대표단이 방문한 4학년 교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도 교육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공감대가 흐르고 있었다. 학생들 하나하나가 교사의 말에 집중했고, 교사가 말하거나 친구가 발표하는 도중에 다른 곳을 쳐다보거나 딴 짓을 하는 학생도 없었다. 건반도 고장이 나 있는 오래된 멜로디언으로 합주를 할 때도 학생들은 자신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끝까지 집중했다.
교육의 방법보다 본질이 우선
ACT 총회를 다녀온 후 우리 교육의 기초와 기본을 되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지식의 내용이나 교육의 방법만을 중시했던 과오를 다시 범해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 옛날 우리의 선생님들이 우리에게 사랑과 관심으로 가르치던 윤리이고, 그 관심을 감사하게 받으면서 선생님을 사랑하고, 선생님의 생각도 사랑하던, 잃어버린 윤리다. 스승의 관심을 받고 스승을 사랑하며 더불어 스승이 가진 지혜도 사랑하는 제자들이 가득 찬 행복한 교실을 꿈꿔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