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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가을, ‘책에 대한 책’을 읽는 재미

번역가이자 소설가로 이름을 새긴 이윤기 선생이 타계하고 한 계절이 지났다. 자신의 말 대로 “꽃 대접 받기엔 애초 틀린 인생”이었는지 모르지만 그가 남긴 텍스트는 꾸준히 ‘꽃’ 대접을 받을 건 분명하다. 그를 세상에 대중적으로 알린 <장미의 이름>은 기호학자 움베르토 에코의 역작이었던 탓도 있었겠지만 1986년 번역되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중세 이탈리아의 한 수도원에서 일어난 연쇄 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논리학, 신학, 인류학, 기호학 등 다양한 지식들 사이를 오가며 미스터리 형식을 취했지만 결국 한 권의 책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인 윌리엄과 아드소가 그렇게 찾고자 했고 수도사 호르헤가 끝까지 지키고자 했던 한 권의 책,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제2권이 또 다른 주인공. 텍스트가 인간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책이 인류에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게 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어김없이 독서의 계절(?)이 돌아왔다. 하지만 연평균 11.9권의 책을 겨우 읽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아직 책이 갖는 위력이 실감나지 않는 계절. ‘책에 대한 책’들이 시선을 잡아끈다. 교과서가 아니기 때문에 그냥 마음 내키는 대로 골라 읽어도 되는, 그래서 좀 ‘헐렁’하지만 스펙트럼은 다양한 몇 권을 소개한다.




인류 역사의 빛과 그림자를 만든 50권의 책을 소개한 <책 VS 역사>(볼프강 헤롤레스&클라우스 뤼디거 마이․추수밭)는 역사가 꼭 기억해야 하는 책과 역사에 기억되었으나 중요성이 의심되는 책을 둘러싼 흥미로운 논쟁 속으로 초대한다. <일리아스>와 함께 트로이를 어떻게 발견했는지, <신약성서>는 유럽의 형성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파우스트>는 국가사회주의자들에 의해 어떻게 오용되었는지, 제1차 세계대전 중 군인들의 배낭 속에 왜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있었는지, 그 책들이 영향을 준 역사 · 문화 · 정치 등의 다양한 면면을 살펴본다.





<책을 읽을 자유>(이현우․현암사)는 블로그 ‘로쟈의 저공비행’으로 유명한 저자의 두 번째 서평집이다. 로쟈의 이름을 어렴풋이라도 안다면 최소한 책동네를 어슬렁거리고 있다는 증거일지니 장장 600페이지에 달하는, 책 읽고 쓰기의 ‘기계(?)’가 펼쳐놓은 잔치에 초대받은 셈이다.

“인생은 책 한 권 따위에 변하지 않”고 “비열하지 않은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한 권이 아니라 여러 권의 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책 읽기의 기술과 방법론, 언어(이야기)의 힘과 번역 가능성, 문학에 대한 믿음과 불신, 기술합성 시대의 예술, 삶과 학문의 관계와 책임 등을 쉴새없이 풀어 놓는다.




독서에 관한 한 일찌감치 이름을 날린 저자의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장정일․마티)은 책읽기의 방법이나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의 여덟 번째 독서일기다. 왜 그 책을 읽는지 세 가지 이상의 동기를 가질 것, 좋은 책과 나쁜 책을 볼 줄 아는 자신만의 시각 갖기 등 저자가 보유한 독창적인 책읽기를 통해 베스트셀러에 대한 비판, 안타깝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책들,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최근의 책들까지 폭넓게 아우른다.

흥미로운 것은 앞의 두 책이 공히 언급하고 있는 일본발 속독술, 다독술에 대한 비판. 로쟈는 초병렬 독서법(책, 열 권을 동시에 읽어라․나루케 마코토)에는 다소 유연한 제스처를 취하면서도 “명작만큼 인생의 식량이 되지 않는 것도 드물다”는 내용을 지적하며 오로지 돈과 성공이 목적인 독서에 반감을 내비친다. 장정일은 더 나아가 다치바나 다카시의 자기 과시에 가까운 다독술과 속독술을 비판하며 “사고의 숙성을 본질로 하는 ‘책 문화’에 대한 이해가 없다”고 일갈한다.




<세계 명문가의 독서교육>(최효찬․바다)는 보너스다. 기자 출신 저자가 우리나라 명문가들의 자녀교육법을 다룬 <5백년 명문가의 자녀교육>, 외국 명문가들의 독특한 교육관을 분석한 <세계 명문가의 자녀교육>에 이어 다양한 분야에서 명품 인재들을 탄생시킨 각 가문의 독서교육 노하우 70가지를 자세한 일화와 사례를 전해준다.

어머니가 구성한 독서 리스트에 따라 매일 책을 읽고 <뉴욕타임스>를 읽고 토론했다는 케네디 가의 자녀들(4남 5녀), 영국으로 유학 보낸 아들에게 편지와 신문 스크랩을 보내 주며 조국을 잊지 않게 한 인도 초대 총리 네루의 아버지, 500년 전 이미 알파맘이었던 어머니 덕분에 경전과 역사서 등 고전적인 책 위주로 정통적인 책을 섭렵한 율곡, 할아버지의 서재에서 바다에 대한 책을 접한 뒤 해양 전문가를 능가할 정도로 해박해졌고 이때 얻은 해양 지식 덕분에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는 루즈벨트까지. 사례는 풍부하니 학생들을 명문가의 자녀, 명문 학교의 학생들로 이끌고 싶다면 일독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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