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모의고사를 치루면서 1점이라도 더 높은 점수를 얻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학생들을 보고 있노라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교육을 통해 사회적 지위와 신분을 변동시킬 수 있다고 맹신하는 기성세대들이 만들어낸 피해자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입시열풍의 원인은 명문대학을 나와야 신분을 상승시킬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이 저변에 깔려 있는 데 있다. 사람들은 초고속 정보화시대에서는 학력보다는 능력이 우선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명문대라는 꼬리표가 달려 있으면 같은 분야를 개척해도 좀 더 쉽고 빨리 정상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 여러 학부모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생각이니 부인할 수만도 없다. 소위 명문대를 나온 이들이 그들이 가지는 인맥과 그에 따라 획득할 수 있는 정보는 일을 더 수월하게 하는 방편이 된다는 것이 기성세대들의 생각이다.
그런 가운데 우리나라 교육의 병폐로 지적돼 왔던 점수만으로 학생을 서열화하고 줄 세우는 경직된 패러다임을 벗어나 학생들의 다양한 재능, 끼, 심지어 경력까지 인정하기 위한 수시제도가 도입돼 입시의 중심축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수능 등급이 충족되지 않으면 수시에서도 최종 탈락하는 것이 또한 현실이고 그래서 수능의 중요성도 무시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제 학생들이 준비한 기량을 드러낼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다. 실력이 출중한 학생은 그동안의 노력에 대해 보람과 자부심을 느낄 것이다. 반면 그동안 공부에 필요한 절실한 목표의식과 동기부여가 부족해 좋은 점수를 못 얻는 학생도 생길 것이다. 만족스런 점수를 얻을 자신이 없는 학생은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며 미래를 다짐하는 시간을 갖도록 해야 한다. 왜냐하면 수능은 결구 삶의 축소판이기 때문이다.
수능 성적은 어떻게 보면 학생들이 12년 동안 쏟은 끈기와 열정의 결과물이다. 그동안 목표를 세우고 실천을 하면서 의지를 불태운 성과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앞으로 제자들이 사회에서 어떤 상황에 임하더라도 마찬가지다. 그런 면에서 수능은 치열한 경쟁에서 뿌린 노력만큼만 인정을 받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문제를 풀면서 기초를 단단히 닦아놓지 않았다면 실력이 흔들릴 수 있다. 인생 역시, 삶의 기초가 흔들리면 인생 모두가 흔들린다. 진로에 대한 확실한 소신, 자신의 흥미와 가치관에 대한 소신, 인격적인 소양,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교양. 이 어떤 것도 소신과 주관이 탄탄하게 잡혀있지 않으면 삶의 현장에서 비바람을 맞을 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상위권을 유지하는 학생들은 치열한 경쟁을 인식하고 있다.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빽빽한 학습과정을 이겨내고 시험에 임한다. 못 푼 수학문제가 있으면 완벽하게 풀지 않고서는 잠자리에 들지 못할 정도의 확고한 의지와 철저한 자기관리의 주인공들인 것이다. 사회에서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완성하기 위해 자신을 다그치고 철저히 관리하는 확고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학생 때 이런 성취감이 쌓여야 자신의 인생에 대한 자신감이 배가돼 삶을 즐길 수 있다.
수능문제는 기본개념을 바탕으로 응용하고 적용하는 사고력을 테스트한다. 개념이해에만 머문 학생은 응용력이 떨어져 고난이도의 문제를 푸는데 서툴다. 이렇게 다양한 원리를 시사적인 쟁점이나 생활에 연관시키려는 노력이 사회에서의 적응력을 키울 수도 있다. 물론 수시의 논술이나 면접도 충분히 대비할 수 있는 역량의 바탕이 되기도 한다.
이는 또 사회에서 요구하는 의사소통 능력으로 발전될 수도 있다. 아이디어회의, 발표와 보고서 작성, 논쟁에서 자신의 소신과 주관이 일관된 논리를 바탕으로 펼쳐져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이번 수능에서 만족할 만한 점수를 얻지 못한다 하더라도 제자들에게 결의를 다시 한 번 다지도록 하자. 다음 번 인생의 수능에서는 진정한 진검승부를 겨누어 보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