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학교인 경기도 양평 양동고등학교에 30-50대의 마을 주민 12명이 입학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은 양동면의 유일한 고등학교가 신입생 부족으로 학급수 감축위기에 몰리자 만학의 길을 택하는 용기를 냈다.
이들은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중학교 졸업을 마지막으로 진학을 포기했던 주민들로, 양동고 학급수가 줄어들 상황에 처했다는 소식을 듣고 추가모집 때 입학원서를 내 지난달부터 수업을 받고 있다.
2개 학급을 편성하려면 적어도 학생수가 38명이어야 하지만 올해 양동고의 일반계반(보통과) 신입생이 26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들 '늦깎이 고교생' 중 4명은 자녀들이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수업은 학생들의 수준과 여건을 감안해 영어는 생활영어 위주로, 수학은 컴퓨터 응용수업 등으로 진행한다.
전창성(50) 교장은 "처음엔 어색한 표정이 역력했으나 한달이 지나면서 차츰 적응하고 있고 일찍 등교하는 날이면 화장실을 청소하는 분도 있다"며 "농사일과 생업 때문에 하루에 6-9명이 수업에 참여하지만 열의는 일반학생 못지 않다"고 말했다.
반장인 박종열(58.사업)씨는 "자녀 모두 대학에 보냈지만 저는 보릿고개시절 보리쌀 4말 값인 수업료가 없어 고교 진학을 포기해야 했다"며 "요즘 배움의 기쁨을 새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남기수(53.농업)씨는 "농사일에 바빠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새로운 삶을 사는 기분"이라고 밝혔고, 양만모(47.농업)씨는 "같은 학교 1년 선배격인 아들에게도 동기부여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수업일수의 3분의 2를 채우면 상급학년에 진학할 수 있고, 수업일수가 부족하면 농한기인 겨울방학 때 보충수업도 할 계획이어서 상당수는 3년 후 졸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학교측은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