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선재단들이 ‘공교육 확 뜯어 고치겠다’고 발 벗고 나섰다. “백신을 만들고 말라리아를 퇴치하는 일보다 훨씬 힘들다. 그러나 교육개혁 없이는 미국에 미래는 없다.” 빌 게이츠 MS 회장은 19일 시애틀에서 열린 전미주의회협의회에서 이같이 말한 뒤 미국 20여개주 도심학교들을 자립형 학교로 바꾸는데 3600만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지난 5년 동안 교육개혁에 내놓은 돈만도 12억 달러가 넘는다.
빌 게이츠 회장뿐 아니라 미국에서 내놓으라 하는 기업인들이 위기에 처한 미국 공교육 시스템을 뜯어고치는 데 막대한 자선기금(약 20억 달러)을 내놓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과거 대학 기부금에 주력했던 기업가들이 초·중·고교로 대상을 바꾸면서 기부금 역전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998년 대학 기부금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던 초·중·고 기부금은 2003년 대학 기부금을 넘어섰다.
미국 기업가들이 공교육 개혁에 발 벗고 나서는 이유는 날로 떨어지는 미국의 교육수준 때문이다. OECD 회원국들이 중심이 된 PISA 2000/2003 측정결과에서, 올해초 전미교육자협의회(NEA) 조사에서, 미국의 교육행정가협회 등 교육관련 기관에서 발표한 여러 가지 자료에서 최근 미국은 학교교육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까이 일본에서도 최근 교육문제가 자주 논의되곤 한다. PISA 측정결과 이후 총리가 직접 나서서 교육의 심각성과 그 중요성을 언급할 정도로 관심이 높다. 평준화 폐지, 전국학력고사 부활, 주요과목 수업량 확대, 주5일 수업제 폐지, 교원면허갱신제 도입 등이 대표적인 교육개혁 과제다.
우리나라 교육은 그동안 양적 성장뿐 아니라 PISA 측정에서도 수학과 과학이 최상위인 것으로 나타나는 등 질적으로도 많은 성장을 이뤘다. 국가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우수한 인적자원의 육성은 한 나라의 교육과 그 교육의 질에 의해서 결정되며, 교육의 질 향상은 바로 교사들의 전문성을 발전시키는 데 있다. 따라서 학교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원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부각되고 있다.
참여정부는 ‘유·초·중등 교육의 질적 향상, 고등교육의 경쟁력 향상, 평생학습의 제도화’ 등의 세 가지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이러한 정책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우선 공교육 정상화가 이뤄져야 한다. 공교육의 책무성을 강화하고 학생과 학부모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질 높은 학교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수교원의 확보와 교사의 전문성 제고가 필요하다.
이제 우리나라 기업들도 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상당한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수치의 기업이윤을 남기게 된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수한 인력의 제공이 없었더라면 아마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 우수한 인적 자원은 어디에서 낳아진 것인가. 바로 학교교육의 힘이다. 학교교육이 부실하면 기업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미래는 더 이상 보장할 수 없다. 기업은 교육계에 ‘우수인력 활용세’라도 내야할 것이다.
아무리 좋은 교육정책이 나오더라도 이를 시행할 교사들에게 그런 마음이나 능력이 없다면 한낱 구호에 그칠 뿐이다. OECD 평균만큼은 교원 수가 확보되어야 한다. 7.20교육여건 개선사업에 따라 학급증설은 늘었지만 교원증원이 따라주지 못해 수업부담은 오히려 늘었다. 많은 수업시수와 학생수, 과중한 업무 등의 교육여건 속에서는 교사의 사기가 진작될 수 없으며, 결국 교육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교직의 매력을 높이고 우수한 교원을 공급할 수 있는 방안과 이들이 지속적으로 전문성을 신장시킬 수 있는 다양한 인센티브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정·재계 할 것 없이 모든 사람들이 공교육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이를 위한 방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일본의 전철을 밟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