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공모제는 지역의 다양한 여건과 단위 학교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교장을 초빙해 학교의 책임경영을 맡기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다. 하지만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당초 도입 취지와 달리 많은 문제점이 도출되고 있다. 그 문제점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교육감 꼭두각시 노릇 교장
첫째, 선발의 공정성에 대한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단위 학교의 특성에 맞는 교장을 초빙한다는 명목 하에 ‘교장공모심사위원회’가 설치·운영된다. 하지만 교장공모심사위원회는 학교운영위원회가 이름만 바꾼 것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학교운영위원회는 구성원 대부분이 교육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학부모들과 학교 운영의 의지보다는 자신의 신분상의 필요에 의해 비자의적으로 선발된 교원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학교 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점을 이용해 초빙교장을 사전에 내정하거나, 자신의 필요에 맞는 사람에게 유리한 조건을 내세우기도 한다. 또 심사 과정에서 공정성을 잃고 편파적인 심사를 행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부당한 거래가 이뤄져 적발된 경우도 있다.
일부지역의 경우 교육감의 정치적 성향에 편승하는 특정 세력들이 정상적인 과정의 승진구조를 거치지 않고 편법으로 승진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어떤 시·도는 교장자격연수 요건을 대폭 완화해 자격연수 대상인원을 늘렸고, 해당 시·도에서는 교장 승진에 극심한 적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특정 세력들은 또 교육감의 시녀로서 자신의 의지보다는 교육감의 정책에 대한 꼭두각시 노릇을 하기도 한다.
둘째, 교장공모제를 도입한 학교들이 가시적 발전이나 개혁을 이룬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초빙교장들이 일회성 전시행정 사업을 남발하거나 교장 자신이 학교운영위원회의 꼭두각시로 전락해 복지부동하는 경향이 있다.
초빙교장의 경우 4년이라는 제한된 재임기간 동안 가시적 성과물을 제시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오히려 단위학교의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일회성 전시행정 사업에 치중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경기도 모 초교의 경우 전교생이 90여명 밖에 되지 않는 소규모 농촌학교임에도 불구하고 ‘골프특성화학교’라는 명목 하에 2억원 가까운 교육청 예산을 들여 골프연습장을 설치했지만 활용도는 미비했다. 그나마 해당 교장이 퇴임한 이후에는 관련 사업이 유지되지 못해 결국 골프연습장은 방치되고 유지·보수 예산만을 낭비하는 퇴물로 전락했다. 따라서 학교교육과정의 정상화나 단위학교 사업의 연속성을 위해서도 초빙교장보다는 임명제교장의 비율을 높이는 것이 타당하다.
승진욕구보다 줄 서기 조장
셋째, 교장공모제는 교원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일반 교사들의 승진욕구를 감소시킨다. 교사가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승진의 기회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일찍부터 소위 ‘줄을 잘 서야 한다’는 의식이 교직사회에 만연하게 된다면 대다수의 일반 교사들은 일찍부터 승진을 포기하게 되고, 이는 교사들의 경쟁력 감소로 나타날 것이다.
넷째, 교장공모제는 지나친 행정력의 낭비를 초래한다. 교장공모제는 교장을 공모하는 과정과 심사·선발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런 과정을 거쳐 선발되는 교장의 경우에도 학부모들의 반발이나 문제제기 등을 통해 결국 새로운 교장을 선발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낭비되는 행정력은 결국 해당학교나 교육청의 피해로 돌아가게 된다.
이번에 개선안에서 교장공모제의 비율을 낮추고, 1인 지원학교의 경우 공모제를 취소하거나 승진형 교장을 임용하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교장공모제의 학교 비율을 점차적으로 줄여 교장공모를 개혁이 필요한 일부 학교에 한정해 시행하고, 해당학교의 문제점을 해결한 후 공모교장의 임기가 만료되면 다시 승진형 교장을 임용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 또 교장공모제 심사의 과정에는 외부인사로 구성된 교장공모심사위원회를 구성해 단위학교의 입김이나 교육감의 영향력을 줄여 공정한 선발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