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는 천안함 격침과 연평도 포격이라는 북한 도발로 우리 사회가 뒤흔들렸다. 2006년과 2009년의 연이은 북한 핵실험은 한국의 안보역량에 근본적 도전장을 던졌다. 그러면서 북한은 제2차 세계대전 후 66년간 계속되어온 개인 숭배적 전체주의를 봉건적 3대 세습체제로 완성 짓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북한에 있지 않았다. 우리 자신의 문제였다. 누가 보더라도 북한의 소행이 뻔한 것이고 모든 조사결과를 보더라도 북한의 군사공격이었던 천안함 격침에 대해 국민 상당수가 그 사실을 부정했다. 작년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가 1200명을 면접 조사한 결과 36%의 우리 국민은 천안함 격침사건에 대한 정부 조사결과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북한산 어뢰까지 발견되고 전 세계가 나서서 북한을 규탄했지만 정작 우리 국민 상당수는 여전히 그 사실을 믿지 않는 상황에 있다. 지금도 지도층이고 엘리트라는 상당수가 북한이 한 짓이 아니라며 국제사회에 떠벌리고 다니고 한국정부의 자작극이거나 오폭이라 강변하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북한과 대한민국에 대한 기본 인식의 부재와 왜곡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그것은 북한이 지난 66년간 만들어온 가혹한 문명 파괴적 체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상실된 결과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 우리 민족을 굶주리게 하고 인권을 말살하는 체제에 대한 분노가 없다. 북한이야말로 우리 5000년 민족사에 가장 반문명적이고 민족 유린적 체제를 계속 유지시키면서 히틀러나 스탈린보다 악독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싶어 한다.
그것은 북한의 핵무기조차도 북한의 자위 조치이거나 한국의 대북 강경책 내지 미국 때문이라는 허구적 논리와도 맞물려 있다. 또 미국산 소고기는 안 된다는 시위는 나라를 뒤흔들지만 북한이 만든 핵무기 포기를 촉구하는 시위는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효순․미선양의 우발적 교통사고에 의한 사망에 대해서는 온 나라가 뒤흔들렸지만 금강산 여행객 박왕자 씨에 대한 의도적 조준사격 사건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는 우리 사회의 문제이기도 하다.
문명 파괴적이고 민족 유린적 체제를 종식시키고 우리 민족을 구할 생각은 하지 않고 민족주체니 민족공조니 하는 용어만 떠돌고 있다. 북에 사는 우리 민족에게 자유와 번영의 체제를 함께 누리게 하겠다는 민족적 과제는 생각 않고 김정일이 ‘통이 크다’느니, ‘합리적이고 대화가 통한다’느니 하는 반민족적 인식만 확산되는 현실이다. 아무리 압도적 국방력과 경제력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국론분열 앞에서는 아무런 힘이 되지 못한다. 스스로 지키지 않고 분열되어 자기끼리 싸우는 나라를 지켜줄 나라나 동맹도 있을 수 없다. 우리 군사력과 경제력의 강화의 뒤편에는 국론 분열과 북한체제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확산되면서 우리 스스로가 무장해제하고 있는 것이다.
안보란 자신들을 위협하고 붕괴시키고자 하는 세력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자기를 지키겠다는 의지와 행동이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더구나 우리는 1948년 대한민국을 건국한 이래 달성한 60년의 성공사를 가지고 있다. 우리 민족사에 대한민국이란 국호와 태극기를 내걸고 만들어낸 지난 60년의 성취만큼 빛나는 민족사도 없었다. 제2차 대전 이후의 세계사에서 한국이 만들어낸 기적을 능가하는 나라도 물론 없다. 자유와 번영, 그리고 삶의 질의 근본적 변화였다. 그런데도 자기 나라와 자기 역사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확고히 하지 못하고 계승시켜 나가겠다는 의지가 없다면 그것만큼 잘못된 것도 없다.
안보교육이란 단지 북한을 규탄하고 국방을 강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어떤 나라이며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지에 대한 국민합의를 형성하는 일이다. 대한민국이 만들어온 체제와 역사를 올바로 인식하고 무엇을 계승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일이다. 국제 보편가치와 세계 문명사를 이해하고 새로운 길을 함께 도전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안보는 정부가 하는 것이거나 총을 든 군인만이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대한민국이 지향할 가치가 무엇이며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이냐에 대한 합의형성 과정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와 우리가 만든 공동체를 위협하고 도전하는 세력에 맞서 스스로를 지키고 국민단합과 힘을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안보교육이다.
그렇기에 북한이 도발하고 위협할수록 오히려 우리는 더 단합되어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럴 때만이 북한도 국론분열 행위와 전쟁위협을 포기하게 된다. 도발과 위협에 단결하고 단호히 대처할 때 북한도 체제변화의 길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한민국적 가치를 중심으로 국론을 결집시키는 것이 곧 북한체제를 변화시키는 힘이자 수단인 것이다. 특히, 반민족적 전체주의에 맞서 싸우기는커녕 오히려 북한의 도발과 위협을 두둔하며 사회 혼란을 야기하고 국론분열로 몰아가는 세력을 바로잡고 국민합의를 형성하는 것이야말로 바로 가장 큰 안보역량의 강화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