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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우리에겐 없고 그들에겐 있는 것

“학부모와 학생이 교사를 고발하고, 심지어 학생들이 장관을 고소하는 지경에까지 이른 지금의 ‘한국교육’엔 존경, 열정, 규율, 책임, 성숙 그 어느 것도 찾아 볼 수 없다.”

부끄러운 뉴욕 할렘 학교의 ‘한국식’ 성공

“우리 학교 학생들은 최고의 교사에게 배울 자격이 있다.”

세스 앤드류(사진·34) 데모크라시 프렙 스쿨 교장은 학교교육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이렇게 정의했다. 미국 뉴욕의 대표적 빈민가인 할렘가에 학교를 설립하고 한국식 교육을 도입해 유명세를 타고 있는 앤드류 교장이지만 그가 이야기하는 성공의 비결은 우리의 고개를 숙이게 만든다. 왜냐고? 그가 한국교육의 장점을 접목했다는 한국교육의 장점인 ‘규율, 존경, 열정, 책임, 성숙’이라는 다섯 가지 가치를 정작 이 땅의 학교는 모두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특히 ‘선생님에 대한 존경’을 최고의 한국교육 장점이라고 꼽는다고 말하는 순간에는 얼굴이 화끈거리기조차 했다. 앤드류 교장은 10년 전 천안 동성중에서 원어민 교사로 재직할 당시 교육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가르치던 교사와 그런 교사를 믿고 존경하던 학부모와 학생들이 인상 깊어 미국으로 돌아가 그런 학교를 만들고자 노력했다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그를 소개한 대부분 언론들이 밝힌 ‘한국교육의 힘’이다.




그런데 그가 소개한 ‘교사 존중’을 위한 데모크라시 프렙 스쿨의 노력은 한국 학교의 모습과는 상당한 ‘차이’가 존재했다. 앤드류 교장에 따르면, “한국은 위계질서와 격식을 요구하는 분위기지만, 우리 학교는 교사와 학생들이 친밀하다. 선생님에게 학생들이 물풍선을 던지는 행사도 있고, 교장인 나도 격의 없이 지내려고 이렇게 야구 모자를 쓰고 다닌다.”는 것이다. 이런 친밀함과 더불어 매주 학부모에게 학생 개개인의 교사에 대한 존경, 규율 준수 등 행동 보고서를 보내 확인시킨다고도 했다.

그럼 결국 보고서가 존경을 가져오게 한 것일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진짜 이유는 행동보고서라는 통제수단이 아니라 교사들의 헌신적 노력”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먼저 모든 교사들이 교재를 직접 제작한다. 성취도가 낮은 할렘가 학생들에게 일반 교과서가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준비한 교재가 그래도 충분치 못하다면 언제든 새로 교재를 만들 준비도 되어 있다. 평가도 엄격해 1년 단위로 재계약하고, 우수 교사는 연봉의 10%에 해당하는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그렇다고 성과주의에 따른 순위 경쟁을 시키는 것도 아니란다.

앤드류 교장은 ▲루브릭 평가 결과 ▲실제 수업활동 ▲생활지도 ▲동료교사와의 협력을 교사 평가의 기준이라고 밝혔다. 이 기준에 따라 각 분교의 교장은 매일 모든 교사의 수업을 단 몇 분이라도 참관해 평가하고, 그 결과를 3개월마다 교사들에게 알려 개선점을 찾도록 한다. 평가 결과가 일정 수준을 충족해도 점수가 지속적으로 하락한다면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 더 나아지기 위한 노력이 평가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빈민가 아이들에게 최고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교사에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더 나은 삶을 살고 사회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고자 당장은 대학갈 생각이 없더라도 2곳 이상의 입학허가를 받지 못하면 졸업장을 주지 않는 그의 교육적 성과를 ‘한국교육의 힘’이라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교사가 앞장서 성취도평가 거부 집회를 열고, 학생이 교사 머리채를 잡는가 하면, 수업시간에 잠을 자도, 밖에 나가도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 선생님을 예전처럼 때리기도 하고 이야기도 들어주는 선생님으로 되돌려 달라고 장관에게 호소하는 학생까지…. 그 뿐인가. 학부모와 학생이 교사를 고발하고, 심지어 학생들이 장관을 고소하는 지경에까지 이른 지금 한국교육엔 존경, 열정, 규율, 책임, 성숙 그 어느 것도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론이 아무리 호들갑을 떨어도 앤드류 교장 자신이 이 사실을 누구보다도 가장 잘 알고 있다는 것이 우리를 더욱 부끄럽게 한다.

“아이들에게 존경을 강요하면 반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학교 선생님들이 존경받는 것은 그냥 선생님이기 때문이 아니라 최고의 선생님이기 때문입니다. 실력도 뛰어날 뿐 아니라 학생들을 진심으로 아끼고 돌보며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모습을 아이들이 아는 것입니다. 한국의 교사 존경 가치관과 미국의 창의적 열정이 어우러진 우리 학교에서 할렘 아이들이 꿈을 가질 수 있게 됐습니다. 이제는 우리 학교의 꿈이 다시 한국에도, 나아가 전 세계에 희망을 심어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 데모크라시 프렙 스쿨=세스 앤드류 교장이 2005년 미국 뉴욕 할렘가에 설립한 학교. 차터 스쿨로 현재는 7개 분교와 2000명의 학생이 있다. 학생들은 전부 흑인 또는 라틴계이며, 80%가 저소득층, 75%가 한 부모 가정 출신이다. 그러나 성취 수준은 뉴욕 시에서 1등이고, 2곳 이상의 대학 입학허가를 못 받으면 졸업하지 못한다. 교훈은 “열심히 공부하자, 대학에 가자, 세상을 변화시키자!”다. 한국어 교과가 필수이고 탈춤, 사물놀이 등 한국문화교육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사진설명=학생들이 교사를 존경하지만 격의 없는 친밀함이 필요하다며 자신이 야구 모자를 쓰고 다니는 이유를 설명한 세스 앤드류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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