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육이 왜 이 모양인가?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려면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고 적정 수의 교원을 확보하며 교실도 마련하여야 한다. 그런데 그 방법이 문제다. 교원과 교실이 확보되지 못한 상태에서 무작정 학생 수를 줄이면 어떻게 하겠다는 말인가.
천여 개의 고등학교에 당장 교실을 신축하라는 명령(?)이 하달된 모양이다. 그 가운데에는 2, 3년 안에 남아돌 교실이 태반이라고 한다. 무작정 숫자 채우기에 급급하지 말고, 누구를 위한 교육인가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OECD가 무서워서인가, 공약(公約)에 대한 책임감 때문인가? 이제 더 이상 숫자놀음에 목을 맬 때가 아니지 않은가?
하나의 교육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려면 적어도 관계자들을 망라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친 연후에 실태 파악을 제대로 하고 나서 해야 한다는 초보적인 원칙이 지켜지기를 바랄 뿐이다. 교육은 교육전문가의 손에 맡겨야 한다. 예로부터 국가를 제대로 경영하려면 치산치수(治山治水)에 힘쓰라고 했다. 사회가 격변할수록 기본은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 과학 문명이 발달한 오늘날이라고 해서 교육을 교육 논리가 아닌 시장 논리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교육 정책을 탁상머리에 앉아 손바닥 뒤집듯이 세우고 바꾸는 사람들이 과연 교육의 교(敎)자라도 생각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이제 교육이 행정만능주의자들의 의해 더 이상 망가지지 않도록 교육 전문가들의 손에 맡겨져야 한다. 확정·발표된 교육 발전 5개년 계획을 보면 분명 교육이 국가 발전의 만능 처방처럼 생각된다. 그런데 과연 실현 가능성은 있는 것인지 믿음이 가지 않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국민의 정부에 들어서서 교육 행정을 담당한 책임자들은 어떤 일을 했는가. 몇 십 일에서 몇 달 동안 자리에 머 물면서 국민을 현혹시키는 아이디어 내기와 바꾸기를 일삼지 않았던가. 그들의 입에서 나온 말대로 업무 파악도 채 끝나기 전에 자리를 바꾸면서 무슨 일이 잘 되기를 바라는지 모르겠다. 그러다 보니 손쉬운 것이 숫자놀음이라, 속은 곪아도 좋으니 숫자만 올리라는 식이 되었다. 이름하여 시장 논리가 교육을 지배하게 되었다. 교육 평가가 그렇고, 성과급이 그렇다. 계약제 교원 채용 또한 다르지 않다.
교대와 사대에서 사범 교육을 받은 교사들조차도 무능하네, 자격이 없네 하면서 자르고 쫓아내고서, 이제는 가르칠 사람이 모자라니 교육은 생각지도 않는 비전문가들이라도 몰아다 쓰겠다니 정말 걱정스럽다. 원로 교사 한 사람의 인건비면 신임 교사 두 사람을 쓸 수 있다더니 이제는 정규 교사 하나에 계약제 교원 둘을 쓸 수 있다는 계산법으로 세상을 사는 행정가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교육 현장에서 어떻게 세계 속의 한국을 건설할 일꾼을 길러낸다는 말인지 안타깝다. 파트타임 교사제는 교육을 보따리장수의 손에 맡기자는 어리석은 발상일 뿐이다.
학교는 사설 학원이 아니다. 따라서 교원은 정규 교육을 통하여 사명감을 키우고, 자질을 갖춘 교원에 의해 수행돼야 한다. 계약제 교원을 채용하는 수단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며,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국민의 권리를 기만하는 처사다. 이는 또한 교육의 정체성, 안정성, 전문성 차원에서 보아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초등의 경우 정년 환원 조치(年 2316명)와 교대의 조기 졸업생(5355명/2002년 8월) 및 편입학 제도를 활용하는 쪽이 안정적인 교원 수급 방안이 될 것이다. 아울러 교·사대 입학 인원을 적정하게 배정한다면 또 다시 임시 방편으로 교단이 얼룩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확신한다. 군대의 사기는 국민을 보호하는 힘이 되지만, 교원의 사기는 국가 발전의 원동력임을 상기하기 바란다. 교육은 교육의 논리로 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