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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칼럼> ‘샴푸의 요정’에서 ‘잔소리’까지

1988년 고교 재학 시절, MBC 베스트셀러 극장이라는 프로에서 들었던 빛과 소금의 ‘샴푸의 요정’이라는 노래. 그 노래는 정말 새벽 공기같이 상쾌하면서도 계곡 물에 떠내려가는 단풍잎처럼 마음을 맑게 하는 노래였다. 순진무구한 청년 홍학표를 한순간에 반하게 만든 매력적인 여성 채시라는 정말 비너스 그 자체였는데 그 사랑스런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었던 노래가 바로 드라마 제목과 같은 ‘샴푸의 요정’이었다.

수질오염을 막기 위해 머리를 비누로 감고 식초 탄 물로 헹구라는 과학 선생님의 말씀을 실천하던 여고생은 드라마를 보고 난 후, 샴푸란 단어를 과학적으로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계면활성제가 연관된 물질이라는 판단을 하기 전에 감미로운 멜로디 속에 빛나던 보석 같은 단어로 수용하게 된 것이다.

빛과 소금이 부른 이 노래는 그 후 다른 가수들에 의해 꾸준히 다시 불려졌다. 언제 들어도 가사와 멜로디가 하나로 어우러진 명곡이라 걸 새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순수했던 여고생 시절의 감정을 되살아나게 해 주어 고맙기까지 한 노래이다.

지난 해 어느 가을날, 이제 곧 40대에 진입하는 교사인 나는 ‘샴푸의 요정’에 버금가는 아니 그 이상으로 사랑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한 노래를 듣고 정말 행복한 충격을 느꼈다. 바로 아이유와 임슬옹이 함께 부른 ‘잔소리’가 그 노래였다. 어쩌면 이렇게 사랑의 감정을 실감나는 가사로 쉽고도 아름답게 표현할 수가 있는 것인지, 그리고 귀에 착착 감기는 경쾌하면서도 재치 있는 선율인지, 바흐의 명곡을 들었을 때 느끼는 감동 그 이상의 감동이었다.

솔직히 백화점의 명품 코너에서 만나는 고급 제품은 ‘음’ 정도의 감탄사면 된다. 많이 기대하고 갔는데 그 정도는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일상을 예술로 끌어올린 상품을 만난다면, 그것은 이미 단순한 상품이 아니다. 그렇듯 ‘잔소리’는 누구나 하거나 듣는 잔소리를 진정한 사랑으로 느끼게 한, 정말 멋진 노래였다. ‘잔소리’를 들은 그 순간부터 아이유는 내게 고교생 가수가 아닌 ‘디바’로 자리매김하게 되었고 아이유의 다른 노래까지 섭렵하면서 아이유가 월드스타가 될 그 날을 기다리는 충직한 팬이 되었다.

아니, 뭔 선생님이 노래만 듣고 있지? 이렇게 생각하는 분도 있을 수 있겠으나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노래에서 그들의 순수한 감정을 느끼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님을 알려드리고 싶어 이글을 쓴다. “얘들아, 선생님은 너희를 이해한단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샤이니의 헬로, 정말 좋은 노래야.”라고 말하는 것이 훨씬 아이들에게 빠르게 다가가는 방법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요즘 노래는 예전 노래보다 더 섬세하고 다양하다. 예전 노래가 돼지고기 로스처럼 담백했다면 21세기에 듣는 지금의 노래는 새콤달콤하고 온갖 아이디어를 집대성한 개성 있는 퓨전 요리라고나 할까? 하지만 예전의 명곡과 오늘날의 명곡에 공통된 요소가 있으니 그건 바로 감정을 울린다는 점이다. 그래서 명곡은 다른 가수들에 의해 다시 탄생하는 것 같다.

10대 청소년들에게 우리 기성세대도 예전엔 너희 못지않게 순수했다고 말하기 전에 미래에 대한 불안함 속에서 희망의 빛을 선사했던 그 시절의 노래를 같이 듣는다면 자녀는 부모를, 학생들은 교사와 ‘소통’할 수 있게 된다. 슈퍼주니어의 규현이 부른 ‘7년간의 사랑’이 실은 1995년 화이트가 발표했던 노래임을 모르는 아이들에게 16년 전 20대에 즐겨 들었던 노래라고 알려주는 것도 좋은 ‘소통’의 방법이지 않은가.

자, 지금, 예전에 영혼을 떨게 하던 노래를 강력한 포탈 엔진으로 한 번 검색해 보자. 우리 한국은 인터넷 강국이다! 음악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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