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추락과 학교폭력 등 잦아진 사고와 분쟁으로부터 교원을 보호하는 ‘교원책임배상보험’에 대한 시‧도교육청의 관심은 늘고 있지만 정작 이를 지원해야 교과부는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 비판이 일고 있다.
교과부 장관이 설립한 학교안전공제중앙회에 이미 ‘교원책임배상보험’과 유사한 ‘학교배상책임공제’가 있음에도 법령 개정 등을 이유로 수십억 예산 낭비를 가져올 시‧도별 민간보험과의 제휴를 손 놓고 바라만 보고 있는 꼴이기 때문이다.
발단은 지난 5월 서울․대구시교육청이 현장의 요구를 수용, 교원배상책임보험 사업을 추진하면서부터. 공직선거법 제112조(기부행위)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지적에 따라 보류되었으나 서울의 경우 서울학교안전공제회를 통해 지난달 19일 교원배상책임보험 사업자 선정 입찰을 공고, 재추진에 들어간 상황이다.
서울의 교원배상책임보험은 11월 1일부터 내년 12월 31일까지 14개월 동안 보장을 내용으로 7만8878명 서울 교원에 대한 보험료 기초금액을 8억5000만원(1인당 약 9200원으로 산정)으로 공고했다. 시교육청은 교원배상책임보험을 위해 추경예산으로 3억원을 확보한데 이어 나머지 5억5000만원도 내년 본예산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서울 교원배상책임보험은 1인당 보험료 270원이면 가입 가능한 학교안전공제중앙회의 ‘학교배상책임공제’와 보상내용이 겹치는 데다 시교육청이 별도의 민간 보험업체를 선정해 8억5000만원을 쓰는 것은 예산낭비라는 지적이다. 또 서울의 영향을 받아 타시․도에서도 민간 업체와 교원배상보험을 추진할 경우 학교안전공제회 자체가 무력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안전공제중앙회와 보장 내용이 겹치는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담보율을 더 확보했다”면서 “사고․분쟁 발생 시 법률지원과 피소송 수행 대행, 변호인 지원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배남환 서울을지중 교감은 “무상급식 때문에 학교시설 관련 예산도 깎인 데다 내년엔 학교 살림도 줄여야 할 판인데 추경까지 해 교원배상책임보험을 시행한다는 것은 낭비”라고 잘라 말했다. 또 그는 “학교안전공제중앙회 가입만 의무화해도 될 일 아니냐”며 “교과부가 공문이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지정해 시도에서 집행하도록 지침을 내릴 생각은 않고 예산 낭비를 강 건너 불구경만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상경 서울옥정초 교장은 “보험 안 들어 봤냐”면서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학교안전공제회와 달리 민간 보험업체는 정작 필요할 때 까다로운 조건과 약관을 들이 밀어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임의 가입으로 되어 있는 중앙회 가입을 강제화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서울시교육청 사례 등을 포함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교총은 “교과부가 20억 정도만 투자하면 전국 모든 교원이 혜택을 볼 수 있다”며 “말로만 교권 보호 하지 말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덧붙였다.
■ 학교안전공제중앙회는 학교안전사고 예방사업과 공제사업의 효율적 수행을 위해 2007년 9월 1일 설립됐다. 의무가입인 시․도안전공제회와는 달리 임의 가입으로 ‘학교배상책임 공제사업’을 펼치고 있다. 학교 교육활동과 관련한 사고 시 손해를 보상하는 사업으로 학교안전공제에 가입한 학교(학생 1인당 270원)에 한해 인적 손해는 사고 당 10억원 한도 내에, 물적 손해는 1억원 한도 내에서 보상받을 수 있다. 현재 학교배상책임 공제에 가입한 학교는 전체 학교의 43%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