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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을 추모하며

실천의 삶을 살다간 우리 시대의 교사


최근 3개월 간격으로 시대의 정신적 지주였던 세 분이 우리 곁을 떠났다. 남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애증의 감정에서 벗어나 차분한 마음으로 그 분들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했던 큰 뜻을 새기며 이를 발전적으로 승화시켜가는 것일 것이다.

고은 시인은 그의 헌시 `당신은 우리입니다'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겨레의 지도자 겨레 밖의 교사’였다고 노래하고 있다.
 
선생님이라고 불리우는 분들이 가진 기본 모습의 하나는 학생, 나아가 사람의 가능성에 대한 믿음과 진한 사랑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그의 퇴임사 ‘위대한 국민에의 헌사(獻辭)’에서 대한민국은 반드시 세계로부터 존경받는 위대한 국가로 성장할 것이며, 우리 국민은 그러한 자질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교육을 통해 우리나라가 21세기 일류국가의 대열에 들어갈 수 있다는 벅찬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확신을 전해주었다.
 
그는 지상의 여행을 마치는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바탕으로 가르침을 주기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는 글과 영상자료로 우리 곁에 남아 있다.

직업이 선생인 내가 느끼는 갈등 중의 하나는 학생들에게 무엇이 옳은 것인가를 가르치면서도 정작 나는 실천하지 못하는 때가 많다는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말로써가 아니라 몸소 실천함으로써 교사가 어떠한 존재이어야 하는가를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기며, 6년을 감옥에서 보냈고, 수십 년을 망명과 연금, 감시 속에서 살았지만 민주주의와 나라의 발전, 그리고 조국통일을 위해서 일생을 바쳤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던 큰 별을 떠나보내며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나를 되돌아본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요동치는 교육정책의 기조를 되돌아볼 때 김대중 정부의 교육정책에서 높이 살 수 있는 것 중의 하나는 50년만의 여야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문민정부의 5․31교육개혁안 기조를 유지한 것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김대중 정부의 대표적인 교육정책으로는 세계 수준의 대학원과 지역 우수대학 육성을 위해 무려 2조300억원을 투입하는 ‘BK 21 사업,’ 학급당 학생수를 35명 이하로 감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7.20 교육여건 개선사업,’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는 교육정보화 사업, 교원정년단축, 교원노조 합법화 등을 들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주목받아야 할 것 중의 하나는 교육계의 수장을 부총리로 격상시킨 교육인적자원부총리제 도입이다. 교육부를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널리 받아들여지는 사회분위기에 비추어볼 때 나의 이러한 생각은 뜬금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그러나 깊이 들여다보면 비록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시들어버린 교육부총리제였지만 이 제도는 정부 각 부처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교육(인적자원개발)을 중심으로 각 부처의 역할을 새롭게 들여다보게 하였고, 그 이전 정부에서 해낼 수 없었던 막대한 예산을 필요로 하는 7.20 교육여건 개선사업, BK21 사업 등 여러 가지 신규사업을 가능하게 했었다.

물론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밝힌 것과 달리 능력위주의 사회, 사교육비 고통 탈피, 지․덕․체의 전인교육 실현이라는 약속을 이루어내지는 못했다. 그리고 교육개혁 과정에서 개혁 의도와 달리 교원들의 권위실추와 사기저하, 교육계에 대한 불신 심화, 교원단체간의 갈등 심화 등의 부작용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우리가 잘 알다시피 한 정부가 짧은 시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특정 정책의 결과로만 나타난 부작용도 아니다. 이는 우리 시대의 교육에 던져진 해결해야 할 허상이다. 남겨진 우리는 또 다른 그가 되어 교육에 던져진 화두를 새롭게 정리하고, 해결책을 모색해가야 하리라.

풀벌레 소리가 가득한 한여름 밤을 하얗게 지새우다 보니 벌써 새벽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날이 밝으면 나는 다시 교사의 길을 걸어야 하리라. 한평생을 그의 동지로 살아온 이희호 여사의 마지막 편지글에 실린 “너무 쓰리고 아픈 고난의 생을 잘도 참고 견딘 당신을 나는 참으로 사랑하고 존경했습니다.” 라는 말로 남겨진 이의 마음을 대신하며 그를 떠나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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