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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이야기> 참새와 아이들

"선생니임∼큰일났어요!"

출근하자마자 한 여자아이가 호들갑을 떨며 다가왔다. 일찍 등교한 아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 아닐까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숨을 가다듬고 차근차근 물어 보았다. 나팔꽃에 물을 주다가 화단에 죽어 있는 참새를 발견한 것이었다.

조금 뒤에 보니 죽은 참새를 둘러싸고 여자아이들 여럿이 모여 앉아 심각한 표정으로 무슨 얘기를 주고받는 것이었다. 나는 아이들 사이에 오고갈 이야기를 헤아려 보고 있었다. 이제 조금 후엔 누군가의 입에서 틀림없이 장례식을 치러야 한다는 말이 나올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은 전폭적인 동의를 얻게 될 것이다. 이어서 어디에 묻는 것이 좋으냐, 언제 묻느냐, 어떻게 하느냐에 대한 문제들을 결정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교회에 다니는 아이들은 십자가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이런 절차와 방법이 결정되면 아이들은 머뭇거리지 않고 일을 진행할 것이다. 어른들처럼 결정된 일을 번복하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몰고 가지 않으리라는 것도 나는 잘 알고 있다.

이윽고 한 아이가 쪼르르 달려왔다. 말하자면 장례 위원회의 대표 격인 것이다.

"선생님, 참새가 불쌍해요. 저희가 우리 반 화단에 무덤을 만들어 줘도 되나요?" 예상대로다. "그럼. 되고 말고. 그런데 참새를 위해 기도는 누가 하기로 했지?" "참, 기도를 빼먹었네."

호미와 꽃삽을 챙겨 들고 화단으로 몰려 나가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나는 생각해 보았다. 세상 모든 어른들이 저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지니고 있다면 오늘날과 같은 공해와 파렴치한 환경 파괴로 인한 문제가 이렇게 심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세계 제일의 교통 사고를 자랑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무분별한 개발과 공업화, 소득 최우선의 직업관 등으로 빚어지는 각종 사회 문제도 훨씬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식품을 생산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이 자기 공장에서 생산되는 식품을 먹지 않는 사례가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가슴이 섬뜩하다. 요즈음에는 농산물에서조차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니 도대체 누가 누굴 믿고 살아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세상이다.

아이들은 작은 곤충이나 동물, 꽃 한 포기, 나무 한 그루에도 인간과 똑같은 생명의 고귀함을 부여한다. 이런 점에 있어서는 분명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말이 진리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의 모든 어른들은 자신이 그 옛날에 어른의 아버지인 어린이로서 어른들에게 깨우침을 준 것처럼, 이제는 다시 어른의 아버지인 어린이들에게서 본 받을 점을 찾아야 한다. 자기 안에 깃 든 어린이의 마음을 되찾아야 할 때인 것이다.

"선생님, 참새 무덤 잘 만들었는지 봐주세요."

아이들은 큰일이라도 한 것처럼 자랑스럽게 말한다.

"어디 보자. 야! 훌륭하구나."

참새를 장사지내고 돌아온 아이들의 모습 어디에도 어두운 빛은 보이지 않는다. 6월의 태양처럼 투명하고, 여름 숲처럼 싱그러움이 가득한 얼굴이다.

아이들의 얼굴을 바라보는 나에게까지도 그 투명한 밝음과 싱그러운 냄새가 전해 옴을 느낄 수 있다. 그들이 지닌 미래를 향한 아름다운 꿈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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