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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창가에서> 웃음을 잃어버린 교사들

시대가 바뀌면서 우리 교육 현장에서도 쉼 없는 변화가 일어났다. 학부모들의 학력을 비롯한 지적능력은 선생님들에 비해서 뒤지지 않은지 오래 되었으며 아이들의 잠재능력 역시 예전에 비해 상상을 불허할 정도다.

선생님들의 학력도 사범학교에 이어 교대 2년제, 4년제를 거쳐 지금은 상당수가 대학원을 졸업한 상태이다. 교육환경도 경제 발전과 더불어 많이 개선됐고 교육과정 역시 시대를 달리하며 많은 변화를 모색해왔다.

그런데 오직 변하지 않은 것이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교사들의 승진 제도이다. 적어도 내가 학교에 들어온 지 25년간은 한 번의 개선이 없었다. 교감 승진시험의 부작용이 염려되어 무시험제도로 바꾼 것 외에는 말이다.

아이들을 비롯한 학교의 내·외적 환경이 그리도 변했는데 학교행정의 주체인 학교장의 질적 개선을 전제로 한 승진제도의 변화가 없었다는 것은 얼마나 모순된 일인가.

흔히들 학교장의 자질에 대해서 좋은 인성, 확고한 교육관, 전문적인 식견 등을 이야기한다. 다 옳은 말이다. 하지만 이 시대에 더 걸 맞는 것은 합리적이며 탄력적인 사고이다. 학교장은 변화에 민감해야 하고 혁신적인 리더십이 있어야 하며 교육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학교장은 더 이상 학교의 권위자가 아니라 진정한 교육의 동반자, 학습의 후원자로서의 가치만이 부여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지금의 승진제도는 학교장의 이런 자질들을 검증해내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교사의 25년 경력은 학교장으로서의 자질을 갖추는 것에 결코 비례할 수 없다. 화살을 쏘아놓고 동그라미를 그려주는 작금의 근무성적 산정방식은 학교장의 자질을 가늠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연수 성적 100점을 맞기 위해 교사들이 연출해야 하는 갖가지 방법들은 교사들의 권위와 자존심과 양심을 폐기하기에 충분하다. 현 제도에서 승진의 절대적인 요인이 되고 있는 벽지와 농어촌 근무경력이 교장의 자질을 키워주는 것은 더욱 아니다.

또한 시험을 통해 승진의 첩경을 택하는 장학직은 ‘수업의 질적 개선’이라는 장학의 본질은 뒤로한 채 기간만 채우는 데 급급하고 있다. 이는 교장의 자질과는 무관하면서도 승진의 기존 질서마저도 교란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러한 승진을 향한 꿈을 접은 교사들의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한 부작용이 정말 심각하다는 데 있다. 승진을 포기한 교사를 무능력하게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 교육현장은 물론 동기·동창회 등 동료 교사들 사이에서의 소외감과 열등의식은 인생에서의 패배감으로까지 이어진다. 이러한 패배감은 교사 자신이 있는 훌륭한 지적 능력이나 교육에 대한 열정까지 앗아가 버려 교육의 질적 저하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교장이 되기 위해 지금까지 바쳐온 온갖 열정을 지금부터는 훌륭한 교사가 되기 위한 열정으로 제도권에서 바꿔줘야 한다. 누가 뭐라 해도 교육은 교실을 지키는 교사가 하는 것이다.

가르치는 것에 자긍심을 갖게 하고, 가르치는 교사가 대접을 받고, 평생 교단교사임이 교장이 된 것보다 훨씬 더 자랑스럽게 생각될 때 교사들은 잃어버린 웃음을 되찾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교육은 살고, 학교는 생기 가득한 건강한 모습을 되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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