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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나이야, 어쩌란 말이냐

교육계에 공동화(空洞化)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남루한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교단을 지키며 한국교육을 이끌던 중견교사들이 사표를 던졌다. 그들 모두가 교육계를 떠나면 한국교육의 뿌리가 거덜나고 만다. 하잘 것 없는 한포기의 풀도 뿌리를 몽땅 잘리우고는 살아남지 못한다. 하물며 국가의 천년지대계인 교육이다. 교육의 뿌리가 잘리는 것은 국가의 뿌리가 잘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큰일도 보통 큰일이 아니다.

지금이 어느때냐. 새로운 천년을 달려갈 출발점에 서있는 때다. 그리고 교육은 새로운 천년을 달려갈 수 있는 힘과 지혜다. 그런데 교육이 뿌리잘린 절름발이가 될 위기다. 그대로 뛰게 한다면 꼴찌는 당연지사고 완주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다. 이 지경에서 누구를 탓하랴. 교육공황의 원초적 죄업이 교사들의 정년단축이다. 정부의 정년단축안 저지에 앞장섰던 사람으로 끝내 막아내지 못한 자괴감이 풀잎처럼 돋아나는 봄날 아침을 어찌 불가항력이었다는 변명으로만 덮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한 가지 책임만은 물어야한다. 교육계의 집단사표를 연금수령의 불이익 때문으로 몰아부치는 교육부의 태도다. 그들 말대로라면 우리 교사들이 눈앞의 이익만 추구하는 집단밖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몇푼의 연금을 더 받기 위해 사명을 버리고 교육을 등지는 밴댕이 속알머리라는 얘기다. 교사들의 자존심을 지키고 양심을 지키고 신뢰도를 지켜줘야 할 곳이 교육부다. 교육부는 교사들의 울타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아집의 입술로 자기 얼굴에 침뱉는 희극만을 연출하고 있다. 그래서 교육계의 불만과 갈등이 고조된다.

교사들의 집단 사표는 눈앞의 이익때문이 아니라 나이든 중견교사들의 뒤통수를 파고드는 따가운 눈총 때문이다. 정년단축 파동을 겪는 동안 교사의 나이는 무능으로 확정지어졌다. 학부모나 학생들이 나이든 교사를 반길리 없다. 팔팔한 젊은 교사만 선호한다. 생동감이 있으니 좋고 새로운 지식이 있을 것 같아 좋다.

물론 컴퓨터교육도 앞설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다보니 한창 완숙기인 40대 교사도 퇴물취급이다. 교단에 남아있자니 눈총이 따갑다. 이런 와중에 교직사회는 사분오열되어 갈등만 확산되고 있다. 색깔도 없고 기준도 없는 개혁의 회오리만 교사들의 어깨를 스산하게 다그친다.

여기에 내년부터 퇴직자 연금마저 줄어들것이란 소문이 실낱같던 희망마저 끊어버렸다. 그래서 교직에 대한 회의와 갈등으로 몸부림치다 마침내 교단을 떠나겠다는 각오를 굳히는 것이다. 이것이 교원정년단축이라는 아집이 몰고온 부작용의 전말이다.

나는 정부에서 이 법안을 상정했을 때 늙은 조개가 진주를 낳는다는 `老蚌生珠'론으로 부당함을 지적하고 필사항전의 자세로 저지에 안간힘을 다했다. 노령의 지도자에게는 미안한 일이었지만 대통령의 나이는 경륜이라 하면서 교사의 나이는 무능으로 몰아부치는 모순까지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나타난대로 만사가 허사요 교육계는 폐허가 되고있다.

혈연으로 맺어진 몇 식구의 가정도 어른이 없으면 쓰러진다. 하물며 원로가 없고 중견이 없는 교단이 어찌 온전하기를 바라겠는가. 선진국들의 모임인 OECD 가입국 가운데 교원의 정년을 단축한 나라가 어디인가. 중견교사가 주도하는 인성교육과 신진교사가 주도하는 개성교육이 맞물려야 조화로운 교육이다. 그런데 그 조화가 깨지고 있다. 조화로운 교육의 틀이 깨지고 조화로운 인간육성이라는 교육 목표마저 깨지고 있다.

정부는 교단의 공동화(空洞化)를 막기 위해 퇴직신청을 선별처리할 방침이라고 한다. 그처럼 궁색한 방법으로라도 교사없는 교실만은 막는 것이 타당하다. 하지만 그렇게 빈약한 억지로 교사들의 떠난 마음까지 잡아둘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답답하다.

교육은 몸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마음 떠난 교사들을 잡아둬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교사들의 몸만 잡아두는 응급처방이 아니라 마음을 되돌릴 방안을 찾아야 교육공황을 극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그 방법은 딱 하나, 교원의 정년제를 폐지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무능의 척도를 나이로 규정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 무능은 나이순이 아니라 인간 됨됨이에 달렸다. 아무리 젊어도 자기성찰이나 자기개혁의 노력을 게을리 하는 것이 무능이다. 그리고 그것이 21세기가 아니라 지구의 종말이 온다해도 변치 않을 만고진리다. 교육부는 이점을 깨닳아 이왕에 변칙 처리된 교원정년단축법안을 철회함으로써 `나이야, 어쩌란 말아냐'라는 사회적 한탄을 몰아내고, 40대의 완숙한 교사들이 교단에 남아있기를 계면쩍어하는 기막힌 풍토를 제거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퇴직을 결심한 교사들께서도 맨 처음 교단에 들어서던 초발심의 자세로 돌아가 교육자적 사명감을 되찾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내가 선생님들의 장래는 보장할 수 없지만 이나라 교육과 청소년들의 장래는 오직 선생님들에게 달려있기 때문에 선생님들의 더 큰 이해와 희생을 간청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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