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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이야기> '누에표 팬티'의 추억

1979년 4월1일 나는 충남의 알프스라는 청양군內 B초등교에 초임 발령을 받았다. 10학급에 전교생이 350명인 그 학교는 집에서 버스로 비포장도로를 4시간 달린 후, 다시 10리 길을 걸어야 하는 오지에 자리했었다. 도시서 자란 내가 과연 이곳 생활에 적응할 수 있을까 한숨 쉬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 나는 학교 부근 한 학부모 집에서 하숙했다. 하숙이래야 사랑방에서 초등생인 주인집 아들과 동거하는 것이었다. 하숙집 부엌에서 소 몇 마리를 기르고 누에를 치는 전형적인 농가였다.

그런데 내가 기숙하는 사랑방의 바로 옆방이 부엌이라 여러 가지로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특히 내 방과 누에를 치는 방은 장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었는데 그 틈새가 많이 벌어져서 주먹이 들어갈 정도로 허름했다. 자연히 누에들이 방으로 슬금슬금 기어들곤 했다. 그러니 옷과 이불이 성할 날이 없었다.

어느 날이었다. 이웃 학교에서 면내 교직원 친목 배구가 열려 직원들과 함께 갔다. 배구를 하려고 교실에 들어가 체육복을 갈아입는데 동료 교사들이 나를 바라보며 파안대소하는 것이었다. 이웃 학교 분들도 덩달아 웃고 있어서 나는 내 속옷의 위, 아래를 쳐다보며 의아해 했지만 별 이상이 없었다.

그 때 한 선생님이 "박 선생, 엉덩이에…" 아뿔싸. 팬티의 엉덩이 부분을 쳐다본 나는 얼른 두 손으로 그곳을 가릴 수밖에 없었다. 간밤에 누에 몇 마리를 깔고 뭉갠 핏자국이 팬티를 선명하게 수놓고 있는게 아닌가. 어젯밤 내방에 기어든 누에를 잠결에 깔고 뭉갠 것을 모르고 그냥 출근한 것이었다. 그 때의 황당함이란…. 그 뒤부터 나는 출근할 때 꼭 속옷의 앞과 뒤를 함께 살피는 습관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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