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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私學 자유 보장해야 비리도 없다

사학의 자유란 국가가 아닌 사인이 공교육을 제공할 자유를 의미한다. 국가의 교육독점을 피하고 다양성을 보장하는 수단인 사학의 자유는 다원주의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전제조건이다. 이 사학의 자유는 학부모의 학교선택권, 사학의 학생선발권, 사학의 교사임용권이라는 형식을 통해 실현된다.

그런데 우리 현실은 어떤가. 부모의 선택이나 학교의 선발과 무관하게 지방자치단체의 결정으로 의무교육을 수행하도록 사립중학교에 학생을 “위탁”할 수 있다는 초·중등교육법 12조3항은 우리를 충격에 빠뜨린다. 사립고교에도 학교선택권, 학생선발권이 사실상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은 소름 돋는 일이다. 게다가 중등사학은 공립과 같은 수업료를 받는다. 국가가 수업료를 통제하면 공립학교 학생 1인당 지출되는 교육비에 상응한 재정결손보충금을 사학에 당연히 지급해야 하는데 그러지도 않고 있다.

일부 지식인은 지자체로부터 재정결함보조금을 받는 사학이 어찌 자유를 논하느냐며, 사학이 자유로우려면 영국이나 미국처럼 국가의 재정지원을 받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독일 사학은 월 200유로를 넘지 않는 범위의 수업료도 받고, 주정부로부터 공립학교 학생 1인당 교육비의 80~85%에 해당하는 재정결손보조금도 받는다. 다른 대부분의 유럽 사학은 수업료를 받지 않는 대신 공립학교 학생 1인당 지출되는 교육비와 동일한 금액을 지원받고 있다. 물론 학교선택권과 학생선발권은 보장된다. 공립보다 높은 수업료를 받는 일본 사학도 지자체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지만 사학의 자유는 보장된다.

다시 눈을 돌려 우리 중등교육의 현실을 보자. 아동의 70% 이상이 공교육의 내용을 사교육시장에서 구매한다. 거기에 수십조원이 지출된다. 아이들이 밤늦게까지 학원에 있으니 공교육은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다시 공교육에 대한 낮은 기대로 학부모는 더욱 사교육에 의존한다. 악순환이다.

혹자는 학교 서열화를 말하며 모든 학교를 평준화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 결국 공교육에 만족하지 못한 부모들은 자녀를 해외로 보낸다. 평준화를 주장하는 지식인과 지도층인사들도 정작 자기 아이는 고가의 수업료를 내는 특목고나 유학을 보내지 않던가? 모든 학교가 같을 때가 아니라 부모의 교육수요를 충족시켜 줄 좋은 학교가 많을 때 사교육 시장이나 해외로 아이들을 내모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사학의 자유를 인정하고 부모들의 교육수요를 충족시키려는 성실한 개별 사학을 신뢰하는 것이 사교육 의존을 둘러싼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길이다.

일부 지식인들은 사학의 자유를 보장하면 재단비리가 더 커진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재단비리는 왜곡된 환경의 부산물일 뿐이다. 사학법인은 학교를 설립·경영하기 위해 설립됐다. 건학이념을 보다 구체화하고, 학부모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교육정책과 목표를 수립·조정하는 일, 이 일을 잘 수행할 교사를 선발하고 재교육할 정책을 수립하고, 관리하는 일을 사학법인이 한다. 그런 사학법인의 합리적 경영비는 당연히 수업료와 재정결손보조금을 합친 학교회계에서 지급돼야 한다. 여기에는 상근임직원의 급여도 포함된다.

사학법인의 경영비는 수익사업이나 수익재산에서 나온 연간 수익금에서 경비와 법정부담금을 공제한 후 잔액이 있으면 그 때 충당하라는 ‘고등학교 이하 각급 학교 설립·운영 규정’ 14조는 이런 사학법인의 기능을 사실상 부정하는 것이다. 이런 규정이 사학법인을 비리로 내모는 진범이다. 법인의 합리적 경영비는 그 법인의 고유사업에서 나온 수입으로 충당해야 한다. 정책을 수립하고 감시하는 공무원의 임금을 국가·지방자치단체가 별도로 운영하는 수익사업의 수익금에서 지급하라고 할 수 없지 않는가? 사학법인의 고유사업은 교육이고, 거기서 나온 수입이 수업료와 재정결손보충금이다.

군부독재 때 이 땅에 민주주의가 없었지만, 정부는 헌법상 민주주의가 보장돼 있지 않냐고 답했다. 오늘날 사학의 자유가 없지만, 헌법재판소는 사학의 자유가 헌법상의 기본권이라고 하고 있다. 과거 방화를 일삼고 경찰서를 습격하던 과격파를 비판하면서 민주주의의 욕구를 잠재우려 했듯이, 지금 비리사학을 비판하면서 사학의 자유를 억누르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사학의 자유를 보장할 때 비리사학은 99% 없어질 것이다. 사학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지나친 사교육 의존과 조기과열경쟁을 잠재울 첩경이기도 하다. 사학을 독재국가의 암울한 터널 속에 더 이상 가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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