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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각한다> 그분들과의 조화가 그립다

우리 학교에는 일년 전만해도 예상치 않았던 정년단축이란 사건(?)에 휘말려 오는 8월이면 한평생 몸담아 왔던 정든 직장을 나서야 하는 입장에 서신 13명의 선배 교사분들이 계신다. 40대 초반의 한 교사는 자기가 있는 천진암 계곡으로 그 분들을 초대하기로 했다.

마당에 평상 깔고, 고기 철판 걸어놓고, 뜰에 심은 쑥갓과 상추 뜯고, 산에서 장만한 두릅 나물데쳐 목에 쌓인 분필가루라도 씻어 드리겠다는 것이다. 과연 축하를 해야 할 지 아니면 위로를 해야 할지 그야말로 판단이 서지 않는다.

시끄럽고 말많은 세상에 학생들조차 옛날같이 고분고분하지 않고, 조금만 나무라도 삐걱거린다. 교실 들어가기가 부담스럽고 싫어지는 요즈음 선생님들의 심사를 고려하면 당장이라도 관두고 싶은 심정은 모두 마찬가지 일 것이고 그래도 애정을 갖고 다듬어 놓은 제자들이 제나름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걸 보람과 위안으로 삼는 마음으로 치면 아직 때가 이르다는 아쉬움이 있기도 하단다.

사실 해도 너무한다. 몰아내고 쫓아도 숨쉴 겨를과 물 한 모금 마실 짬은 줘야 할 게 아닌가. 외국사람이 우리 나라 사람들의 속성을 가리켜 '빨리 빨리'라는 말로써 대변하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개혁도 좋고 새로운 계획도 좋지만, 좀더 신중하고 차분해 질 수는 없을까.

교사 정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남의 일이고 다른 사람의 입장이니까 자기 자신의 생각이 가장 객관적이고 정상적이라는 편견과 고집은 금물이다. 학교라는 공간은 멋진 협연의 공연장이어야 한다. 젊음과 늙음, 가난과 풍요, 높음과 낮음, 그늘과 양지 이런 모든 것이 어우러진 조화속에서 조금씩 자기 소리를 줄이고 다른 사람의 소리에 귀기울였으면 좋겠다. 지식이 만능이 아니며 순리를 순리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지식이상의 지혜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은 지식이전의 지혜임을 알게 해야한다. 세월의 밥은 헛먹는 법이 없다고 한다. 그들은 고난의 지혜를 알고 있다. 애써 그들의 자리를 고집하는 분들이 아니다. 멋진 화음으로 소리하던 그분들과의 하모니가 그리워질 것 같다. 준비없는 이별이 오늘따라 더욱 슬픔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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