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가 21일 발표한 ‘학교폭력 근절 종합 대책 운영현황’에는 눈에 띄는 결과가 있다. 중학교 체육수업 확대에 따른 수업시수·스포츠강사 확보 현황에 전북이 ‘0%’를 기록한 것. 이명박 대통령과 김황식 국무총리까지 나서는 등 정부가 사력을 다해 추진하고 있는 학교폭력 근절 대책의 중학교 체육수업시수 확대를 유독 전북만 추진하지 않은 것이다.
전북도교육청(교육감 김승환)은 교과부의 지침과 상관없이 기존의 교육과정을 고수하도록 했고, 이에 대해 교과부는 보도자료에 “지속적인 협조요청에도 전북도교육청은 중학교스포츠클럽 활동 확대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은 교과부의 현황 발표 후 “교과부가 학교폭력의 근원적 진단을 잘못해 놓고 시·도교육청이 잘못된 처방전에 따르지 않는다고 나무라는 꼴”이라고 다시 반박했다.
최근 다른 진보교육감과 연대해 교원평가 실시계획을 제출하지 않는 등 김 교육감의 이런 행보는 직무유기 혐의에 대한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 정부 지침을 따르지 않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된 김 교육감은 지난달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교과부 관계자는 “김 교육감이 자율고 지정취소, 학업성취도 평가 폐지 추진, 교원능력평가 관련 지시 거부 등으로 갈등을 빚어왔지만 지난번 감사에서 부적절한 업무 처리가 무더기로 적발돼 ‘기관경고’ 조치를 받은 후부터는 마찰이 더 심해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학교는 혼란스럽다. 전북의 한 중학교 교장은 “전 사회적으로 학교폭력이 이슈이고, 학교에서는 대책이 필요한데 복수담임제, 체육수업시수 확대를 전북만 하지 않고 있다”며 “학교장 자율로 하라지만 당장은 교육청의 눈치를 보게 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광주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고교 배정 방식 변경과 관련, 21일 일반계 사립학교장협의회가 긴 침묵을 깨고 장휘국 교육감에게 A4 용지 4장 분량의 건의문을 전달했다. 이들은 현재 교육청이 추진 중인 고교배정 방식 변경, 야간자율학습 지침, 형식적 업무경감 등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는 등 드세게 반발했다. 그동안 사립학교 교장이나 법인 등은 전교조 교사 출신 장 교육감 체제 출범 이후 교육정책에 드러내놓고 이견을 표출하지 않았다. 광주의 한 사립교장은 “걸핏하면 행·재정적 지원 중단 등 사사건건 으름장에 시달려왔다”며 그동안 ‘실력’ 광주를 위한 노력해온 사립학교들이 도대체 뭘 잘못했는지를 반문했다.
인사를 둘러싼 경기도의회와 김상곤 교육감과의 싸움은 더 점입가경이다. 허재안 경기도의회 의장은 15일 김상곤 교육감에게 본회의 출입금지 명령을 내렸다. 김 교육감이 교육청 감사담당관의 업무보고 거부에 따른 도의회의 본회의장 사과 요구 등을 수용할 수 없다며 본회의 출석을 계속 거부한 데 따른 조치다. 경기도의회 이재삼 교육의원은 15일 도교육청 배갑상 감사담당관을 상대로 명예훼손과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바 있다. 의회는 또 교육청과 관련한 의사일정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교육청 추경예산안과 고교평준화 동의안 처리 등 의사일정이 모두 파행됐다. 민주통합당 정기열 대표의원은 “교육감과 더 이상의 협의는 없을 것”이라며 “4월 회기 보이콧 여부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배감사담당관은 21일 사표를 제출한 상태다.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역시 최근 2명의 파견교사에 대한 교육연구관 전직을 놓고 도의회와 갈등을 빚고 있다. 강원도의 한 교육의원은 “도교육청은 항상 의원들과 소통을 위해 노력해왔으며 최선을 다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결코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며 “세입 가운데 중앙정부 이전수입의 80.9%를 차지하는 도교육청으로서는 교과부의 관계도 보다 융통성 있게 대처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재판 중인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전교조 해직교사 3명을 공립 특채해 2일 교과부가 직권으로 임용을 취소하는 등 교과부와 건건이 맞서고 있다. 서울의 한 교장은 “학생인권조례로 인한 시교육청과 교과부의 갈등으로 바로 학기 초 바로 생활지도를 해야 하는 학교는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고 토로했다. 그는 “교육감의 정책 결정은 학교현장에 바로 영향을 미치므로 파급력이 크다”면서 “당장 중요한 교육현안을 놓고도 정치판 싸움을 한다면 그 피해는 결국 학생, 학부모가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교총은 “교육은 다른 분야와 달리 사람을 길러 내는 곳이므로 교육감은 당선되는 순간부터 보수·진보 등 이념의 틀에 얽매이지 말고 포용과 상생의 리더십을 발휘해 지역과 국가의 교육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차제에 교과부도 중앙정부와 교육감 간의 권한과 역할에 대한 법적 한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