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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토요일 수업에 반발하고 나선 부모들

70년대부터 주5일제 수업 여론 조성
이제는 가족과 여가를 즐기는 날로

오는 2012년부터 한국에서도 주5일제 수업이 시작된다. 주5일제 수업의 가장 큰 난관은 토요일에 아이들을 돌봐야할 부모의 주5일제 근무가 완전히 정착됐느냐 여부에 있다. 이미 주5일제 수업이 완벽하게 정착한 독일에서 이와 같은 논의는 일찍이 1970년대 중반부터 시작됐다. 독일은 일부 자영업자나 서비스업 종사자를 제외하면 학교와 직장의 주5일제 수업 및 근무가 완벽하게 정착돼 있는 나라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독일 경제는 미국의 마셜플랜에 의한 지원과 탄탄한 기술력, 철저한 경제 정책, 국민의 근면성을 바탕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면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한다.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여유가 생겨나면서 여가 활동에 대한 독일인의 기대 수준도 높아져 주5일제 수업 시행에 대한 여론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독일의 주5일제 수업은 전체적으로 1970년 중반에 시작했다고는 하지만 주나 학교별로 시기와 방법은 모두 다르다. 도입 당시에는 주에 따라 무더운 여름철이나 추운 겨울에 한시적으로 적용하던 것이 이후 차츰 본격적으로 시행하게 된다.

예를 들어 베를린에서는 1981년 처음으로 주5일제 수업이 도입됐다. 그러나 전면 실시가 이뤄진 것은 1990년 5월에 이르러서였다. 베를린 지역의 모든 학교에 주5일제 수업이 완벽하게 정착하기까지 무려 10년이란 세월이 걸린 셈이다.

그러던 베를린에 지난 2008년 독일교원단체(GEW)를 중심으로 45시간의 수업 부담을 토요일 수업 부활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교육청은 2007년 학교별 자율에 의한 토요일 수업 부활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들이 갑자기 토요일 수업 부활을 주장한 것은 주5일제 수업의 문제가 드러났기 때문이 아니라 주당 수업시간 증가에 따른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법 중 하나였다.

독일 인문계 중고등학교인 김나지움의 학제는 2007년부터 13학년에서 12학년으로 축소됐다. 13년에서 1년이 줄어든 12학년이 되자 학교 수업이 주당 30시간에서 33시간, 어떤 주는 45시간까지 연장됐다. 이 늘어난 수업시간에 따른 학업부담을 어떤 방법으로 해결할 것인가가 문제로 떠오르면서 토요일 수업 부활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독일에서 토요일 수업을 부활시키겠다는 발상은 사실상 이미 불가능한 탁상공론이었다. 적극적으로 토요일 수업의 재도입을 주장했던 일부 정치인이나 교육부의 계획과는 달리 수많은 토론과 공청회는 주6일제 수업으로의 회귀가 힘들다는 사실만 증명해 줬다.



학생은 학생대로 모든 가족이 휴일인데 혼자 학교에 가야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부모들도 가족의 화목에 부정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고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교원단체들 역시 주말을 통해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다음 주의 수업 계획을 구상할 수 있는 시간이 사라진다는 데 반기를 들었다.

이처럼 직접적인 당사자들의 적극적인 반대 때문에 논의는 없던 일로 됐다. 베를린이나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의 시도도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대신 주중의 수업시간을 연장하는 종일반 도입으로 가닥을 잡고 현재는 학교 급식을 위해 식당을 건립하고 있다.

독일도 주5일제 수업 도입 당시에는 주5일제 근무가 완벽하게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에 부모의 직장과의 연계 문제로 어려움에 직면하기도 했다. 그러나 학교를 시작으로 서서히 주5일제 근무의 정착으로 이어지면서 독일 부모들 사이에도 토요일 교육은 부모가 책임진다는 의식이 확산됐다. 각 지방자치단체들과 교육청은 부모가 없어도 학생들이 토요일을 유익하게 보낼 수 있도록 스포츠 시설과 놀이 시설, 각 분야에 걸친 다양한 여가 프로그램 개발 등 사회 기반 시설을 확장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이것 역시 과도기적인 대비책이었고 현재 독일인들에게 토요일은 일요일과 똑같은 휴일이 됐다. 토요일은 ‘가족이 함께 하는 날’ 이자 ‘느긋하게 늦잠을 자고 늦은 아침식사를 즐기며 게으름을 피울 수 있는 날’이고, 가족이 함께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시간으로 익숙하게 자리 잡았다.

한국의 주5일제 수업도 한동안 과도기의 몸살을 앓기는 하겠지만 학교를 시작으로 곧 사회 전반에 주5일제 문화가 완전히 정착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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