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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사학 '학생 볼모' 여론에 결국 굴복

사학 신입생거부 '강수'가 결국 '악수' 돼
정부 '사학비리 전면조사' 등 신속 대처도 한몫
법적 투쟁 전환 속 '충돌 불씨'는 여전

한국사립중고교법인협의회가 2006학년도 신입생 배정 거부 방침을 철회, 발등의 불인 '입학대란'은 일단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사학법인들은 정부의 비리사학에 대한 감사를 거부하고 헌법소원과 서명운동 등 사학법 반대 투쟁은 지속키로 해 개정 사학법을 둘러싼 정부와 사학의 갈등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 '학습권 볼모' 여론에 굴복 = 사학들이 8일 중고교 시ㆍ도 지회장 회의에서 전격 신입생 배정거부 철회를 결정한 것은 무엇보다 고조된 비난 여론 때문이다.

개정 사학법을 둘러싼 정부와 사학의 갈등이 지난달 9일 사학법 개정안이 통과된 뒤 한달째 지속돼 왔지만 신입생 거부 등의 집단행동은 '엄포성'이 강하고 실제 행동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었다.

그러나 5일 제주지역 5개 사립고교의 첫 신입생 배정 거부 움직임이 전해지면서 사학들은 학부모ㆍ시민 단체들이 주도하는 엄청난 반대 여론에 직면했다.

지역에서는 학부모는 물론 총동창회 등을 중심으로 해당 학교를 압박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교사들이 연가투쟁을 한다고 했을 때 '학습권 침해'를 이유로 강력히 비난했던 사학들이 거꾸로 학습권을 볼모로 학교현장의 혼란을 부추긴다는 여론 앞에 사학들의 운신의 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6.25 전쟁 때에도 피난민들을 대상으로 천막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사학들이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신입생 배정을 거부하는 것은 대표적인 '집단 이기주의'라는 지적까지 쏟아졌다.

결국 그 동안 사학법인들이 사학의 자율성을 위한 싸움을 벌여왔으나 신입생 배정거부라는 강수를 고집하면서 정부의 '사학비리 전면조사'라는 초강경 대응을 자초하고 오히려 여론을 등지는 '악수'를 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비리 사학 퇴출 등 전방위 압박 = 청와대를 중심으로한 정부의 전방위 압박도 사학들 입장에서는 비난 여론 못지 않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제주지역 사립고들이 신입생 배정 거부 움직임을 보이자 즉각 청와대 비서실장 주재로 관계부처 대책회의 열어 신입생 배정 거부 행위를 '헌법적 기본질서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규정했다.

이어 비리사학에 대한 감사 착수 등 대책이 쏟아져 나왔고 교육부는 신입생 배정 거부에 대한 시정명령-학교장해임-임원승인취소-임시이사 파견 등 학교의 소유권을 빼앗는 수순에 들어갔다.

이를 위해 이스라엘 등을 순방 중이던 부총리마저 급거 귀국했다.

아울러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공립학교 학급당 배정인원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교과교실 및 특별교실 등을 활용해 학급을 최대한 증설하는 방안 등도 발표됐다.

관계부처 대책회의에서는 감사원과 교육당국의 합동 감사 이외에 검찰의 비리사학에 대한 수사, 국세청의 사학법인에 대한 세무조사 등 초강경 대응방침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요일인 8일 청와대는 전날 제주지역 사립학교 교장단의 신입생 배정거부 철회에도 불구하고 신입생 배정을 거부하는 사학법인에 즉시 임시이사를 파견한다는 대책까지 내놓았다.

나아가 서울을 비롯한 광역시도별로 임시이사를 공개모집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한다는 발표도 이어졌다.

정부는 이날 오후 5시 이해찬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사학비리 근절 대책 등 세부 대책을 논의하는 등 한치의 물러섬 없이 회의 중인 사학단체 대표들을 몰아부쳤다.

정부가 이번처럼 일사불란한 모습은 보인 적은 없다는 말이 정부 내에서 흘러나올 정도였다.

◇ 급한불은 껐지만…공방 지속될 듯 = 신입생 배정 거부라는 최악의 사태는 피할 수 있게 됐지만 비리사학 감사를 둘러싼 정부-사학의 감정대립, 헌법소원과 1천만명 서명운동 등에 따른 공방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야당인 한나라당이 여전히 사학법 반대 장외투쟁을 지속하고 있어 사학들의 투쟁에 힘을 보태고 있다.

신입생 배정 거부 철회로 비리 사학에 대한 감사는 일단 수위가 낮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비리 사학에 대한 현 정부의 근절 의지가 워낙 강해 어떤 식으로든 감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일선 사학들의 비리감사 거부나 비협조 등이 예상되고 이를 사학단체와 한나라당 등이 적극 옹호하면서 사학법 반대 여론몰이에 다시 나설 수도 있다.

사학단체들은 사학법이 시행되는 7월1일 이전에는 헌법소원에 주력하면서 사학법 개정을 촉구하는 1천만명 서명운동 등 '합법적인' 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이어 사학법이 시행된 이후에는 조직적인 법률 불복종 운동도 예상된다.

사립중고법인협의회가 이날 긴급회의 후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사학인들이 그동안 결의하고 실행했던 신입생 배정 거부운동은 학생 선발권, 수업료 책정권 등 기본권 확보를 위한 투쟁이었다"고 규정한 점은 향후 투쟁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법적인 대응과 1천만명 서명운동 등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갈 것"이라며 "비록 신입생 배정 거부 투쟁은 철회했지만 법률불복종운동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사학법 개정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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