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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수첩> 아이들과 행복했던 시간

8월말 39년의 교직생활을 마감하니 그 길이 마치 꿈과 같다. 다른 능력은 시간이 갈수록 숙달되지만 교직은 묵을수록 퇴보만이 쌓이는 것 같아 항상 나의 무능을 부끄럽게 생각했음이 솔직한 심정이다.

내가 촌부로서 논밭에서 하루종일 일했다면 학습에 이처럼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기나 했을까. 교실에 들어서기 전 `한가지라도, 한 명이라도 더 가르쳐야지'라고 생각하며 내 처지가 고마워서, 아이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몰입하다가 내 자식을 갖게 된 후부터는 자식을 위한 일념으로 교육에 임했다.

`나와 똑같은 사람이 내 자식의 담임이 됐을 때, 나는 학부모로서 만족할 것인가'. 남의 자녀를 잘 가르쳐야 남도 내 아이를 잘 가르쳐 준다는 신념을 지키려고 애썼다.

연필 깎아 주고 옷 입혀주고 오줌싸면 닦아주고 똥 누면 치워주고 목욕 시켜주고 돌려가며 머리 깎아주고 손톱 깎아주고 또 다시 가르치고 또 다시 설명하고 입이 아파 벌어지지 않아도, 점심시간 전에 배가 고파 허리가 구부러져도 미친 듯이 매진하고 흠뻑 취해 즐거워했다.

정말 화장실에 가는 시간도 아까워했고 해뜰 때 출근해 달을 보며 퇴근한 숱한 날 들이 순간처럼 느껴진다. 이 얘기는 결코 자랑이 아니다. 교사란 무엇인가. 어린이의 종이다. 어린이의 밥이 되고 떡이 되고, 그리고 재가 돼야 한다. 내 완벽주의 때문에 지탄도 많았고 환영도 많았다. 하지만 난 내 신념대로 살아왔고 누가 어떤 평가를 한다해도 교사로서 걸어온 그 길을 후회하지 않는다.

새하얀 도화지 같은 아이들 속에 온전히 파묻혀 산 일생이었다. 비록 세상 물정은 몰랐어도 어린 천사들 속에서 행복했다. 이제 긴 항해는 끝나고 무사히 뭍에 안착함을 고맙고, 감사하고, 눈물겨워 하면서 교단을 떠난다. 좋으신 선생님들, 훌륭하신 선생님들. 내내 건강하고 행복하고 사랑하세요. 정말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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