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5 (일)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삶의 향기-2010년을 보내며> ‘비둘기 선생’과 스승의 종(鐘)

교권실추, 누구 잘못인지 자성(自省)해 봐야
스승의 종은 치는 대로 크게도 작게도 울려


‘시간의 걸음에는 세 가지가 있는데 미래는 주저하면서 다가오고, 현재는 화살처럼 날아가며, 과거는 영원히 정지하고 있다.’는 ‘실러’의 말처럼, 달랑 한 장 남은 달력을 보니 참으로 시간은 빠른가 보다. 해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세월의 변화 속에 벌써 辛卯年이라니 내 마음만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은데, 왠지 다사다난한 세태를 보고 느끼는 감회가 새로움은 인생의 나이테가 그만큼 더 깊어졌기 때문일까?

파랑새의 작가 ‘메테르링크’는 인생을 한 권의 책에 비유하였다. 즉 인생이 한 권의 책과 같다고 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매일 한 쪽씩 인생의 책을 엮어나가는 사람들 속에 기록되는 내용이 다르고, 표현되는 빛깔이 다르고 실리는 무게가 모두 다르지만, 유독 교사들이 쓰는 인생의 책만이 어느 한 페이지, 어느 한 행, 어느 한 글자라도 소홀히 다룰 수 없음은 교직이라는 무거운 무게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교직이 어려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일 년 열두 달 어느 것 하나 소홀한 것은 없을 진데, 그래도 유종의 미를 거두어야 하는 12월이 우리 교사들에게 더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은 농부의 추수처럼 교육도 결실을 해야 함이 아닐 런지 모르겠다.

흔히들 5월을 가정의 달이요, 사랑의 달이라고들 하는 것은, 동심이 눈을 뜨는 어린이날 뒤엔, 순백(純白)의 사랑으로만 가득 찬 어버이날이 있는가하면, “아버지로부터는 생명을 받았으나 스승으로부터는 생명을 보람 있게 하기를 배웠다”는 잊힐 뻔한 플루타아크 영웅전이 새삼 떠오르는 스승의 날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스승의 날 교문을 닫아야만 하는 학교가 많다는 신문의 사회면을 대할 때마다 안타까운 자성의 몸부림보다는 “어쩌다가?”라는 오늘날의 현실이 그저 답답할 뿐이다.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도 않는다”고 옛 선현들은 가르쳤는데, 서구문물의 자유분방한 유입과 다양한 기치관의 혼란으로 일부이긴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제자가 스승을 구타하고, 전후사정은 무시한 채 학부모가 교사에게 폭언을 서슴지 않는 이 세태를, 교권침해라고 그냥 흘려버리기엔 교육의 한 구석이 뭔가 허전한 오늘날의 이 안타까운 현실을 우리들은 어떻게 해석해야만 할런지 그저 난감한 심정뿐이다. 더욱이 아무리 취지와 목적이 좋다고는 하지만 ‘학생인권선언’이니 뭐니 하여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교육현장을 더 난감하게 만드는 세태를 보면서 먼 훗날, 오늘을 살아 간 학부모와 스승과 제자들은 무슨 생각들을 할런지 자못 궁금해진다.

실추된 교권? 진정 누구의 잘못이며 누가 다시 제자리 매김을 할 수 있을는지 침울한 마음으로 분필을 꼬옥 쥐는 어느 노교사의 애잔한 손 떨림을 그 누가 헤아려 줄 수 있을까……. 물론 제자의 잘못도 학부모의 잘못도 그렇다고 우리 사회의 잘못도 아닐 것이다. 어쩌면 우리들의 수양과 겸덕이 부족한 탓일 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조금만 눈을 크게 뜨면 우리들 주위엔 자랑스럽고 훌륭한 스승이 얼마든지 많이 있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어느 낙도의 분교장에서부터, 두메 학교의 까칠해진 부부교사는 물론, 칭얼거리는 어린 아이까지 안쓰러운 마음으로 놀이방에 맡기고 수업연구 지도안을 다듬는 젊은 여교사들의 다사로운 손길이 있는가 하면, 한 자라도 더 가르쳐보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부진아를 돌보는 자상한 담임교사의 애정 어린 정성이 있는 한, 우리의 교단은 결코 쓸쓸하지 않을 것이다.

문득, 미국의 한 소도시에서 있었던 실화를 영화화한 ‘굿모닝 비둘기선생’이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주인공 비둘기 선생님은 그 도시 소학교에서 늙도록 교편을 잡아온 늙은 처녀 선생님이다. 시장은 물론 교통순경도 그의 제자요, 야채장수에서 죄수까지 그의 제자 아닌 시민이 거의 없을 정도이다. 이 비둘기선생님이 횡단보도를 건널 때에는 교통순경이 뛰어와 모든 차량을 멈추게 한다. 그러면 모두들 차에서 내려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다. 한편, 비둘기선생님이 앓아 누었다하면 병문안을 위해 온 도시가 철시까지 한다니, 선생님의 권위란 이렇게 학교 안팎과 관계없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 참다운 스승의 모습 일 런지도 모른다.

실추된 교권을 회복하고 존경받는 스승의 풍토가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의 자성이 필요하며 모든 선생님들이 비둘기선생님 같은 대우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사회 환경이 되도록 모두가 허심탄회하게 마음을 열고 예기(禮記)의 <악기편(樂記篇)>에 나오는 ‘고지이 소자소명(叩之以 小者小鳴)’이란 종을 크게 치면 크게 울리고, 작게 치면 작게 울리듯이 스승은 종과 같다는 이 말을, 이 해가 다 가기 전에 한 번쯤은 더불어 음미해 보자.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