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교육청이 교원의 촌지 수수, 교육공무원의 비리행위를 신고할 경우 최고 3천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조례를 입법예고했다.
그동안 교육현장에서 대표적인 고질병으로 손꼽히는 촌지관행과 학교납품 비리 등의 폐해와 이를 반드시 근절시키기 위해서 엄중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절대 공감한다. 그러나 교사를 대상으로 한 ‘부조리 행위 신고포상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문제가 있기에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교사와 군인은 자긍심과 사명감을 생명처럼 소중히 여기는 대표적인 사람들이라 할 수 있는데 이번 신고포상제는 교사들을 마치 잠재적인 범죄자 집단으로 취급해 교사들의 사기(士氣)를 크게 저하시킬 수 있다. 촌지수수가 마치 교사들의 일반화된 관행처럼 확대․왜곡돼 학생들에게 존경과 역할모델이 돼야 할 교사가 의심의 눈초리로 지켜보다가 신고를 해야 할 존재로 전락하게 된다면 교사들이 자긍심과 사명감을 가지고 교단에 서기는 힘들 것이다. 이렇게 해서 교원의 사기가 떨어진다면 이는 곧 교육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것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의 자녀들이 안아야 한다.
둘째, 신고포상제 도입은 교사들을 교육개혁의 주체가 아닌 처벌해야 할 개혁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지금 국가적인 현안으로 떠오른 ‘사교육비 경감 대책’이라든가, ‘국제 경쟁력을 갖춘 인재 양성’ 등 교육개혁을 통해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그리고 이 같은 교육개혁의 성패는 결국 학교교육 현장의 교사들이 얼마나 자부심과 사명감을 가지고 열정을 다해 교육에만 전념하는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따라서 교사들을 개혁의 대상으로 간주하기 보다는 지원하고 격려해야 할 주체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셋째, 신고포상제 도입은 학교교육현장에서 학생·학부모와 교사의 관계를 신뢰와 믿음의 관계가 아닌 불신과 반목의 부정적인 관계로 몰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실명신고를 받는다고는 하지만 전화, 우편, 팩스나 서울시교육청 사이트 등을 통해 보상금을 노린 무차별적인 신고나 악의적인 목적의 익명 신고 등으로 인해 자칫 다수의 선량한 교사들이나 학부모, 학생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고와 고발이 난무해 교사와 학생, 학부모 간의 기본적인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진다면 학교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기대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몇 해 전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책이 많은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준 것을 기억한다. 돌고래와 마찬가지로 사람도 의심과 처벌, 비난 보다는 긍정적인 관심과 칭찬, 믿음 그리고 격려를 통해 행동을 보다 좋은 쪽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학문적으로도 교육학 이론을 통해 부정적 접근보다는 긍정적 접근이 사람의 행동 개선에 효과적이라는 것이 이미 입증됐다. 이 같은 원리는 깨끗하고 신뢰가 넘치는 학교를 만드는 데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믿는다.
따라서 교사의 촌지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신고 포상제’라는 부정적 정책 보다는 촌지를 받지 않으며, 모범적으로 깨끗하고 바른 교육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교사를 찾아 칭찬하고 격려하는 포상제도(褒賞制度)가 확대돼야 한다. 비리 교원은 엄중히 처벌하고, 교사로서 모범이 되는 교사에 대한 아낌없는 칭찬과 격려는 교사들로 하여금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존경받고, 사랑받는 교사로 거듭날 수 있는 힘과 의지를 북돋아줄 것이라 확신한다.
앞으로 교원들 스스로가 촌지나 금품수수 등의 비리가 발붙일 수 없도록 깨끗하고 투명한 교직사회를 만들기 위한 의지와 각오를 다지면서, 교직사회 내의 자체적인 자정활동을 더욱 더 강화해나가기를 바란다. 또한 정부와 시․교육청은 신고포상제와 같이 부정적인 제도를 통하기 보다는 교사들이 스스로의 명예와 자긍심을 지킬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지속적인 자정활동을 강화하는 데 역점을 두고 정책을 추진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