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직업 찾기 위한 ‘교육’ 더 이상 의미 없어 사랑‧인품‧관용 등 교육본질 목표 회복해야
2011년 새 날이 밝았습니다. 올 해는 또 어떤 일들이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을까요?
우리나라는 지난 50여 년간 서구 사회가 200~300년에 걸쳐 이룩한 경제 성장과 정치적 민주화를 달성했습니다. 정말 자랑스러운 역사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압축 성장에 따른 그늘도 서구에 비해 훨씬 짙게 드리우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높은 자살률입니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전 연령층에 걸쳐 OECD 국가 중 가장 높고, 특히 노인 자살률은 OECD 평균의 8배나 높습니다. 이러한 높은 자살률은 압축 성장에 따른 압축 모순의 표현이라고 밖에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향유하고 있는 현대 문명은 근대 계몽주의자들이 설계한 것입니다. 그들은 세 가지 기둥, 즉 분리 독립된 개체로서의 개인과, 그 개인이 가진 최고의 능력으로서의 이성, 그리고 개인의 자아실현의 수단으로서의 노동을 중심으로 현대 문명을 설계하였습니다. 그리고 분리 독립된 개체로서의 인간이, 자신이 가진 이성을 활용하여 과거의 불합리한 제도와 관습을 철폐하고, 과학 기술을 발전시켜 개개인의 욕망을 충족시키면, 행복한 사회가 될 것으로 예상하였습니다. 그러나 근대 계몽주의자들의 예상과는 달리 현대 문명은 점차 파국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과학 기술의 발전을 통한 인간의 욕망 충족은 오히려 인간 내면을 황폐화시켰으며, 또한 지구 환경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현대 교육은 현대 문명의 세 가지 기둥 중 노동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근대 계몽주의자들은 과거 종교를 중심으로 하는 교육을 노동력을 양성하는 직업교육으로 대체하였습니다. 그것은 분리 독립된 개체로서의 개인이 자아정체감을 형성하는데 노동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현대 문명 속에서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노동, 자신의 직업으로서 자기의 정체감을 삼습니다.
그러나 노동력을 양성하는 현대 교육은 정보혁명에 따른 노동의 종말로 인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정보 혁명은 기계가 인간의 지력을 대신 하는 것이기 때문에 1차적으로 사무직 노동의 급격한 감소를 초래합니다. 그 결과 대학 졸업자들의 취업이 크게 어렵게 되었습니다. 정보혁명은 향후 무인공장과 무인 농장을 출현시킬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사무직 노동뿐만 아니라 기술직, 기능직 노동에 대한 수요도 크게 감소할 것입니다.
정보 혁명에 있어서는 첨단을 달리고 있는 우리 사회는 향후 ‘고노동-고생산-고임금-고소비-저여가’의 구조에서 ‘저노동-저생산-저임금-저소비-고여가’의 구조로 급격하게 변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좋은 직장에 취업하기 위한 현재의 교육은 더 이상 의미를 갖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더 좋은 직장, 더 많은 임금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사랑과 인품, 관용, 평화로움, 인간성의 발현과 같은 교육의 본질적인 목표를 회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모든 문명에는 약한 고리가 있습니다. 현대 문명이 중세 문명의 변방인 서유럽에서 시작된 것은 그곳이 중세 공납제 사회에 있어서 가장 약한 고리였기 때문입니다. 압축 성장에 따른 압축 모순이 어느 사회보다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우리나라는, 그런 측면에서 현대 문명의 약한 고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문명은 현대 문명의 세 기둥에 대한 비판에서 출현할 수 있습니다. 즉 인간은 분리 독립된 개체가 아니라 모든 존재와 그물망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인간이 가진 최고의 능력은 이성이 아니라 궁극적인 진리를 깨달을 수 있은 영성(靈性)이며, 그리고 인간의 자아실현은 노동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주적 존재로서의 자기를 자각함으로서 실현되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런 새로운 문명의 실현은 사회제도나 구조의 변화가 아니라, 인간 개개인의 의식 변화를 통해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탈현대 문명의 실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교육입니다.
탈현대 문명의 실현을 위한 교육과정은 다음과 같은 것입니다. 즉 우주적 존재로서의 자기를 깨닫는 영성교육, 인간과 자연이 결코 분리될 수 없는 하나임을 자각케 하는 환경교육, 삶과 죽음은 분리될 수 없고 죽음은 곧 삶의 완성이 되어야 함을 깨닫는 죽음교육, 타인에 대한 증오심을 사랑의 에너지로 바꾸어 스스로 평화롭게 되는 평화교육, 민족주의나 국가주의가 질병이라는 것을 깨닫고 모든 인류와 모든 생명체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법을 배우는 인드라망 공동체 교육 등이 그것입니다. 새해에는 이러한 탈현대 문명을 위한 교육과정이 정규 교육과정에 편입되어 학교교육에서 이루어지기를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