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제 시범운영이 2008년부터 현재까지 3년간 시행되고 있다. 수석교사제는 지난 30여 년간 교육현장의 숙원이었다. 3년간 시범운영이라는 한계 속에서도 수석교사제는 교육 현장에서 동료교사 수업컨설팅, 학습자료 개발 및 지원, 저경력 교사 멘토링, 각종 연수, 수업 시연 등 학교문화 개선에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해왔으며, 교육전문가들의 연구를 통해 그 사실이 확인된바 있다. 물론 영국, 미국, 싱가포르, 중국 등 우리보다 앞서 시행하고 있는 국가에서도 수석교사제는 매우 성공한 제도로 인정받아 정착되어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의 수석교사제는 법제화가 안 된 상황이라 역할이 불분명하고 일부 관리직들과 교사들의 이해부족으로 수석교사활동에 어려움이 많은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범운영을 수행하고 있는 333명의 수석교사들은 이 제도가 무너져가는 공교육을 활성화시키고 더 나아가 한국교육의 희망이라는 데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온 몸을 불태우며 성실히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여러 차례의 토론회와 공청회 및 포럼 등을 통해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수석교사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법제화에 동의하고 있음에도 주관적인 오해와 이해 부족으로 일부 교육단체 등에서 수석교사제도의 법제화에 제동을 걸고 있음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알다시피 우리 교육현장은 단일화된 승진제도의 구조적 한계로 인해 그 폐단이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으며, 그로 인한 교단 교사의 사기는 저하될 데로 저하되어 있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이것은 국가적으로 볼 때 커다란 교육력의 낭비이다.
이러한 문제를 타개하는 방법 중 하나가 수석교사제도이며, 법제화를 통해 수석교사의 역할을 정립하는 것이 그 대안의 중심에 있다고 하겠다. 또한 3년간의 시범운영을 훌륭히 치렀음에도 불구하고 법제화가 지연되는 것은 교육현장에 혼란을 야기 시키고, 교단 활성화 분위기에 역행하는 처사이다. 정부당국과 국회는 더 이상 작은 이유들 때문에 법제화를 머뭇거려서는 안 될 것이며, 정치적 논리로 다루어서는 더더욱 안 될 일이다.
수석교사제 도입은 한국 교육의 일대 변혁을 가져오는 중차대한 일임에 틀림없다. 정부당국은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말고 큰 틀에서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반드시 실행시켜야 한다. 수석교사제를 올바르게 정착시키려면 하루빨리 법제화가 되어 우수한 교사들을 선발하고 그들의 역할에 상응하는 예우와 인센티브를 부여해 교사로서의 자긍심을 가지고 가르치는 데 열정을 쏟아낼 수 있도록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우리의 젊은 교사들이 먼 훗날 수석교사의 꿈을 안고 현장에서 착실히 자기연찬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일부 교육단체나 교사들은 수석교사제가 또 하나의 직급제로 승진의 발판으로 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수석교사 활동을 하고 있는 대부분의 수석교사들은 관리직으로의 승진에 뜻을 두고 있지 않으며, 승진보다는 가르치는 일에 더 큰 보람을 찾고자 지원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시범운영을 통해 충분히 보람을 느낄 수 있는 확실한 제도임을 실감하고 있다.
333명이라는 미약한 숫자로 인해 수석교사의 영향력과 가치를 많은 학교가 알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 물론 수석교사가 있는 대다수의 학교에서는 비록 수석교사가 수업 시수를 경감 받은 만큼 동료교사들이 수업의 부담을 떠안게 되었다는 불평도 있다. 하지만 이런 불평도 법제화가 되면 정원 외 교사와 전임강사 배치가 이루어질 수 있어 자연히 해소될 것으로 본다.
교과부는 장기적으로 향후 5년간 1만 명의 수석교사를 양성할 계획이며, 2011년에 우선 2000명을 선발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법제화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연 우수한 교사들이 얼마나 지원을 할지는 의문이다. 지금 단계에서는 숫자를 늘리는 일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법제화를 통해 수석교사제를 하루빨리 정착시키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것을 교과부는 인식해야 한다.
매년 거듭되는 연구학교 및 시범학교 운영, 공개수업, 방과후학교 등 지금 학교는 매우 혼란스럽다. 교사도 학생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이 실험의 대상이 아니듯 교사도 실험의 대상이 아니다. 333명이 3년 간 흘린 땀과 노력으로 검증된 연구 결과를 흐지부지 헛되게 해서는 안 된다. 이제 수석교사제의 방향은 명확하다. 확실한 법적제도 마련과 우수한 교사를 유입해 공교육을 제자리에 돌려놓아야 한다. 그래야 사교육의 폐단을 최소화시키고, 승진에 목을 매는 잘못된 교단 풍토를 쇄신할 수 있다. 교과부와 국회는 더 이상 수석교사 법제화를 미루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