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토요격주휴무제 도입이 검토되면서 학교에서의 주5일 수업도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학교 주5일제 수업의 도입은 오랜 기간의 선행연구를 거쳐 시행돼야 할 문제다. 주5일 근무제로 학교 교사가 쉬니까 학생들도 당연히 따라 쉬어야 한다는 논리로는 주5일 수업을 시행해야 할 어떤 설득력도 없기 때문이다.
21세기 국가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교육력의 강화 차원에서 인적자원을 어떤 새로운 교육방법으로 양성, 교육력을 키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주5일 수업의 도입을 위한 출발점이 돼야 할 것이다. 노동 환경의 변화에 따라 일방적으로 수용해야 할 제도가 아니라 교육 내부의 절실한 필요성에 의해 제도가 연구되고 시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 사회를 살아가게 하기 위해서 아이들에게 단순히 지식을 암기시킨다든지, 기술을 익히게 한다든지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스스로 과제를 발견하고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자질이나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학교 내에서의 교육을 다시 확인시키고 그 깊이를 풍부하게 만드는 다양한 활동이 필요하다. 그래서 주5일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가정과 지역사회에서 더 많은 교육활동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5일 수업을 위해서는 우선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가 어떻게 연계해 그 교육적 역할을 해 나갈 것인가를 이론화해야 한다. 그리고 이 선행연구와 병행해 학생들이 활동하고 체험할 수 있는 갖가지 평생학습 관련 시설인 도서관, 미술관, 청소년시설, 체육시설 등 관련 시설의 증설과 정비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이미 10년 전부터 일본이 주5일 수업을 실시할 수 있었던 것은 일본이라는 사회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을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정이나 사회에서 다양한 체험활동 거리와 장을 제공하느냐 못하느냐는 주5일 수업의 성패를 좌우할 중요한 요소다. 갈 데가 없다면 아이들이 어디로 몰릴까. 자칫하면 주5일 수업은 과외를 부추길 수 있다. 또 동네 PC방에서 전자오락이나 즐기는 무의미한 놀이시간의 연장이 될 수 있다.
우리 나라처럼 도-농간 문화, 교육시설의 격차가 심한 상황에서 주5일 수업을 일제히 실시할 경우 큰 부작용이 예상된다. 따라서 정부는 철저한 연구와 준비를 통해 이를 점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일본은 `철저한 준비' 측면에서 하나의 훌륭한 예다.
1992년 2학기부터 매월 제2 토요일을 휴업일로 하는 주5일 수업을 시작한 일본은 1995년 4월부터 토요휴업일을 월 2회로 확대했으며 2002년 4월 신학기부터는 월4회로 늘리는 완전한 주5일 수업을 도입할 방침이다. 완전 도입까지 10년 동안 일본은 숱한 연구와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해 왔다.
1989년 문부성은 `사회변화에 대응한 새로운 학교운영 등에 관한 조사연구 협력자회의'를 만들어 주5일 수업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교장회의 대표, 사회교육 관계자, 기업 담당자 등 16명의 위원이 위촉돼 종합적인 의견을 검토했다. 그해 12월에는 전국 68개 유초중고교를 조사연구 협력학교로 지정해 매월 1, 2회에 걸쳐 주5일 수업을 실시해 실증적인 연구와 조사를 진행했다. 1991년에는 조사연구 협력자회의 산하에 협력학교 교장 등으로 구성된 `전문부회'를 두고 교육과정의 편성과 실시 등에 관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검토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조사연구 협력자회의는 1992년 그 간의 심의·연구결과를 총정리하기에 이르렀다. 정리에서는 학교와 가정 및 지역사회가 지금까지의 교육방식을 전체적으로 고쳐 사회변화에 대응해 간다는 뜻을 담고 있었으며 다음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바람직한 인간형성을 도모하는 관점에서 주5일 수업의 단계적 도입을 제안했다.
이렇게 진지하게 오랜 연구를 거친 일본의 예를 우리는 잘 살펴야 할 것이다. `빨리빨리병'이 우리 교육현장을 황폐화시킨 예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일본의 시행과정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주5일 수업에 대한 면밀한 사전연구와 준비에 착수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