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자기는 황록·황갈색도 있지만 비색청자가 가장 뛰어나다. 비색이란 중국 월나라에서 나던 청자로 당나라 때 천자에게만 바치던 것이다. 이 색의 특징은 맑고 선명하며 깨끗하고 윤기가 도는 것이다.
고려의 순청자기술은 12세기 전반에 절정에 달했다. 유약을 입히는 기술이 세련되어 날렵한 자태를 가질 수 있게 했고 여기에 상감청자까지 개발된다. 상감이란 쉽게 말해 그릇표면에 무늬를 파고 그 속에 백토나 흑토를 메워 청자의 푸른 바탕에 백색과 흑색의 무늬를 장식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의 개발로 고려청자는 그 아름다운 푸른색에 흑백의 선명한 도안이 화사하게 장식되기에 이르렀다. 상감은 금속과 나전칠기에서 이미 보편화된 기법이지만 청자에 응용되어 세계 도자사에 있어 독보적인 장식기법으로 인정되고 있다.
고려청자는 많은 신비로움을 간직하고 있다. 그것은 한 마디로 흙과 불의 조화이지만 그 비밀은 아직도 거의 밝혀지지 않고 있다. 최근 청자의 비취색을 재현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으나 엄밀한 고증과 현대 과학기술을 동원해도 100% 비색(秘色)을 재현하기가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1982년 강진에서 이색실험이 있었다. 요업공학과 교수들이 청자조각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만든 유약과 강진 도예공들이 개발한 자연 유약중 어느 것을 사용해 만든 청자가 더 아름다운 색을 내는가를 비교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승부는 과학자들의 패배로 끝났다. 도예공들의 청자가 누가 보더라도 비색에 더 접근했던 것이다.
비색을 내기 위해서는 인(P2O2) 성분이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에밀레종에 어린아이를 쇳물 속에 넣었다는 것도 인을 확보하는 방법이라는 전설도 있다. 인은 합성이나 합금을 만들 때 신기한 작용을 하는데 실제로 본차이나(born china)는 소뼈를 넣어 만든 것이다.
과학자들은 청자 비색의 비밀을 알아내려는 노력으로 초기 고려청자와 청자의 발생에 있어 많은 영향을 주었다는 월주요 청자, 상감청자의 태토와 유약을 비교했다. 여기에서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역대 월주요 청자의 태토에서는 인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으나 강진의 청자에서는 0.04∼0.05% 소량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유약의 경우도 초기청자에서는 인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으나 상감청자에서는 0.89%, 월주요에서는 1.7%나 함유되어 있었다. 아름다운 비취색의 상감청자는 태토와 유약 모두에 인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실험 결과에도 불구하고 인이 청자의 색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청자의 색은 유약뿐만 아니라 가마의 온도, 불 때는 연료, 소성 방식 등 여러 가지 요소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학자들은 인이 고려청자의 아름다운 색깔을 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에 양보를 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