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7조원이 넘는 유·초·중·고생의 과외비. 그만큼 과외만 시키면 성적이 오르고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외만 시키면 정말 성적이 쑥쑥 오를까.
한국교육포럼(회장 구자억·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이 12일 한국교총 대회의실에서 연 `한국 사교육팽창의 심층해부' 세미나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이해명 단국대 교수는 학생의 지능, 과외의 종류, 부모의 학력수준에 따라 효과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는 결과를 발표해 관심을 끌었다.
`과외의 학업성적 결정효과'를 발표한 이 교수는 전국의 중고생 3349명을 대상으로 과외유무와 종류, 성적을 토대로 상관관계, T-test, 회기분석을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과외는 중·고교생 모두에게 효과가 있지만 △지능 △노력 △사회환경 △과외 변인 중에 과외의 영향은 극히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학생의 경우 네 변인이 학업성적에 미치는 영향은 57.49%에 이르지만 그중 지능이 차지하는 영향이 41.80%로 가장 높은 반면, 과외가 미치는 영향은 0.3%로 가장 낮았다. 고교생 역시 네 변인의 영향력은 63.82%지만 그 중 지능 변인의 영향력이 46.90%로 가장 높은 반면, 과외는 0.3%의 변화를 가져올 뿐이었다.
그리고 과외 중에서 가장 효과가 높은 것은 개인과외가 아닌 학원과외로 분석됐다. F-test 결과 중학생의 경우, 학원 과외의 평균점수가 133.4점인 반면, 개인과외는 120점, 과외를 받지 않는 학생의 평균은 111.6점이었다. 고교생은 학원과외 124.6점, 개인과외 123.6점, 과외를 받지 않은 학생이 106.7점으로 나타나 과외 종류가 성적에 미치는 영향은 없고, 다만 과외를 받는 학생과 받지 않는 학생간에는 성적 차이가 있었다.
이밖에 학생의 지능(80부터 130까지)과 부모의 학력(초등졸부터 대졸까지)이 서로 다른 20개의 개인사례를 나누고 과외가 성적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한 결과, 중학생의 경우는 부모가 대졸자일 때 주로 효과가 나타났다. 이는 가정환경이 좋을수록 과외 효과가 크다는 것을 반증한다. 또 학생의 지능이 보통(90∼109)인 경우에는 부모의 학력이 고졸인 경우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교수는 "중고생 모두에게 과외는 성적향상에 도움을 주지만 지능과 노력 변인에 비해 극히 미미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특히 중학생의 경우 과외를 받느냐, 안 받느냐 보다는 부모의 관심과 지도에 따라 성적이 달라질 수 있고 경제적 부담이 큰 개인 과외보다는 학원과외가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도 주목할 만한 결과"라고 말했다.
한편 `사교육의 실태 및 원인분석'을 발표한 김영철 한국교육개발원 수석연구위원에 따르면 2000년 현재 우리 나라 유초중등학생의 연간 총 과외비는 7조 1276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과외를 받는 학생 비율은 58.2%로 초등생 70.7%, 중학생 59.5%, 고교생 35.6%로 나타났다.
과외 유형은 학원수강(54.4%)이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는 학습지 과외(23%), 개인지도(11.8%)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 1인당 과외비는 과외를 한 학생 기준으로 연간 133만 5000원에 달한다. 대도시일수록 과외비 지출이 커 서울이 175만 6000원인 반면, 경상도가 84만원으로 가장 낮은 상태다.
총 과외비를 금액대별로 살펴보면, 30만원 이하는 1999년 대비 다소 줄어든 반면, 151만원 이상은 다소 늘어났다. 결과적으로 과외를 하는 학생은 다소 줄었지만 고액과외가 늘고 과외단가가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김 연구위원은 "사교육의 과열은 학생에게 비정상적인 입시교육을 강요하고 계층갈등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큰 손실"이라며 "공교육 내실화와 입시제도의 개선은 물론 사회에 만연한 학력주의를 타파하는 꾸준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