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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교육주간 주제해설집 - "재미 없는 공부 강요하는 건 학생 인권 침해"

왜 하필이면 ‘가고 싶은 학교, 보고 싶은 선생님’인가?

엄마, 학교를 왜 다녀야 하는 거야. 엄마는 잘 알아둬야 해. 내가 학교에서 배운 게 하나도 없다는 걸 말야. 딸의 이 같은 항의를 받은 채모씨는 고민 끝에 결국 딸을 자퇴시키고 집에서 교육(홈스쿨링)하기로 했다.

학원을 경영하는 박모씨(49)는 올해 중학교에 진학하는 아들의 진로를 고민하다 결국 무인가 대안학교를 택했다. 아들이 자연과 더불어 인성을 갖추며 자라길 바랐기 때문이다.

위의 글을 읽고 어떤 느낌을 받으셨습니까? 아직은 극히 일부의 현상이니 무시해도 좋다고 생각하십니까?

사람들은 저마다 학창시절의 추억을 마음속에 고이 간직하고 있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어른들은 가끔씩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혼자 미소를 짓거나, 동창들끼리 만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 때 그 시절을 그리워하며 마냥 떠들고 즐거워합니다. 장난치다 벌을 서던 일은 다반사요, 점심시간도 되기 전에 도시락을 까먹다가 혼난 일이며, 어렵게 장만한 새 신발을 잃어버려 난감해 하던 일,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등을 토닥이며 달래주시고 격려해주시던 선생님에 대한 추억은 남다르지요. 어른들이 간직하고 있는 학교에 대한 추억은 한 마디로 ‘가고 싶은 학교, 보고 싶은 선생님’입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도 먼 훗날 그런 즐겁고, 아름답고, 멋진 추억들을 간직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그들은 학교가 어둡고, 우울하고, 괴로웠던 시절의 추억으로만 간직하게 되지나 않을는지요?
우리의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먼 훗날 학창시절을 못내 그리워하며 ‘학교가 되돌아가고 싶은 곳이고, 선생님이 만나보고 싶은 분’으로 추억할 수 있게 만들어 가야겠습니다.

가고 싶은 학교

학교가 참 많이 달라졌습니다. 좋은 의미로 학교가 달라졌다고 하는 사람들은 학교의 외형을 두고 말합니다. 그러나 좋지 않은 쪽으로 학교가 많이 달라졌다고 하는 사람들은 학교의 내면적 변화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학교의 시설이나 환경 및 여건이 옛날보다 많이 좋아졌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번듯한 건물, 깨끗한 교실, 책걸상이며, 교과서며, 학습도구며, 모든 것들이 옛날에 비하면 참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학교에 가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옛날에는 부모님이 학교에 가지 말라고 하면 학교에 가겠다고 떼를 쓰곤 했습니다. 행여나 학교에 가지 말라는 말이 부모님의 입에서 튀어나올까봐 조마조마 했었고, 부모님 눈치 살피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부모님들이 학교에 가라고 등을 떠밀어도 오히려 핑계를 대고 가기 싫어합니다. 마지못해 책가방을 메고 방문을 나서는 아이들의 모습이 왠지 밝지 않습니다. 아이들에게는 더 이상 학교가 가고 싶은 곳이 아닙니다. 참 많이 변했지요.

이유야 어떻든 이제 아이들이 가고 싶지 않은 학교는 지구상에서 사라져야 합니다. 아이들에게 부담이 되고, 스트레스만 쌓이게 하고, 아이들이 즐거워하지 않는 학교는 문을 닫아야 합니다. 학교의 주인공은 아이들입니다. 아이들 중심으로 학교가 운영되어야 합니다. 그들에게 학교가 즐거운 생활의 장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가고 싶은 학교가 되도록 해야 합니다.

옛날부터 ‘말을 물가에 끌고 갈 수는 있지만 억지로 물을 먹일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이 말은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갈 수는 있고 교실로 끌어들일 수는 있지만 하기 싫은 공부를 억지로 시킬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재미없는 공부를 강제로 하게 하니까 아이들은 교실에 들어오면 하품만 하고, 잠을 자거나 엉뚱한 짓을 하게 됩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열심히 가르치고 있는데도 책상에 구멍을 뚫어 휴대폰으로 장난하는 아이들. 실제로 책상에 구멍을 뚫은 아이는 극소수이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이 책상에 구멍을 뚫고 싶어 하는 것이 현실이라면 심각하지 않습니까?

요즘 교육학서적을 보면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가 되어야 한다고 많은 학자들이 주장합니다. 이 말은 교육(education)과 재미(entertainment)가 연결되어 아이들에게 공부가 재미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재미없는 공부를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그 어떤 변명으로도 설명될 수 없습니다. 비록 현재는 재미가 없지만 그래도 장래를 위해서 스스로 고통을 감내할 마음의 자세를 갖추고 이를 악물고 공부하는 것은 좋지만, 애초부터 아무런 동기유발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너희들의 장래를 위해서 싫어도 하라고 강요하는 식으로는 아이들이 설득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것은 의미 없는 수업입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재미를 느끼게 하거나, 비록 재미없는 과업이지만 장래를 위해서 참고 공부해보도록 설득할 자신이 없으면 그 수업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아이들이 무언의 압력으로 어쩔 수 없이 수업에 참여한다면 그것은 아이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입니다. 아이들의 인권도 소중한 것이며 침해해서는 안됩니다. 아이들의 인권도 존중되어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의 학업성취도는 세계에서도 상위권에 속하고 그래서 대통령도 우리 교육이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학교나 수업에 대한 만족도나 학습흥미도는 OECD 국가들 중 최하위수준이라고 합니다.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공부가 되게 합시다. 그래야 학교가 가고 싶어집니다.

아이들이 학교를 기피하는 또 다른 까닭은 자기 집보다 훨씬 못한 학교시설과 환경 때문입니다. 옛날에는 비록 학교의 시설과 환경이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싶어 했던 까닭은 학교의 시설과 환경이 자기 집보다는 좋았기 때문입니다. 교실에 선풍기도 없고, 난방도 형편없었지만 선풍기가 없기는 내 집도 마찬가지였고, 오히려 화장실은 우리 집보다 더 좋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학교에 가면 교실에는 친구가 있고, 따스한 정이 넘쳐났습니다. 무섭긴 했지만 자상하고 인자한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외형은 그럴싸하지만 그 속에는 따스한 인정이 없습니다. 비정하고 삭막한 경쟁만 있을 따름입니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체벌을 한다고 폭력교사로 고발하는가 하면, 선생님은 아이들이 잘못을 해도 꾸짖고 나무라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이라고 모든 학교, 모든 아이들이 학교를 가기 싫어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음의 사례들을 살펴봅시다.

<사례 1>

기피학교서 가고 싶은 학교로 대변신한 가평高

경기도 가평군의 가평고(교장 박재근). 이름 그대로 가평을 대표하는 공립고교다. 하지만 6년 전까지도 형편없는 대입 실적과 만성적 폭력으로 철저히 외면당했었다. 중3 담임이 “가평고에 가라”고 하면, 학생은 울고 부모들까지 달려왔을 정도다.

그랬던 ‘기피 학교’가 이젠 가평군 중학교에서 전교 10등은 돼야 들어갈 수 있는 ‘지역 명문’으로 변신했다. 2006 대입에서도 인문계 134명 가운데 서울대(법대·사회대) 2명, 연세대·고려대도 합쳐 5명이 합격했다. 특히 서울법대 배출은 개교 54년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총원 122명인 실업계에서도 전자·반도체·LCD 등 삼성 계열사에만 10명이 합격했다.

가평군은 비평준화 지역이다. 그래서 2000년까지도 ‘공부 좀 하는 중3’은 몽땅 서울이나 춘천에 빼앗겼다.
가평고에서 전교 1등이어도 서울소재 대학에 못 가는 경우가 허다했다. 음주·흡연 등 탈선이 잦아 소수 우수한 학생마저 적응하기 힘겨워했다. 9년 전엔 동료 학생을 산으로 끌고 가 폭행한 다음 소변을 먹인 충격적 사건으로 방송을 타기도 했다.

하지만 2001년부터 ‘문제 학교’는 변하기 시작했다. 새로 온 박 교장은 입학 성적 10등 이내 학비 전액 면제, 명문대 입학 시 4년 장학금 등을 약속해 우수 학생을 모았다. 빈 교실 두 개를 터서 상위권 학생을 모아 놓고 새벽 1시까지 함께 공부하게 했고, 승합차 4대를 빌려 산골 집까지 데려다 주며 정성을 쏟았다.
효과는 나타났다. 그해 10년 만의 서울대 합격생을 포함, 5명이 서울 상위권 대학에 붙었다. 그 뒤로도 해마다 서울대·연·고대 등 상위권대 합격생이 10명 안팎 나오고 있다. 신인균(44) 교사는 “아이들이 ‘할 수 있다’는 희망과 의욕을 갖게 된 덕”이라며 “자연스럽게 폭력도 줄더라”고 했다.

2002년엔 경기도로부터 20억 원의 학교발전기금을 유치했다. 가평교육청이 “지역 인재의 유출을 막게 도와 달라”고 요청하자, 경기도가 가평고를 ‘농어촌 중소도시 좋은 학교 만들기’ 사업 대상으로 지정한 것.

다음해엔 전교 10등까지만 받아들이는 기숙사 ‘보납서원’을 지었다. 보납서원 입실은 곧 명문대 입학을 예약하는 격이어서, 학생들 간 경쟁이 치열하다. 이 지역 중학생에게도 선망의 대상이다. 이와 함께 ‘입지원’ ‘양현재’과 같은 실업계 학생용 독서실과 멀티 학습관, 원어민 어학실 등 시설을 대폭 확충했다.
파격적 제도도 도입했다. 학생들이 선생님을 직접 고르는 ‘맞춤형 보충수업’. 교재제작비는 학교가 심사해 차등적으로 지원한다. 어찌 보면 ‘교원평가제’를 연상시킨다.

교육기획부장 정하진(47) 교사는 “처음엔 선생님들의 거부감도 컸지만 지금은 ‘교사로서 경쟁력을 키운 계기가 됐다’는 평도 나온다”고 했다. 작년에는 일본 도쿠야마(德山) 대학에 매년 7명을 전액 장학생으로, 필리핀 FEM-FEU 대학엔 한 해 10명을 어학연수 보내기로 협정 맺었다.

가평고는 이제 가평군 주민의 자랑거리다. 소문도 퍼졌다. ‘강원도 교육 1번지’ 춘천에서도 교사들은 “비결이 뭐냐”고, 학생들은 “입학하고 싶다”고 물어온다. <조선, 2006.05.24>

<사례 2>

「대안교육/거창高」『남 위해 살라』인성교육 중시

'월급이 적은 직장을 선택하라.' '승진의 기회가 거의 없는 곳을 택하라.' '장래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가라.' 학생들에게 이렇게 가르치는 학교에 자녀를 보내겠습니까. 모두들 고개를 갸우뚱거리겠죠.

경남 거창의 거창고등학교를 방문하는 사람은 대부분 이 학교 강당 뒤편에 적혀 있는 직업선택의 십계(十戒)를 읽고 의아해한다. 보통 사람의 상식으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 글에는 개척과 봉사, 그리고 희생정신이 담겨있습니다. 다른 사람 위에 군림하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남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이 되라는 가르침이죠."
이 학교 고승안(高勝安․53․수학)교감의 설명.

"이 글귀는 거창고의 교육정신을 가장 잘 표현해 주는 것입니다.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이죠. 그러나 졸업생을 비롯한 모든 학교 구성원들이 평생동안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여기고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그저 평범한 시골학교에 불과한 거창고등학교. 이 학교가 대표적인 인성교육 학교라는 평가를 들을 수 있었던 비결은 이처럼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교육정신 때문이다. 학생들을 바른 인간으로 성장시키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는 것.

거창고는 해마다 90% 이상의 4년제 대학 진학률을 자랑한다. 올해도 졸업생 1백92명 가운데 서울대 7명을 비롯, 고려대 11명, 연세대 22명 등 거의 전교생이 대학에 진학했다. 이정도면 전국 최고수준이다. 이런 성과는 거창고가 실시하는 자율교육 덕분이라는 것이 학교 측의 설명.
저녁식사가 끝난 뒤 실시되는 자율학습 시간은 글자 그대로 자율적이다. 어려운 수학문제와 씨름하는 학생, 열심히 신문을 들여다보는 학생, 간디자서전에 빠진 학생 등등. 자율학습에 빠져도 나무라는 사람이 없다.

"감기 들었으면 좀 쉬어야지. 무리하면 안돼요."
"이젠 거의 나았어요. 선생님."
교사들은 전교생의 이름은 물론 출신지역과 가족관계에 이르기까지 소상히 파악하고 있다. 학년 당 4학급이며 전교생은 6백 명을 넘지 않는다. 작은 학교라야 교사와 학생의 󰡐만남의 교육󰡑이 가능하다는 생각에서다. 남학생 3명에 여학생 1명꼴.

4월말에 3일 동안 실시되는 봄 축제는 이 학교의 정신이 가장 깊게 배어있는 행사다.
반별 경연대회 형식으로 열리는 이 축제는 기획부터 예산집행까지 전적으로 학생회가 주관한다.
전교생은 모두 한 가지 이상 종목에 반드시 참여하는 것이 기본. 재주 있는 학생들의 독무대가 되지 않고 골고루 참여하는 축제를 만들기 위해서다.

"운동경기중 학생들이 다툼을 벌여도 교사들은 구경만 할 뿐입니다. 문제해결 과정을 통해 더불어 사는 법을 터득하도록 하자는 것이지요."
유일한 총각교사인 체육담당 유천상씨(34)의 설명이다.

겨울의 백미는 토끼몰이. 눈 오는 날이면 수업을 중단하고 전교생이 인근 야산으로 토끼몰이를 나간다. 이 골짝 저 골짝을 누비며 토끼를 쫓다보면 온몸이 흠씬 젖는다. 토끼를 못 잡아도 즐겁기만 하다.
거창고의 독특한 교육방식이 알려지면서 최근에는 외지 학생들의 입학이 부쩍 늘었다. 󰡐유명인사󰡑의 자녀들도 적지 않다.

기부금을 내겠다는 학부모들도 있지만 이해당사자의 돈은 절대 안 받는다는 것이 학교측의 입장. 그래도 내고 싶은 사람은 졸업 뒤에 내라고 설득한다.
지원자가 많아 신입생을 성적으로 뽑을 수밖에 없는 것이 '열린 교육'을 지향하는 거창고의 최대 고민. 대안을 모색했지만 적당한 선발기준을 찾지 못해 학교측은 불합격자를 줄이기 위해 미리 성적을 검토해 합격할 만한 학생들의 원서만 받고 있다.

16일은 1학년 조한솔군의 생일. 한솔이의 한솥밥 식구인 기숙사 12호실 친구들은 과자와 음료수를 준비해 저녁 때 조촐한 생일잔치를 마련했다. 옆방에서 기타를 빌려와 노래도 부르며 오락시간을 가졌다.
한솔이의 방 동료인 김태후군은 "친구들과 함께 있어 쓸쓸하지 않고 걱정거리가 생겨도 함께 고민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거창고는 특별활동의 천국이다. 풍물반, 방송반, 학보사, 산악부, 사진반, 문예반 등 무려 23개나 되는 동아리가 활동하고 있다. 동아리 활동의 대원칙은 자율. 학생들은 뜻이 맞는 친구들과 모임을 만들어 학교에 신고하고 좋아하는 지도교사를 모시면 그만이다. 교사들이 아이디어를 내서 모임을 만들기도 하지만 학생들이 직접 만든 동아리가 더 활동이 왕성하다는 것이 교사들의 솔직한 고백.

거창고의 동아리 활동은 교사들의 끊임없는 토론과 연구를 통해 생겨났다. 80년대 초 교사들은 특별활동이 대부분 시간 때우기 식으로 이뤄지는데 아쉬움을 느꼈다.
그래서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열린 공간을 만들어주자는 취지에서 소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인 연구에 돌입했다. 교사들은 밤을 새워가며 토론한 끝에 학생들이 좋아하는 것이면 어떤 모임이라도 허용해주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결론에 따라 동아리 활동을 모두 학생자율에 맡겼다.

거창고는 기숙사 생활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동아리 활동이 학생들의 유대관계를 맺어주는 고리역할을 하고 있다. 동아리 활동을 거친 졸업생 중에는 학창시절의 추억을 못 잊어 주말이나 방학 때 동아리 후배들을 찾아오는 열성파가 적지 않다.

매년 신학기 초가 되면 거창고에는 신입부원 확보전쟁이 벌어진다. 후배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동아리를 소개하는 벽보를 내다붙이고 휴식시간에는 신입생을 대상으로 '유세'를 벌이기도 한다.
동아리의 이름도 재기가 넘친다. '너울너울 밀려드는 외세의 흐름을 막아내는 장막'이라는 뜻의 풍물패 '너울막', 주말마다 고아원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펴는 동아리는 '뜻모임', 산행을 하며 호연지기를 다지는 산악부는 '나이테'로 불린다.

일주일에 한 번씩의 정기모임으로도 부족한지 주말이나 방학을 이용해 합숙모임을 갖기도 한다.
학생의 날인 10월3일 열리는 '동아리 발표회'는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선보이는 기회다.
'너울막'회장 김민수군(18)은 "동아리 활동을 통해 회원들이 친형제 같은 정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직접 수학강의 거창高 도재원교장

"교육은 학생들이 얼마만큼 교사들을 믿고 따르느냐에 성패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교사는 권리의식보다 의무감이 앞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거창고 도재원(都在元․55․수학담당)교장은 직접 분필을 들고 학생들을 가르친다. 교사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학생들과 자주 접촉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80년 당시 교감이던 도교장은 삼청교육대에 보낼 학생 명단을 제출하라는 신군부의 명령을 묵살했다가 곤욕을 치른 경험이 있다.
"서슬퍼런 군인들의 요구를 받고 고민도 많았습니다. 말을 듣지 않았다가는 당장 학교 문을 닫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죠."
당시 학교에서는 이 문제를 전체 교사회의에 올렸고 교사들은 토론 끝에 '학교문을 닫는 한이 있더라도 학생들을 보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때 저는 '병을 고치기 어렵다고 환자를 무당에게 보내는 의사를 본 적이 있느냐. 교육전문가인 교사들이 바로잡지 못하는 학생들을 군인들이 선도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설득했습니다."
결국 한명도 삼청교육대에 보내지 않았지만 그 뒤 학교는 보이지 않는 고초를 상당히 겪어야 했다.

도교장은 '내가 귀한 만큼 다른 사람도 귀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인성교육의 기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평소 교사들에게 "학생들을 귀하게 여겨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최근 거창고가 높은 진학률을 자랑하는 입시명문으로 유명해진 것도 이같은 교육풍토 때문이라고 도교장은 믿고 있다.

"학생들은 선생님이 좋으면 그 과목도 열심히 공부합니다. 학생을 사랑으로 대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학교 교사들의 첫 번째 덕목입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공부를 잘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전체 학생의 성적을 높이는 것보다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이 열등감을 갖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도교장의 지론.

"능력차는 우열이 아니라 다양성으로 인정하고 골고루 귀하게 대해야 합니다. 학생 개개인을 소중한 존재로 인식하는 것이 교육의 출발점이 아닐까요."
〈거창〓홍성철기자〉

위의 사례들을 보고 어떤 이들은 이렇게 변명합니다. 시골학교는 돼도 대도시는 안된다. 또는 사립학교는 돼도 공립학교는 안된다. 과연 그럴까요? 그건 변명이고 핑계일 따름입니다.

보고 싶은 선생님

선생님들도 많이 변했습니다. 1학년 입학 때 담임선생님이셨던 분이 6학년 때 다시 담임하는 경우도 거의 없고, 방과 후 함께 고기를 잡으러 냇가로 가고, 밤에도 함께 선생님 댁에 가서 옛날 얘기를 듣거나 위인들의 얘기를 듣던 낭만도 사라졌습니다. 선생님은 컴퓨터보다 실력이 없습니다. 다섯 시만 되면 교정은 텅 빈 채 적막강산이 됩니다. 어떤 선생님은 노동자라고 하면서 받는 만큼 가르치겠다고 합니다. 아이들에게 선생님은 보고 싶어서 찾아가 만나는 관계가 아니라 타의에 의해 마지못해 만나는 관계일 따름입니다.

‘군사부일체’는 그야말로 시대에 뒤떨어진 옛말일 뿐입니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정을 주려고 하지 않는데 아이들이 선생님 팔에 매달리며 아양을 떨기는 어렵겠지요.
몇 년 전에 교생 실습을 마치고 대학으로 돌아온 우리 대학의 어느 교생이 교육실습기간 동안 정들었던 어느 중학생으로부터 받은 편지의 내용 일부를 여기 소개해 봅니다.

First 선생님께
모든 일에 열정을 갖고 임하시는 지금 선생님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선생님이 된다는 것은 가장 고귀한 일임과 동시에 위험한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까지 수십 분의 선생님을 만나봤지만 '선생'이란 존재를 받아들이기가 어려웠거든요. 아픈 기억들도 많고...처음엔 그 분들의 위선을 욕했지만 처음엔 그 누구도 자신이 그런 이가 될거라곤 생각지 못했을 거 같아요. 일상에 지쳐....열정은 습관이 되어 그렇게 살아가는가 봐요.

제가 선생님께 감히 부탁드리고 싶은 건 지금의 선생님의 모습을 기억하시라는 거예요!
“初心” 학생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선생님은 지식이 아닌 사랑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라 생각해요. 눈높이를 맞춰 대화를 한다는 것...제가 원했던 건 그것뿐인데 단지 그것뿐인데 아무도 진정 교감을 나눈 선생님이 없었어요. 어쩜 세상의 이면을 보지 못한 키 작은 저의 잘못인지도 모르지만...어린 마음에 많이 슬퍼했거든요...

위의 편지에서 ‘First 선생님’이라고 쓴 것은 아마도 ‘제일 좋은 선생님’ 또는 ‘가장 멋진 선생님’이라는 뜻일 것입니다. 아이들도 좋은 선생님은 어때야 하는지 다 아나 봅니다. 다음의 사례들은 보고 싶은 선생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례 3>
촌지와 장미
소재호

지난 해 봄 우리학교 한 3학년 학생이 가출한 일이 있었다. 결석하는 날이 계속되자 제적 여부를 놓고 고심해야하는 시기에 이르렀다. 담임인 김 선생님은 초조해져 이곳저곳을 찾아 나서기도 했지만 끝내 허사였다.

그러던 중 다행스럽게도 그 학생의 누나가 본인을 데리고 아침 일찍 학교에 왔다. 담임선생님은 학생에 대한 반가움과 미움이 교차하는 듯 했다. 김 선생님의 자리는 내 옆이어서 누나와 나누는 대화가 잘 들렸다.

학생의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고 어머니는 음식점에 다니며 벌이를 하다 병을 얻어 몸져 누운지 오래란다. 누나만 셋이고, 외아들인 그 학생은 가난한 살림을 꾸려가기 위해 그간 노동판에 나가 품을 팔았단다. 막일꾼이 다되어가던 어느 날 누나가 현장에 달려가 동생을 겨우 설득해 학교에 데리고 왔다는 것이다.

누나의 고운 볼에 눈물이 흘렀고 김 선생님도 눈을 자주 꿈벅였다. 대화를 마치고 누나는 흰 봉투 하나를 담임선생님께 슬그머니 내밀었다. 김 선생님은 몇 번 사양하다 무슨 결심을 한 듯 받아 서랍에 넣었다. 우리학교에선 촌지를 받는 일이 흔치 않아 제3자인 나로서는 계면쩍었다. 학생은 가벼운 징계 절차를 밟기 위해 생활지도부로 넘겨졌다.

며칠이 지난 후 그 누나가 예쁜 꽃다발을 안고 다시 담임선생님을 찾았다. 장미꽃 몇 송이를 안개꽃으로 감싼 예쁜 꽃다발이었다. 김 선생님이 받았던 촌지에 약간의 돈을 더 보태고 선물꾸러미까지 들고서 가정을 방문, 어머니를 위로했던 일에 대한 보답이란다. 감사와 보답으로 이어지는 두 사람의 마음씨를 나는 곱게 읽었다. 나는 슬그머니 일어나 학생이 근신하고 있는 교실로 올라갔다.(1994,3,17. 조선일보 ‘일사일언’에서 읽은 당시 전주 완산고 교감이었던 소재호 씨의 ‘촌지와 장미’라는 글을 옮김)

<사례 4>
섬마을 미니학교서 전국과학대회 휩쓸어
4학년 이상 전원 입상 경험

전북 군산에서 배를 타고 2시간 가다보면 나타나는 선유도. 주민이 2백여 명에 불과한 이 섬마을에 단 하나뿐인 선유도초등학교에는 전교생이 11명뿐이다.
이 작은 섬마을 학교 어린 학생들이 전국과학경진대회를 휩쓸고 있어 화제다.
4학년 나덕규(10)군은 지난 15일 과학문화재단이 주최한 전국청소년 과학경진대회 모형항공기 부문에서 최고상인 금상을 받았다.

이 대회에는 전국 각 시ㆍ도에서 내로라하는 대표 학생 40여명이 참가했다.
이틀 전인 13일에는 군산시내 44개 학교 학생들이 참가한 과학실험경연대회에서 6학년 임진솔(12)양이 금상을 낚아챘다.

임양은 지난해에도 짝꿍인 서희양과 팀을 이뤄 '초등생들의 창의력 올림피아드'로 불리는 과학교육연합회 주최 과학탐구 올림픽대회에서 '페트병을 이용한 해충 포획방법'으로 환경탐구 금상을 받았었다.
또 지난 5월 열린 군산시 청소년 과학경진대회에서 임양과 나군, 5학년 임익환군 등 3명이 금상을, 6학년 서희, 5학년 이은지 양 등 두 명은 은상을 받았다.

전국발명품 경진대회에서는 지난해와 올해 1~3학년 저학년 학생들을 제외한 이 학교 학생들이 금상 1회, 은상 3회, 동상 2회를 차지하는 등 전교생이 입상하기도 했다.
발명가가 꿈인 임진솔양은 "선생님들이 특별히 요구하거나 가르쳐주는 것도 없는데 스스로 무엇이든 만들고 실험하는 습관이 나도 모르게 생겼다"면서 "궁금한 것을 선생님에게 여쭤보고 만들어보다가 상까지 받게 됐다"고 말했다.

이 학교 학생들이 전국 규모 과학ㆍ발명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교사ㆍ학생간에 체험주의식 교육이 효과를 본 결과라고 교사들은 설명한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거미는 어떻게 집을 짓나' '나팔꽃은 왜 오른쪽으로 감아 올라가나'등의 문제를 내주고 학생들이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현장에서 숙제를 풀어오도록 유도해 관찰력과 호기심을 북돋운다는 것이다.

교실마다 달 변화 관측기, 번개 실험 관찰기, 별자리 관측기 등 탐구기구가 가득하고 복도에는 기울기가 조절되는 지구본, 화장지 배분기 등을 늘어놔 학생들 스스로 세상 물리에 대해
관심을 갖고 스스로 해답을 찾도록 유도한다.

이 학교 강용구(姜龍求.59)교장은 "일반 학교와 다른 특별한 교과과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섬마을의 자연현상을 직접 경험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해 보도록 유도하는 동기유발식 교육이 효과를 본 것"이라며 "방과 후 매일 1시간씩 실험ㆍ관찰ㆍ만들기 등의 특별활동이 수상의 비결"라고 소개했다.

[인터뷰]
"섬이라는 환경이 탐구․호기심 자극"

"오지라는 장벽이 우리 학생들에게는 오히려 이점이 되고 있습니다. 도시 아이들이 체험할 수 없는 자연환경을 직접 체험하고 느끼면서 과학적 감수성을 키워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선유도 초등학교 과학발명반을 이끌고 있는 이동렬(李東烈.49.)교사. 李교사는 "암석과 갯벌, 갖가지 희귀한 수석, 물새 등 섬에서만 볼 수 있는 환경들이 자연에 대한 호기심, 관찰력과 탐구력을 일깨우는 자극제"라고 말했다.

李교사가 어린이들에게 발명왕의 꿈을 심어주기로 작정하게 된 것은 바로 옆 섬인 신시도의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초 이 학교에 부임하면서.
"학생들에게 장래 희망을 물어보니 눈만 멀뚱멀뚱하게 뜰 뿐 말이 없어요. 교장선생님‧동료 교사들과 제자들에게 꿈을 안겨줄 방법을 찾다가 발명반을 만들게 됐습니다."

李교사는 과거에 근무하던 학교에서 맡았던 연구부장의 경험을 살려 학생들에게 과학적 사고와 발명의 기본적인 개념을 알려주고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훈련, 제작법 등 창작훈련을 시켰다.
어린이들이 1년 여 만에 전국에서 두각을 나타낼 만큼 달라진 데는 교사들의 헌신적 노력이 결정적이었다. 이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 3명 전원이 자취생활을 하고 있어 연구과제가 생길 때마다 학생들과 밤을 새워가며 매달렸다.

물론 토‧일요일도 예외가 없었다. 李교사는 "교사들은 한 달에 한번 정도 집에 다녀오죠. 솔직히 이 학교 부임 초기에 대단한 꿈은 없었지만 학생들이 이뤄낸 결과를 보면서 많은 반성을 하게 됐고 의무감도 느끼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중앙, 020923>

<사례 5>
어느 ‘대단한 선생님’
송혜진(숙명여대 교수)

초등학생인 조카는 봄방학을 하루 앞둔 날까지도 ‘엄청난’ 숙제를 했다. 밤늦도록 열심인 모습이 한편으로 기특하면서도 ‘내일이면 방학인데 선생님 참 너무하신 것 아니냐’ 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너무하신 건 그뿐이 아니었다. 겨울방학이 끝날 무렵 조카는 숙제로 내야할 전시용 ‘작품’으로 지점토 탱크를 만들었다. 그러나 탱크는 개학도 하기 전에 부서져버렸고, 전후 사정을 들으신 선생님은 조카에게 벌로 청소도 하고 작품도 꼭 내라 하셨다.

다음날 조카는 급한 김에 ‘미술학교’에서 만든 그전 작품을 들고 갔다가 퇴짜를 맞았고, 마침내 밀레의 ‘만종’을 창조적(?)으로 재현한 그림을 제출한 후에야 비로소 통과될 수 있었다. 얘기를 듣는 이마다 ‘그 선생님 참 대단하시다. 학년도 얼마 안 남았는데…’라며 한마디씩 거들었다.

종업식 날. 아이가 들고 온 작은 책 한 권을 돌려보며 우리는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그 ‘대단하신 선생님’이 아이들과 엮은 ‘문집’ 속에는 선생님이 반 아이들 하나하나에게 주는 말, 아이들이 일 년 동안 가장 즐거웠던 순간, 아쉬웠던 순간, 서로를 칭찬하는 말들이 가득 담겨있었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 듣고 싶은 말, 듣기 싫은 말, 닮고 싶은 사람, 이루고 싶은 꿈을 직접 말한 앙케트가 실려 있었는데, 그야말로 ‘선생님의 지독한(?) 아이들 사랑’이란 이런 것이구나 싶어 마음이 뭉클했다. 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은 것 중에 하나가 ‘약속한 것 꼭 지키기’였음도 알 수 있었다.

이제 곧 3월. 새 학기를 맞으며 내 조카아이가 또 한 분의 ‘대단한 선생님’을 만나기를, 나 또한 학생들에게 그런 선생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조선, 일사일언:2007.02.23>

좋은 선생님은 저마다 서로 다릅니다. 개성미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지요. 그러나 몇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사랑과 능력입니다. 교사가 갖추어야할 사랑에는 네 가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교사가 갖추어야할 능력에도 네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네 가지 사랑(四愛)이란 선생님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갖추어야할 네 가지 사랑을 뜻합니다. 즉, 人間愛, 學問愛, 敎育愛, 自己愛가 그것입니다.

人間愛란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교육은 사람을 대상으로 합니다. 나무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정원사가 되면 그 사람도 불행하거니와 나무가 불쌍하게 될 것입니다. 또, 말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기수나 말사육사가 된다면 그 사람 자신도 불행하고 그의 손에 맡겨진 말도 불행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인간애가 없는 사람이 교단에 선다면 학생들이 불행하게 됩니다. 사람보다 꽃을 더 좋아한다면 그 사람은 원예사가 되어야지 교육자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學問愛란 스스로 공부하기를 좋아하는 마음입니다. 교육의 주된 내용은 학문을 배우고 익히는 일입이다. 따라서 스스로 공부하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교단에 선다면 그 사람에게서는 아무 것도 배울 것이 없을 것입니다. 가르치고자 하는 사람은 늘 스스로 배우기를 힘써야 합니다.

한편, 자신은 배우고 공부하기를 좋아하지만 자기가 아는 것을 남에게 가르쳐 주기는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따라서 학문애가 깊은 사람은 학자가 될 수는 있어도 敎育愛가 곁들이지 않으면 교단에 서서는 안됩니다. 학문애가 깊은 사람은 훌륭한 학자가 될 수는 있지만 교육애가 없으면 좋은 교육자가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교육애가 있는 사람은 늘 ‘어떻게 하면 더 많은 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고, 더 잘 가르칠 수 있을까’를 고민합니다.

교육자들은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 즉, 自己愛도 필요합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란 자신에 대해서 긍정적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으며 적극적으로 자기 삶을 즐기는 사람을 말합니다. 왜곡된 자아관과 열등의식, 세상이나 자신에 대한 불만이 팽배하고 자신감이 없는 사람이 교단에 서면 학생들도 그렇게 됩니다. 교육자는 온몸으로 가르칩니다. 교단에 서면 교육자는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치며, 매사에 긍정적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들에게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삶의 모범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교사들이 갖추어야할 네 가지 기술 즉, 四技란 컴퓨터를 다루는 기술, 상담기술, 특수교육에 대한 기본 소양, 그리고 창의력 교육에 대한 전문소양을 말합니다. 이 네 가지 기술은 개인이 노력하면 얼마든지 후천적으로 습득할 수 있고, 숙련될 수 있고, 익힐 수 있습니다. 교단에 서고자 한다면 반드시 익혀야할 기능입니다.

이제 컴퓨터를 모르면 살아남기 어려운 세상입니다. 앞으로 컴퓨터를 모르는 사람은 교단에 설 수 없다는 사실은 누구나 인정할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현실은 아직도 컴퓨터를 제대로 다룰 줄 모르는 선생님들이 많으니 큰일입니다.

상담기술도 교육자에게는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오늘날과 같이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노라면 모든 사람들이 나름대로 크고 작은 문제를 지니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학생들도 예외는 아닐 것입니다. 문제가 있다는 말이 반드시 문제아라는 뜻은 아닙니다. 겉보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학생이라도 가까이 다가가서 터놓고 얘기해 보면 뜻밖에도 심각한 문제를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든 교육자들이 상담 전문가가 되기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기본적인 상담기법과 문제를 파악하는 능력은 갖추고, 필요하면 전문가에게 문제를 안고 있는 학생을 안내하는 역할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특수아를 다루는 기술은 비단 특수교육 담당자들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크게 보면 모든 사람들이 특수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더구나 특수교육 대상자들도 정상적인 사람들과 함께 교육을 하려는 이른바 통합교육의 추세로 나가고 있는 현실에서 통계적으로 백 명 가운데 적어도 3-4명이 특수교육 대상자라면 모든 교육자들은 그들에 대한 배려를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특수교육 대상자란 특수재능을 지닌 학생들도 포함합니다.

필자가 가장 강조하는 바는 모든 선생님이 창의력 교육에 대한 관심을 갖고 창의력 개발기법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21세기는 창의력의 시대입니다. 자라나는 세대들에게는 창의력은 생존과 직결되는 능력입니다. 창의력이 없으면 개인도 나라도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이 된 것입니다. 따라서 학교는 아이들의 창의력을 개발해 주는 일을 가장 기본적인 과업의 하나로 인식해야합니다. 아이들의 창의력을 개발해 주려면 먼저 선생님들이 창의력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창의력 교육방법을 잘 알아야 합니다.

좋은 선생님에 대하여는 많은 사람들이 많은 이야기들을 하고 있습니다. 어떤 학자들(Omstein and Levine)은 일반적으로 좋은 선생님과 가장 좋은 선생님으로 나누어 다음과 같이 정리하기도 했습니다. 공감이 가는지 한 번 읽어 보십시오.

좋은 선생님과 가장 좋은 선생님

1.좋은 선생은 학생들의 수많은 질문에 모두 응답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좋은 선생님은 학생들이 스스로 대답을 생각하도록 도와주면서 벙어리 노릇을 할 줄 안다.

2.좋은 선생은 열성적으로 얘기한다. 그러나 가장 좋은 선생님은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자기 나름의 말로 정리하고자 애쓰는 동안 침묵하고 참을 줄 안다.

3.좋은 선생은 겸손하다. 그는 자연스럽게 자신보다 교과에 대한 지혜의 축적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가장 좋은 선생님은 겸손하되 낡은 교과목보다 자신들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의 감정을 존중한다.

4.좋은 선생은 학생들이 정직해야하고, 책임감 있고, 좋은 시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가장 좋은 선생님은 그러한 것들을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리고 그냥 말로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활동을 통해 전달해야한다는 사실을 안다.

5.좋은 선생이 가르친 아이들은 시험에 합격하고, 졸업하고 좋은 직장을 갖는다. 그러나 가장 좋은 선생님이 가르친 아이들은 탐구활동을 통해 깨닫는 희열감으로 하여 매일의 생활에서 보상을 받는다.(Fred H. Stocking, "Who is the best teacher?" Bennington Banner(November 14, 1963. P.4))<(Omstein and Levine, 1981)에서 재인용>

어떻습니까? 공감이 갑니까? 또 어떤 학자(Todd Whitaker)는 훌륭한 선생님의 특징을 다음 열네 가지로 요약하기도 했습니다. 동의하시는지요?

훌륭한 교사들이 두드러지게 다른 점 14가지
(Todd Whitaker)

1. 훌륭한 선생님들은 학교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사실을 결코 잊지 않는다.

2. 훌륭한 선생님들은 학년 초에 분명한 기대치를 설정하고 그에 따라 일관성 있게 추진해 나간다.

3. 훌륭한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그런 행동이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한다는 단 한 가지 목표를 지킨다.

4. 훌륭한 선생님들은 학생들에 대하여 높은 기대를 갖지만 동시에 자신들에 대해서도 더 높은 기대를 한다.

5. 훌륭한 선생님들은 교실은 선생님들에게 달렸다는 것을 안다. 그리하여 지속적으로 자기개선을 위해 노력하되, 그들이 성취 가능한 것에 초점을 맞춘다.

6. 훌륭한 선생님들은 그들의 학교와 교실을 긍정적인 분위기로 조성한다. 그들은 모든 사람들을 존경으로 대하며, 특히 칭찬의 힘을 알고 있다.

7. 훌륭한 선생님들은 걸림돌이 되는 부정적인 것들을 꾸준히 걸러내고(filtering) 긍정적인 태도를 공유하고자 노력한다.

8. 훌륭한 선생님들은 좋은 관계는 지속하되 그렇지 못한 부정적인 관계는 좋은 관계로 바꾸고자 최선을 다한다.

9. 훌륭한 선생님들은 하찮은 장애는 무시하고 부적절한 행위는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으면서 적절히 수습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10.훌륭한 선생님들은 모든 일에 계획과 목표를 갖고 추진한다.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다른 대안을 모색함으로써 적절히 조정해 나간다.

11.훌륭한 선생님들은 어떤 결심을 하거나 어떤 변화를 추구하고자 할 때는 먼저 자신들에게 자문한다: 대다수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What will the best people think?)

12.훌륭한 선생님들은 항상 자문한다. 내가 내린 결정에 대해서 가장 좋아할 사람은 누구이며, 가장 싫어할 사람은 누구일까? 훌륭한 선생님들은 모든 사람들을 착한 사람으로 간주한다.

13.훌륭한 선생님들은 표준화된 평가를 인정하고 대비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것은 좋은 평가 점수를 얻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학습이라는 사실에 확신을 갖고 있다.

14.훌륭한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사랑한다. 훌륭한 선생님들은 행동과 신념은 (사랑이라는) 정서 속에 녹아 있고, 정서는 곧 변화의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공감이 가십니까? 누구나 좋은 선생님, 훌륭한 선생님이 되고 싶은 마음은 없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 동양적인 이 말은 어떻습니까?

常愛生如兒師資始 恒希靑於藍敎鞭端
(늘 아이들을 내 자식처럼 사랑하는 것이 스승의 자질의 시작이요
늘 제자가 나보다 더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교편생활의 끝이다)

사실 모든 선생님이 다 똑 같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도 안되지요. 세상이 바라는 데로 훌륭한 선생님이 되고자 하면 공자도, 석가도, 예수도 오히려 부족할 것입니다. 사랑과 정열만 있으면 됩니다. 머리는 차고, 가슴은 따뜻하고, 뱃장은 두둑한 멋쟁이 선생님이 되어 보지 않으시렵니까?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생님은 아이들을 인격적으로 대해주시는 선생님이고,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선생님은 편애하는 선생님이라는 사실은 잘 알고 계시겠지요.

가고 싶은 학교, 보고 싶은 선생님

우리 아이 네 명 중 한 명이 정신장애를 겪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학교 때문입니다. 아니 강요된 공부 때문입니다. 걱정되지 않습니까? 북한 청소년 축구단이 우리 아이들을 보고 “왜 남측 아이들은 안경을 많이 끼느냐?”고 물었다지요.

해마다 교육주간은 되풀이 되고 그럴듯한 구호를 허공을 향해 외쳐왔습니다만, 이 번 만은 우리 모두가 교육을 다시 생각하고, 학교를 다시 되돌아보는 한 주가 되었으면 합니다. 학교를 살리자는 거창한 운동도 아닙니다. 선생님을 존경해달라는 주문도 하지 않으렵니다. 그저 내일의 이 나라를 책임질 주인공들인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고 밝게 자랄 수 있도록 선생님들이나 학부모들이나 사회인들이 각각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는 한 주가 되었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강조하거니와 학교는 아이들을 위해 존재합니다. 학교는 한 나라의 장래를 점칠 수 있는 곳입니다.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장차 이 나라의 주인공이요, 우리의 희망인 아이들이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는 ‘가고 싶은 학교’를 만들어 갑시다. 그리고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가고 싶은 학교에는 반드시 보고 싶은 선생님이 계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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