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정년이 1년 연장됐다. 환영과 불만의 목소리가 교차한다. 그런데 정년연장을 우려하고 반대하는 측의 말을 듣다보면 다소 섭섭한 측면과 억측인 것들이 있다. 그 선두에는 일부 학부모 단체가 있지만 그들의 주장을 여과 없이 보도하고 진실을 왜곡하는 방송사, 신문사가 있다.
이 땅의 모든 교사가 국민의 스승이 될 만큼 뛰어난 인품의 사람들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적어도 교사란 자리는 다른 직장이 구조조정을 할 때 같이 잘려나가야 하고 젊은이가 직장을 구하기 어려운 때에는 그들을 위해 자리를 비켜 서야하는 그런 직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학부모들이 선생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부터 아이들은 선생을 존경의 대상에서 지우기 시작했고 선생들은 힘을 잃으며 그저 지식의 전달자로 추락한 것이다. 비록 그 능력이 뛰어나지 못하더라도 존경받는 선생은 제자에게 인간의 틀을 전할 수 있지만 존경받지 못하는 선생은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져도 지식의 전달자 역할을 벗어날 수 없다.
정년이 타 직종보다 길다는 것은 그런 의미로 사회가 선생을 존경하는 하나의 표현이었고 선생들의 긍지였었다. 물론 제자와 학부모가 보내는 존경의 손길을 거두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든 많은 선생님들이 있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럴수록 질책과 격려를 아끼지 않아야 할 신문과 방송사가 60대 교사는 모두 농경사회의 지식을 가진 자이기 때문에 정보화시대의 청소년을 바르게 가르칠 수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야말로 교육에 대한 `단견'을 드러내고 국민들의 의식수준을 낮추는 꼴이다.
더 큰 문제는 정년환원이 현장에 실효가 없다고 보도 행태다.
보도대로 1559명의 교장, 교감이 퇴직하면 아이들을 가르치던 교사가 그만큼 가르치지 않는 교감, 교장으로 승진하여 자리가 비게 될 것이며 그 자리에는 새로 교사를 충원해야 한다. 아마도 기간제 교사나 중초교사로 꾸역꾸역 채우거나 교담교사를 다 없애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정년 1년을 환원하면 그만한 사람을 붙들 수 있고, 그래서 새로 없는 자원 2000여명을 채우느라 아귀다툼을 하지 않아도 되는데 어째서 효과가 없다고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야말로 잘못된 근거를 바탕으로 한 정부의 불순한 홍보를 그대로 강변한 것이다. 정말 사회를 선도하는 언론답지 못한 행태다.
이 나라 유수한 6,70대의 지도자들, 수많은 60대 대학교수들, 신문사의 60대 고위 간부들, 그들은 농경지식의 소유자가 아닌데 왜 60대 교사만 농경사회지식에 머물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교육은 필요한 것을 가르쳐 알게 하는 것이다. 다소 학부모가 원하지 않는 것이라도 `진정한 교육'을 학부모들에게 설득하고 선도해야 할 언론이 학부모가 젊은 선생을 원한다고 그렇게 해주라는 식의 주장을 한다면 어떻게 제 역할을 다한다고 할 것인가. 또 이미 퇴직한 교사와의 형평성이나 학부모의 뜻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말을 하지만 정부의 잘못된 정책은 더 나빠지기 전에 시정하는 것이 오히려 위정자의 할 바다. 고령교사 하나면 젊은 교사 2.5명을 채용할 수 있다는 약속이 어디 지켜지기나 했는가?
일부 교사의 촌지수수, 학생폭력 등을 대서특필하는 언론과 모든 교사를 범죄자 다루듯 지시하는 정부의 행태에 국민까지 세뇌돼 이젠 학부모들도 교사의 편이 아니다. 이런 잘못된 바탕에서 정년환원 반대서명을 하는 참교육학부모회는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 도대체 그들이 원하는 것이 아이들을 위한 참교육인가, 선생들을 자기들의 뜻대로 움직이는 것인가?
늙어도 열심히 배우고 뛰면서 가르치는 선생이 있고 젊어도 노는 선생이 있기 마련이다. 진정한 참교육을 원한다면 노 교사들이 남아서 젊은 선생님들과 함께 인성교육을 하게 하고 아이들의 활동력과 선진지식을 위해서는 법정 전담교사 수의 확보 및 확대를 위한 서명에 노력해야 할 일이다. 그런 연후에 아이들에게 부적합한 교사는 물러가라고 요구해야 할 것이다.
일부 언론과 학부모회는 교사 집단을 싸잡아 비난하길 멈추고 선생들이 한사코 놓지 않으려는 긍지를 북돋아 주어야 한다. 그것이 이 나라 교육을 바로 세우는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