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학교교육은 정보화 물결에 발맞춰 학생들의 창의성·다양성·자율성 신장에 초점을 맞추는 새로운 교육질서를 추구해 가고 있다. 획일화에서 탈피하려는 이런 노력에 교육당국도 교육정보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그 교육정보화 정책은 근본적으로 문제점을 안고 있다. 바로 교육정보화를 통한 新 교육질서 창출이 오직 기술결정론적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마치 얼마나 많은 컴퓨터를 갖췄고 교사들이 수업시간에 얼마만큼 컴퓨터를 활용하고 있으며, 그리고 교사들의 컴퓨터처리능력은 어떠한가에만 관심이 쏠려 정작 정보화 사회에서 중요시되어야 할 교육구성원들의 자율성과 창의성 신장과는 거리가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올바른 의미의 교육정보화는 위계서열적·통제적으로 이루어지는 학교환경을 민주적·자율적으로 조성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학교환경은 정보화란 말을 많이 사용하면서도 여전히 위계서열적·획일적 형태를 띠고 있다.
그 대표적 예가 부장교사제도다. 학교가 행정을 하는 곳인지, 공부를 가르치기 위해서 있는 곳인지 모를 정도로 부장이 많고, 학교가 부장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 같다. 얼마 전 독일 김나지움 교육을 관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부장교사제도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 교사는 각종 아이디어와 교육적 수단을 동원하여 자신이 가르치는 교과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우리 나라처럼 교사가 행정적 일을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고, 더욱 그런 행정적 업무능력을 통해 평가받지도 않았다. 당연히 우리와 같이 교직환경을 서열화하여 통제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정보화 환경에 적합한 새로운 교육 질서란 바로 현행의 행정적 및 학년단위로 운영되는 학교체계를 교과별 단위체계로 전환하는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교무실 환경은 교감선생님의 자리를 중심으로 각 행정부장 교사가 자리하고 그 주변에 평교사들이 앉는다. 학교의 모든 운영은 부장교사를 중심으로 이뤄지며, 또 모든 중요한 학사행정은 그들을 구성원으로 한 간부회의를 통해 결정된다. 이런 학교운영과정에서 대부분의 교사들은 행정적 업무를 통해 평가받으며, 더욱 그런 행정업무를 잘하는 교사는 곧 유능한 교사로 간주되어 승진의 기회를 얻게 된다.
이런 행정단위의 학교운영에서 자연히 교과에 대한 관심은 소홀히 될 수밖에 없다. 교육당국에서는 현행의 행정적 업무부장제도를 대신할 교과별 부장제도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검토해보아야 할 것이며, 단위학교에서도 학교를 교과별로 운영할 수 있는 제반 여건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교과교육의 활성화를 통한 교육 구성원들의 다양한 능력신장이 정보화 환경에 걸맞은 교육 질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