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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한자교육과 수업이해도의 관계

한글전용이 거의 완벽하게 이뤄지고 있는 현실이 가져다 준 장점은 학생들의 읽기능력은 100점에 육박할 정도로 완전무결해졌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읽을 줄 알아도 뜻을 모르면 헛 일이다.

우리 교육계를 강타한 선거 돌풍이 가라앉았다. 그렇지만 국민들의 마음은 여전히 오리무중을 해매고 있다. 어디로 뛸지 모를 개구리를 보는 것 같은 불안감이라고나 할까. 교육감 및 교육의원 선거에서 각 지역마다 수없이 많은 별 공약들이 다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그러한 공약들은 한 마디로 요약하면 ‘처방전’에 불과한 것들이었다. 그러한 처방전들이 지니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점은 ‘진단’이라는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들이라는 사실에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환자가 어디가 아픈지 진단해보지 않고 처방을 내린다면 얼마나 어리석을까? 안타깝게도 그런 어리석음이 자행되고 있는 곳이 바로 우리나라 교육계다. 학생들이 왜 공부를 싫어하는지, 왜 공부를 어려워하는지 그것에 대한 확실한 진단 없이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할 수 있다는 처방만 남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수업이해도가 19%인데 비해 일본 학생들은 우리 보다 두 배나 높은 41%라는 충격적인 통계를 본적이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나온 자료이기에 그 신빙성에 문제를 삼을 필요는 없다. 그런데 그런 보고가 나왔음에도 그 원인이 어디 있는지를 진단한 것은 보지를 못했다. 우리 교육계의 비극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늦었지만, 우리는 새로운 처방에 앞서 반드시 진단하는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필자가 개인적인 차원에서 조사해 본 결과, 우리나라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한자 불감증’이라고 할 수 있다. 한글전용이 거의 완벽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이 가져다준 장점은 학생들의 읽기(Reading·讀)능력에 있어서는 평균 100점에 육박할 정도로 완전무결하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읽을 줄 알아도 뜻을 모르며 헛일이다. 읽고 뜻을 아는 독해(讀解·Reading Comprehension)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모든 공부는 물거품이 될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독해력은 바로 한자어 어휘력에 달려있다. 어떤 특정 한자어가 왜 그런 뜻이 되는지 그 이유를 알아야 비로소 완전히 이해하는 수준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 학부모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아마도 “열심히 공부해라”는 말일 것이다. 조사결과 ‘열심’이 무슨 뜻인지, 그 속뜻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학생이 거의 없었다. 학부모도 예외는 아니었다. 즉, ‘더욱 열(熱)’과 ‘마음 심(心)’을 쓰는 것으로, ‘마음, 즉 심장(心臟)이 뜨끈뜨끈해지도록(熱) 하는 것’이라는 속뜻을 거의 모르고 있다. 그래서 열심히 하지 않으면 ‘한심한’ 사람이 된다고 하면 뭔 말이냐며 놀라는 사람들도 많다. ‘한심하다’를 국어사전에서 ‘정도가 지나치거나 모자라서 딱하거나 기막히다’라고 풀이하고 있지만, 그 풀이를 정확히 기억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더구나 그러한 상태를 하필 왜 ‘한심’이라고 하는 지 그 영문을 모르니 펄쩍 뛸 수 밖에! ‘차가울 한(寒)’과 ‘마음 심(心)’을 쓰는 한자어라는 사실을 알려주면 그때서야 감을 잡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다. 한자어의 속뜻을 알아야 이해력, 사고력, 기억력을 높이고 그러한 바탕이 있어야 창의력이 생긴다. 우리말 한자어 속뜻인지 능력에 대해 필자는 일찍 ‘HQ(Hint Quotient)’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바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 학생은 ‘IQ’가 아니라 ‘HQ’가 높아야 수업이해도가 높아지고 공부를 잘하게 된다는 점을 발견했다.

"‘화산력’과 ‘화산암’ 가운데 어느 것이 더 클까요?"하는 문제는 ‘IQ’가 아무리 높아도 너무너무 어려운 문제다. 이에 비해 ‘HQ’가 높은 학생에게는 너무너무 쉬운 문제로 둔갑하게 된다. 화산활동에 의해 만들어진 ‘바위’와 ‘자갈’가운데 어떤 것이 더 큰지는 문제가 성립되지 않을 정도로 쉬운 것이 된다. ‘바위 암(巖)’과 ‘자갈 력(礫)’이라는 ‘HQ’가 이처럼 대단한 신통력을 지닌다. 수업이해도와 직결되는 학생들의 ‘HQ’지수를 올리는 일이 예전에 비해 너무나 간편하고 쉬워졌다. 새로운 명물 ‘속뜻사전’이라는 교구만 갖추어지면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다.

학급 담임 선생님이 이 사실을 알면, 반 평균을 확 올릴 수 있고, 학교장님이 알면 전교생 성적을 확 높일 수 있고, 교육수장이 이 사실을 알면 교육 특구를 만들 수도 있다. 최소의 경비로 최대의 효과를 올릴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외면한 채, 진단서 없는 처방전만 난무하는 우리 교육 현실이 안타까워 몇자 적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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