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는 당안(档案)이라는 것이 있다. 외국인들에게는 생소하겠지만, 중국인들에게는 익숙한 것이다. 당안은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방면에서 보존가치가 있는 문서 등을 모아놓은 것을 말한다.
그런데 중국에서 당안은 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왜냐하면 보존가치가 있는 문서 등을 보관하는 경우도 있지만, 개인의 일생 동안의 활동내역도 당안에 기록돼 보관되고 취업 등에 활용되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현대판 족쇄 같은 성격도 있는 것이다.
중국에서 모든 성인은 개인당안을 하나씩 갖고 있다. 이것은 그림자처럼 일생 동안 개인을 따라 다닌다. 개인당안 속에는 개인의 주요경력, 정치적 입장, 도덕성 등 개인의 상황에 대한 기록과 졸업장 등 참고자료가 보관돼 있다. 개인이 진급하거나, 보험신청, 전직을 하는 경우에도 모두 당안이 필요하다. 당안이 없는 경우 단위나 기업에 취업할 때 불리하다.
당안이 개인에게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는 다음과 같은 사례가 증명해준다. 장 모 씨는 모 회사의 영업담당 책임자였다. 그녀는 회사의 위탁을 받아 한 무역회사로부터 수정 재떨이를 구매했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무역회사로부터 뒷돈을 받았고, 이를 알게 된 회사는 그녀를 해고했다. 이에 불복한 그녀는 법원에 해고무효소송을 제기했고, 그 결과 회사는 패소해 그녀에게 12만9000 위안의 보상금을 지급했다. 소송 완료 후 그녀는 다른 직장을 찾기 시작했는데 웬일인지 모든 회사가 그녀를 거절했다. 그 이유는 원래의 회사에서 그녀의 개인 당안에 법률 기율 위반 사항과 처분 결정을 집어넣었던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개인당안속에는 어떤 내용이 포함돼 있을까. 한마디로 개인에 대한 모든 활동내역이 있다고 보면 된다.
우선 대학졸업생의 개인 당안철에는 고교 학적카드, 성적표, 표창, 공산당 입단지원서, 기타 관련자료 등을 포함한 고교 시절의 각종 자료와 입학지원서, 입학시험성적, 체격검사표 등 대학입학 관련자료 그리고 학생등기표, 성적표, 소질교육과정 성적표, 체격검사표, 군사훈련표, 취업통지서, 각종 상벌자료, 공산당원 자료 등 대학 재학 중의 각종 자료가 총망라돼 있다.
대학 졸업 후 사회에 나가게 되면, 이 당안철에는 개인의 사회적 활동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 내용이 기록된다. 여기에는 채용, 근무처, 훈련, 시험성적, 징벌, 유관 개인경력, 정치사상, 업무능력, 업무수행중의 대인관계 등을 기록하고 있다. 한마디로 개인의 사회생활 중 얻어지는 모든 내용이 기록된다. 이렇게 기록된 자료가 직장을 옮길 경우 같이 옮겨가게 되는 것이다. 중국의 관련 규정을 보면 근로자가 근로 장소 변경, 사직, 계약해지 혹은 해직 등이 있을 경우 해당 기업이나 단위는 반드시 1개월 내에 새로운 근무처 혹은 개인의 호구가 소재한 곳에 당안을 보내도록 하고 있다.
그러면 중국은 왜 이렇게 엄격한 당안제도를 운영하는 것일까. 아마도 중국정부는 당안을 통해서 개인의 활동상황, 정치적 입장 등을 파악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국의 특수한 사회 체제가 만들어낸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당안의 존재는 개인의 직업의 자유를 구속하는 것은 물론 사생활을 침해하는 측면을 가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개인당안이 쉽게 없어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제도는 사회적 산물이고, 당안 역시 사회 체제와 벗어나서 존재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개인의 민주적 의식이 강해질 경우 당안이 갖는 구속력에 대한 반발심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개인당안에 대한 중국정부 차원의 개선방안 모색이 이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